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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문장 다르게 써 보기 연습

(025-027) 기사 문장 다르게 써 보기 연습

by 이우기, yiwoogi 2023. 1. 12.

025.

◐ 한국은 회복력(resilience)에서 전년보다 두 단계 오른 7위를 기록하는 등 가장 큰 향상을 보였다. (2021. 12. 06. 11:40)

 

호주 로위연구소에서 조사한 ‘2021년 아시아 파워지수’에서 우리나라가 지난해와 같이 7위를 차지했다는 기사이다. 이런저런 다양한 항목으로 평가하는 모양인데, 이런 걸 왜 하는지 잘 모르겠다. 무엇이든지 평가하여 한 줄로 세워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의 놀음 아닌가 싶다.

이 문장에서 ‘가장 큰 향상을 보였다’라는 말은 좀 어색하다. ‘-을 보였다’라는 말은 기사 문장에서 자주 보인다. 가령 날씨 알림 기사에서는 “오늘은 10도 안팎의 분포를 보였다”라고 한다. 위 기사에서는 ‘가장 크게 향상했다(올랐다)’라고 하면 되겠다. ‘~ 7위를 기록하여 가장 크게 오른 나라였다’라고 해도 되겠다.

 

026.

◐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의 올해 무역 성과를 두고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이런 성과를 폄훼해서는 안 된다고 일침했다. (2021. 12. 06. 12:13)

 

정부가 이뤄낸 소중한 성과를 비하하지 말라고 대통령이 한마디 한 모양이다. 잘한 일은 성원해 달라는 부탁일 것이다. 그런 심정 이해가 된다.

그렇지만 발음하기 쉽지 않고 뜻도 어려운 ‘폄훼’라는 말을 쓴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비난하는 사람이 제법 있을 것이다. ‘남을 깎아내려 헐뜯음’이라는 뜻이니 ‘이런 성과를 깎아내려서는 안 된다’라거나 ‘이런 성과를 헐뜯지 말라’라고 하면 어땠을까.

명색 한 나라의 대통령이니 그 언어에 품위가 있어야 한다고 할 수 있다. ‘아버지’보다 ‘부친’이 품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어찌 ‘깎아내리다’, ‘헐뜯다’라는 말을 하느냐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모든 국민이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소통하는 것 이상의 품위는 없다고 본다.

이 기사를 갖고 온 까닭은 다른 데 있다. ‘일침했다’라는 말이 그것이다. 일침은 명사(이름씨)로 ‘일침을 가하다,’, ‘일침을 맞다’, ‘뼈아픈 일침이 되었다’처럼 쓴다. ‘일침’에 ‘-하다’를 붙여 ‘일침하다’라고는 쓰지 않는다. ‘공부’라는 명사에 ‘-하다’를 붙여 ‘공부하다’라는 동사를 만드는 것과 다르다는 말이다. 가령 ‘기술(技術)’이라는 명사에 ‘-하다’를 붙여 ‘기술하다’라고 쓰지 않는 것과 같다.

 

027.

◐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비대면 백 브리핑에서 “청소년을 코로나19 감염에서 보호하는 가치를 높게 봤을 때, 학습권에 대한 권한보다 보호라는 공익적 측면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2021. 12. 06. 12:57)

 

청소년에게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를 적용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문제로 시끄럽다. 적용하지 말라고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한 모양이다. 나는 백신 접종이 공동체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건 그렇고.

‘브리핑’은 하도 많이 들어서 알겠는데, ‘백 브리핑’은 무엇일까? 브리핑은 ‘보고’ 또는 ‘기자회견’이라고 한다. ‘백 브리핑’은 그 브리핑을 뒤돌아서서 하는 것일까. 실제 그렇다면 참 웃기겠다.

국립국어원은 ‘백 브리핑’을 ‘덧보고’로 순화하라고 했다. 순화한 말을 보니 무슨 뜻인지 알겠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보충해서 더 설명해 주는 것이 백 브리핑인데, ‘덧보고’, ‘덧 브리핑’이라고 쓰라고 하면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이 문장에서 더 어색한 것은 ‘학습권에 대한 권한보다’라는 표현이다. ‘학습권에 대한 권한’은 무엇일까. 그냥 ‘학습권’이라고 하면 될 일 아닌가. 말을 왜 이렇게 비틀어서 쓰는지 참 모르겠다. ‘-에 대한’을 안 쓰려고 노력하면 이런 웃기는 문장도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