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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하고 소소한 일상

시골+김치+찌개+돼지+장작+라면

by 이우기, yiwoogi 2017. 10. 13.

비 그치더니 기온이 뚝 떨어졌다. 오랜만에 날씨알림이 좀 맞았다. 이맘때 생각나는 게 몇 가지 있다. 군고구마나 호떡은 좀 이르고, 뜨끈뜨끈한 아랫목도 좀 이르다.

 

밥때 되면 따뜻하고 얼큰한 국물 한 그릇이 떠오른다. 김치찌개, 곱창전골, 소고기전골, 돼지국밥 같은 것 말이다. 그중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건 김치찌개와 돼지국밥이다. 오늘은 김치찌개다.


 

김치찌개엔 돼지고기와 두부가 필수다. 국물을 어떻게 만드는지, 김치를 어떻게 담그는지, 돼지는 어떻게 키우는지 알 턱이 있나. 이것들이 모여 조화롭게 뽀글뽀글 끓으며 모락모락 김을 피워주면 그만인 것을.

 

보통 김치찌개라고 하면 돼지 앞다릿살(전지라고 한다)을 쓴다. 이 집에서는 삼겹살을 쓴다. 담백한 맛을 좋아하면 앞다릿살을, 약간 기름기 있는 것을 더 좋아하면 삼겹살을 찾을 일이다. 아무튼 이 집에서는 삼겹살을 쓰는데 오돌뼈도 씹힌다.

 

고기를 많이 넣어주는 것도 기억할 만하다. 어른 새끼손가락만 하게 썬 고기를 퍽 많이 넣어준다. 점심으로 찌개를 먹긴 먹었는데 해질녘쯤 배고파지는 젊은 직장인들을 위한 배려, 아니면 워낙 고기를 좋아하는 점심 손님을 위한 배려 아닐까.

 

밑반찬에는 주방장의 솜씨가 그대로 드러난다. 예닐곱 가지 반찬이 얹힌다. 제멋대로 놓은 것 같지만, 주인의 섬세함이 드러난다. 밥 먹는 중간에 반찬 더 달라고 주인 부르는 소리가 자꾸 들린다. 그런 집이다.


 

김치찌개에 라면사리 하나가 더해지면 금상첨화라고 할 것이다. 시중에 파는 라면사리가 아니다. 신라면이다. 신라면 사리는 잘 퍼지지 않아 국물이 바특하게 졸아들 때까지 졸깃함을 유지한다. 입성바른 손님일 경우 고기는 죄 건져먹고 육수를 더 주문한 뒤 라면을 넣을 일이다.

 

사실 이 집에서는 저녁에 장작삼겹살을 먹어야 한다. 그건 연중 아무 때나 가도 맛나다. 다음엔 그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 그건 그렇고, 이 김치찌개만은 딱 이맘때가 가장 맛있다. 소고기전골, 간장게장정식도 맛있다고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이의를 달 생각은 전혀 없고, 닥치고지금은 김치찌개다, 라고 생각한다.

 

시골장작구이: https://goo.gl/JZAjXq

진주시 진양교~경남도문예회관 중간


 

2017. 10.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