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1 고 대위 점심 식사 후 쉬고 있는데 병장 한 명이 나에게 “야! 너랑 똑같은 대위가 하나 왔다!”고 말했다. 나는 일병이었다. “네?” 기분이 묘했다. 대위가 새로 배치되어 왔는데 나와 닮은 모양이다, 라고 생각했다. 오전에 동료 병사들이 나를 보고 키들키들 웃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닮아도 많이 닮은 모양이다, 라고 생각했다. 고 대위라는 분은 나에게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 궁금증이 눈덩이처럼 커졌지만, 언젠가 만나지겠거니 하는 생각으로 한 이틀을 더 보낸 것 같다. 사흘째 되던 날 새벽 4시부터 6시까지 상황실 앞 보초를 섰던 나는, 멀리서 다가오는 검은 그림자를 보곤 잔뜩 긴장했다. 군인들 걸음걸이가 대개 엇비슷한데 그 그림자는 군인다워도 너무 군인다웠던 것이다. 어깨에 힘을 잔뜩 넣은 채 오른쪽 겨드랑이엔 .. 2014. 11. 27.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