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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하고 소소한 일상

광고

by 이우기, yiwoogi 2017. 10. 18.



출근길 빨간 신호등 앞에 섰다. 10호광장 좌회선을 기다리며, 눈길을 옆으로 돌렸다. 피식 웃음이 났다. 짧은 순간 세 가지 생각이 났다. 


하나, 혁신도시 아파트가 잘 안 팔리는가 보다. 구질구질하게 이런 데까지 광고를 붙이나. 그래도 값은 내리지 않겠지. 공급이 수요보다 많으면 값이 내려가는 것이라고 배웠는데.


둘, 교통안전을 위해 일하는 경찰이 민간기업 좋은 일 시키고 있구나. 모르고 있을까 알고도 내버려 뒀을까. (저건 시청에서 설치하는 건가? 그걸 모르겠네)


셋, 대부분 운전자들은 저 정도 크기의 글씨를 알아볼 만큼 시력이 좋구나. 나도 읽을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랴. 자동 시력 측정기가 고맙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운전하다가 내동오거리 교차로에 또 섰다. 이번엔 더 많다. 얼른 사진을 찍으려는데 파란불로 바뀌었다. 흐릿하지만 흔적은 남겼다.


세 가지 더 생각났다. 


하나, 참 간도 크구나. 불법인지 위법인지 탈법인지는 모르겠지만, 제대로 잘 한 건 아니지 않을까 싶다. 저 조그만 종이 쪼가리를 단속하는 게 더 낭비 아닐까. 


둘, 대부분 운전자들은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는구나. 다들 힘들게 살고 있으니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그냥저냥 이해해 주는구나.


셋, 광고라는 건 참 어렵구나. 홍보라는 건 참 어렵구나. 이 세상 모든 이차원 면과 직선의 시간이 다 광고로 도배되는구나. 나도 거기에 끼여 있는 건 아닐까.


나 혼자 이런다고 바뀌진 않겠지만, 출근길 잠시 동안 알쏭달쏭해졌다. 하는 일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았다. 그 와중에, 비에 젖지 않도록 비닐로 포장까지 한 사람들의 지극한 정성도 생각해 보았다, 사무실에서 이 글을 쓰면서.


2017. 10.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