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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2007년 4월 19일 만났다. 17년 7개월 나와 함께했다. 제주와 강원을 빼고는 전국 어디든 갔다. 25만 2000킬로미터쯤 달렸다. 사고는 많았다. 다행히 사람 다치는 사고는 한 번도 없었다. 버릇 나쁜 주인 덕분에 고속도로, 국도에서는 과속했고 방지턱도 힘차게 넘어야 했다. 산길, 논길, 들길을 가리지 않았다.  병이 났다. 큰 병은 아니다. 스스로 문이 잠긴다거나 유리창이 자꾸 위로 닫히려고 하는 등 조금 웃기는 고장이다. 내비게이션도 조금 이상하게 작동한다. 이런 데 익숙해져서 낭패로 이어지진 않았다. 그사이 이런저런 부품을 많이 수리하고 교체했다. 앞뒤 범퍼도 한 번씩 갈았다.   2022년 5월 말 전기차 살 때 바로 이별하려다가 3년만 더 함께하자 했다. 그러고서 3년이 흘렀다. 아직은 .. 2024. 11. 19.
퇴근 후 출근 처제는 안산에서 식당을 운영한다. 배달전문점이다. 몇 번 먹었는데 아주 맛있다. 갈비김치찜, 삼겹살김치찜이 인기가 높다. 주말에 아내가 친정 다녀오면서 삼겹살김치찜을 가져 왔다. 한번 먹고 남은 걸 냉장고에 넣었다. 오늘 저녁에 꺼냈다. 양파와 대파를 조금 썰어 넣었다. 안주로 보였다. 먹다 남은 소주와 맥주를 비벼 서너 잔 마셨다. 딱 좋다. 라디오 들으며 설거지까지 했다. 세상 돌아가는 데 관심을 끄려고 해도 잘 안 된다. 혼잣말로 욕 하다가 한숨 쉬다가 말았다. 압력밥솥에 밥을 안쳤다. 아이쿱생협에서 산 오분도미에 찹쌀과 잡곡을 조금씩 섞었다. 15분 끓였다. 뜸 들인 뒤 식은 밥을 냉장고에 넣었다. 일주일치 밥이다. 라디오는 끝나지 않았다. 내일 아침 국물이 걱정되었다. 내일 저녁엔 술 약속이 있.. 2024. 11. 12.
‘온 세상을 데운 따뜻한 씨앗’ 마당극 <목화> 제16회 목화축제에서 처음 공연한 날  마당극 는 2022년 12월 16일(금) 오후 2시와 17일(토) 오후 2시 산청 큰들 마당극마을에서 창작 시연회를 한 작품이다. 나는 둘째 날 처음 이 작품을 만났다. 아직 코로나19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황이어서 20명만 초청하여 시연회를 열었는데 운 좋게 20명에 들어간 것이다. 그날은 지금 ‘까망극장’이 들어선 빈터 여기저기에 흰 눈이 쌓여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바람이 차가웠다. 유난히 따뜻한 그 무엇인가가 필요하던 때이다. ‘세상을 데운 따뜻한 씨앗’이라는 부제와 따뜻한 빛깔의 포스터가 무척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 것도 기억난다.  그로부터 거의 2년이 흘렀다. 2024년 10월 27일(일) 낮 12시 40분 산청군 단성면 목화시배유지에서 마당극 2.. 2024. 10. 27.
2024 문화가 있는 날-오작교 아리랑(335회) 2024 문화가 있는 날 ‘문화가 있는 날-구석구석 문화 배달’이라는 게 있다. 아는 사람은 잘 알겠지만 모르는 사람은 무슨 말인가 할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민이 일상에서 문화를 쉽게 접하도록 매달 마지막 수요일 또는 그 주중에 문화 환경이 취약한 지역, 아직 문화시설을 갖추지 못한 혁신도시, 그 외 문화지구에서 다양한 문화향유 및 활동의 기회를 지원하는데 이를 ‘문화가 있는 날-구석구석 문화 배달’이라고 한다.  문화공연을 구경하고 싶어도 어디서 하는지 모르거나 시간이 없거나 돈이 없거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문화를 접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라에서 문화 공연단을 보내어 편안하고 즐겁게 공연을 즐기도록 해주는 것이다. 중국요릿집에 짜장면 시키듯이 문화 배달을 주문하면 전국의 수많은 극단이나 문화 공.. 2024. 10. 26.
20년 2004년 3월 1일 현재 직장에 왔다. 2024년 3월 1일 20년이 되었다. 오늘 개교기념식에서 20년 근속상을 받았다(행사장엔 가지 않았다). 먼저, 과거와 현재 동료들이 참 많이 고맙다. 돌아가신 어버이와 모든 가족 덕분이다. 첫 직장까지 합하면 32년 정도 직장생활을 했다. ‘밥벌이의 지겨움’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내가 한 일 즉, 내가 쓴 글과 내가 한 말이 어떤 이에겐 도움이 되었겠지만 어떤 경우엔 화살이 되었을 것이다. 그저 널리 이해해 주길 바란다.  점심 먹고 들어오니 책상에 꽃이 놓여 있다. 내 얼굴이 나오는 사진도 있고 뒷면에는 진심이 담긴 인사글이 적혀 있다. 한참 서 있었다. 창밖을 보았다. 메타세쿼이아는 노릇노릇 가을을 담고 하늘은 청청명명 세월을 안고 있다. 목이 말랐다. 용.. 2024. 10. 16.
긴 하루 긴 하루 하루가 길다. 지겹다거나 지루하다는 뜻은 아니다. 7시 30분 사무실 나가서 몇 가지 일을 했다. 굳이 종류를 세자면 6가지가 넘는다. 그렇게 휴일 아침을 서두르는 건 까닭이 있다. 2시에 시작하는 마당극을 보러 가기 위해서이다.  10시 조금 지나 집으로 왔다. 아침에 하지 못한 설거지부터 해치웠다. 컵라면을 끓이고 식은밥을 데워 끼니를 때웠다. 11시 10분쯤 길을 나섰다. 동의보감촌으로 향하는 길이다. 주차하는 게 가장 힘들고 귀찮은데 용케 금방 차를 세웠다. 운이 좋다.  무릉교 입구에 있는 로 곧장 올라갔다. 주차장에서 한걸음에 올라가기엔 제법 멀고 높다. 운동이라 여기면 된다. 허벅지와 장딴지와 발목으로 전달되는 허리의 통증이 나쁘지 않다. 꼬마기차를 타고 오르는 사람, 나처럼 계단으.. 2024. 10.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