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과 언론의 힘과 역할
한글날이 되면 언론들은 한글날 관련 기사를 쏟아낸다. 방송도 마찬가지다. 잘못된 말글살이를 비판하는 기사가 아주 많다. 바쁜 나날에, 날마다 한글을 사랑하자, 우리말을 살려 쓰자고 주장할 수는 없으니 한글날을 맞이하여 이때만이라도 한글과 우리말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무분별한 외국어 사용에 대해 비판하고, 청소년들의 말글살이가 심각하게 왜곡돼 있음을 비판한다. 한글 운동을 하고 우리말 운동을 해온 분들을 기리고, 본받자고 열을 내어 보도한다. 참 고맙고 또 고마운 일이다. 이런 보도를 보고 들으면서 자라나는 세대들이 한글과 우리말에 대해 한두 번이라도 더 생각하고, 또 나중에 이들 가운데서 한글 운동가, 우리말 운동가들이 많이 나오게 되겠지.
그런 한편 씁쓸한 마음도 금할 길 없다. 오늘날과 같이 우리말 우리글이 멍들게 된 것에는 여러 가지 까닭이 있겠지만 언론과 방송의 영향 또한 무시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방송프로그램 제목에서부터 연예인들이 생각 없이 내뱉은 국적불명의 말까지 거름장치 없이 내보내는 것을 많이 본다. 신문은 지면의 제목을 아예 영어로 만들어 놓고 있다. 외국에서 먼저 생긴 어떤 현상이나 새로 만든 물건의 이름을 우리나라에 가져와서 가장 먼저 퍼뜨리는 게 방송이요 언론이다. 갑자기 길 한가운데가 푹 꺼지는 현상을 어디서 보고 듣고서는 ‘씽크홀’이라고 할 줄 알았지, 그냥 ‘땅 꺼짐’이라고 하면 배운 사람이나 못 배운 사람이나 다 잘 알아들을 것이라는 생각은 그다지 하지 않아 왔다. 그렇게 수십 년을 지내왔다.
국제화 시대(라는 말을 들먹이지 않더라도)에 모든 말글살이를 한글로만, 우리말로만 할 수는 없다. 그건 가능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영향력이 무엇보다 큰 방송과 언론은 외국어 또는 외래어를 쓸 때 꼭 이 말을 써야 할 것인가, 다른 쉬운 말로 바꿔 쓸 수는 없는가 한두 번만 생각해 보면 어떨까 한다. 적을 때는 한글로 적는 것이 알파벳이나 한자로 적는 것보다 더 아름답고 알아보기 쉽지 않은가 한두 번만 생각해 보면 어떨까 한다. 굳이 국어기본법을 갖고 오지 않더라도 일상생활 속에서 한글의 가치와 우리말의 소중함에 대하여 한두 번씩만 생각해 보고, 구체적으로 실천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글날을 맞이하면서, 언론과 방송의 힘과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본다.
10월 9일은 한글날이다. 1926년 11월 4일 조선어연구회(한글학회의 전신)가 주축이 되어 매년 음력 9월 29일을 ‘가갸날’로 정하여 행사를 거행했다. 지금의 한글날은 1940년 <훈민정음> 원본을 발견하여 그 말문(末文)에 적힌 ‘正統十一年九月上澣’에 근거한 것으로, 이를 양력으로 환산해보면 1446년(세종 28) 10월 9일이므로 1945년에 10월 9일로 확정했다. (다음 백과사전에서) 이 정도는 알고 넘어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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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8일자 <조선일보>에 난 기사입니다.
개깜놀" "우얏꼬" "ㅋㅋ"… 한글 파괴하는 방송사들
http://goo.gl/4dJFJu
2014.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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