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8.
◐ 가정에 비해 신문 구독 규모가 큰 사무실 등 영업장에서는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데다 신문을 읽은 경로에 대한 고려도 부족했다. (2021. 12. 31. 11:40)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신문 열독률을 조사했는데, 사무실 등 영업장에서는 조사하지 않았다는 기사이다. 인터넷 시대에 집에서 신문을 열심히 읽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이 기사에 일리가 있다. 다른 문제도 있다. 사무실에서도 한가하게 신문을 열심히 읽다가는 쫓겨날 수도 있다. 사무실에서 신문을 구독하는 데는 다른 까닭이 있을지 모른다.
‘영업장에서는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데다’라는 표현은 어색하다. ‘영업장에서는 조사하지 않은 데다’라고 하면 어떤가. ‘이뤄지다’는 꼭 필요한 곳에 써야 하는데, 이 기사에서는 쓰지 않아도 되겠다. ‘이뤄지다’를 쓰지 않으려고 생각하는 순간 새로운 문장 쓰기가 시작된다. ‘-에 대한’도 되도록 쓰지 않는 게 좋다. ‘신문을 읽은 경로에 대한 고려도 부족했다’는 ‘신문을 읽은 경로를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라고 하면 되겠다.
089.
◐ 대선을 앞두고 마타도어와 네거티브가 판을 치는 가운데, 후보자들의 정책과 자질을 깊이있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입소문이 더 널리 퍼지는 모습이다. (2022. 01. 03. 10:24)
선거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말이 ‘마타도어’다. ‘네거티브’도 선거 보도에 자주 나온다. 마타도어를 쉽게 말하면 ‘흑색선전’, ‘모략선전’이다. 이 말도 쉽지는 않다. 네거티브는 부정적이라는 말인데 선거에서는 ‘부정적 전략’이라는 뜻이겠다.
언론사 기자들은 ‘흑색선전, 모략선전, 부정적 전략’ 이런 말보다는 서양에서 건너온 마타도어, 네거티브 같은 말을 더 좋아하는가 보다. 신기한 일이다. 언론인이 좋아하기도 하겠지만, 정치인이 먼저 이 말을 쓰니까 따라 쓰는 일도 잦을 것이다. 정치인은 국민이 쓰는 말과 다르게 써야 더 돋보인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슬픈 일이다.
‘판을 치는’은 조심히 살펴야 한다. ‘판치다’는 한 낱말이다. 한 낱말을 인수분해한 뒤 ‘-을’을 넣었다. ‘주먹이 판치는 세상’이라고 할 것을 ‘주먹이 판을 치는 세상’으로 말해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인다. 이건 맞는가 틀린가. 모르겠다. ‘말하다’는 한 낱말이지만 ‘말을 하다’로도 곧잘 쓰이는 것을 생각하면 되겠다. 이런 경우 앞뒤 문맥을 살펴야 하는데 그 문맥이라는 것도 정답이 없는 것이어서 가늠하기 쉽지 않다.
‘널리 퍼지는 모습이다’는 말도 자주 나온다. ‘~ 하는 모습이다’, ‘~ 하는 모습을 보였다’라는 표현은 우리말답지 않다. 문학작품에서 이렇게 쓰면 낯섦, 색다름이라도 있겠지만 간결한 어투를 생명처럼 여기는 신문 기사 문장에서는 피하는 게 상책이다. 그런데도 너도나도 이런 표현을 남발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어떤 사정이 있을까.
090.
◐ 수사당국은 횡령혐의자의 신병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법원이 압수수색 등 영장을 발부하면 이씨의 계좌도 모두 동결돼 동진쎄미켐 55만주가 더이상 거래되지 않도록 조치할 수 있다. (2022. 01. 03. 13:44)
경제 기사, 금융 기사, 주식 기사는 좀 어렵다. 이런 기사가 머리에 쏙쏙 들어오고 재미있었다면 삶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이런 기사가 재미없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신병’이라는 말은 형사 사건 기사에서 자주 보인다. 경찰이나 검찰이 죄지은 사람을 붙잡을 때 주로 등장한다. 이 말뜻을 정확히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경찰이나 검찰처럼 법조계에서 일하는 사람 말고. ‘신병’(身柄)은 ‘보호나 구금의 대상이 되는 사람의 몸’이라는 뜻이다. ‘신병 처리’, ‘신병을 인도하다’, ‘범죄 용의자의 신병을 확보하다’처럼 쓴다(보기글은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가져옴).
언론 기사에서 띄어쓰기는 곧잘 무시한다. 언론 보도의 특성상 불가피한 것인지, 몰라서 그러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자주 보이는 띄어쓰기 오류는 ‘이씨’, ‘김모씨’, ‘홍길동씨’처럼 ‘씨’를 붙여 쓰는 경우이다. 다음은 단위이다. ‘55만 주’로 띄어 써야 할 것을 이 기사에서처럼 붙이는 경우가 흔하다. 돈을 나타내는 ‘원’도 붙여 쓰고 수량을 나타내는 ‘개’도 붙여 쓴다. 단위는 의존명사이기 때문에 띄어 써야 한다. 이건 애교다. ‘더이상’을 붙여 쓰면 명백히 틀렸다. 언론 기사에서 이런 오류가 자주 나타나고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게 되면 나중에는 맞춤법, 띄어쓰기 규정을 바꾸거나 두 낱말을 한 낱말로 인정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한동안 헷갈리기는 하겠지만 그것 자체가 잘못된 방향이라고 할 수는 없다. 말이란 그런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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