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1.
◐ 경찰청 관계자는 “주변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탈북에 대한 후회 등을 말하고 다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2022. 01. 03. 15:46)
새터민, 탈북민이라고 불리는 어떤 사람이 다시 북으로 돌아갔다. ‘돌아갔다’라고 하면 비행기 타고 친구들 환송받으며 간 것 같다. 그는 아무도 몰래 철책을 뚫고 월북했다. 평소 그의 행실이 어땠는지 경찰이 발표했다. 이 기사는 그 경찰의 말을 인용한 것이다.
‘주변 고향에 대한 그리움’, ‘탈북에 대한 후회’라는 말은 참 어색한 표현이다. 그런데도 낯익은 건 왜일까. 신문, 방송에서 ‘-에 대한’이라는 말을 하도 많이 써대기 때문이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이라거나 ‘탈북을 후회한다’라는 말을 할 줄 모르는 것 같다. 많은 동사와 형용사, 조사와 어미를 잡아먹는 ‘-에 대한’이란 괴물이 무섭다.
따옴표 안에 인용한 말을 이렇게 쓰면 어떨까. “평소 두고 온 고향을 그리워하며 탈북한 것을 후회한다고 말한 것으로 안다.”
092.
◐ 한국인의 국민 반찬 콩나물이 위기에 처했다. 생산자들이 최근 연달아 콩나물 생산을 포기하고 있어서다. ( 2022. 01. 03. 15:49)
생산 원가는 2000원인데 590원에 팔린다. 이른바 ‘국민 반찬’이라는 콩나물 값이 형편없이 내렸다. ‘식자재마트’의 횡포 때문이란다. 대형 마트들은 고객을 유인하는 대표 미끼 상품으로 콩나물을 내건단다. 나쁘다고 욕을 해줘야 하는데 콩나물 값이 싼 건 고맙다. 이율배반이 따로 없다.
‘콩나물이 위기에 처했다’라고 했다. 의인법을 쓴 것일까. 의인법은 주로 문학작품에서 쓰는 수사법이다. 기사에서 쓰지 말라는 법은 없다. ‘콩나물 생산자들이 위기에 처했다’라거나 더 적극적으로 ‘국산 콩나물이 밥상에서 사라지게 됐다’라고 하면 어떤가. 적극적이긴 한데 감칠맛은 덜하다. 의인법이 이겼다.
093.
◐ 올봄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이었던 그는 혼자서 전봇대에 올라갔다 변을 당했고, 까맣게 타 버린 채 가족 곁으로 돌아왔습니다. (2022. 01. 03. 20:10)
올봄 결혼할 예정이던 한 남자가 전봇대에서 일을 하다가 2만 2000볼트 고압 전류에 감전하여 사망했다. 그는 한전의 하청업체 노동자이다. 그리고 그때 그는 혼자 일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나이는 38살이다. 안타까운 죽음은 새해에도 멈추지를 않는다.
‘예비 신랑이었던’이라는 말과 ‘예비 신랑이던’이라는 말 가운데 어느 게 더 사실에 가까운가. 어느 게 더 쉬운가. 어느 것이 더 우리말다운가. 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필요는 없다. ‘예비 신랑인’이라고 하면 어떤가. 이런 슬픈 기사를 놓고 이런 말을 따지는 스스로 부끄럽고 한심하다.
'기사 문장 다르게 써 보기 연습' 카테고리의 다른 글
(097-099) 기사 문장 다르게 써 보기 연습 (0) | 2023.04.05 |
---|---|
(094-096) 기사 문장 다르게 써 보기 연습 (0) | 2023.04.04 |
(088-090) 기사 문장 다르게 써 보기 연습 (0) | 2023.03.15 |
(085-087) 기사 문장 다르게 써 보기 연습 (0) | 2023.03.14 |
(082-084) 기사 문장 다르게 써 보기 연습 (0) | 2023.03.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