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티고개 봉황교 아래에서 오전 11시 35분경 151번 버스를 탔다. 이 차는 며칠 전 밤에 중앙시장 근처에서도 한번 탄 적이 있다. 말티고개를 넘어오는 것인 줄 몰랐다. 오늘 알았다. 우리집 방향으로 가는 건 확실한데 잘 기억나지는 않는다. 그날은 제법 취했었다.
진주여고 뒤 비봉산에서 출발하여 의곡사 뒤를 지나 봉황교 입구까지 걸어가는 데 1시간 30분 남짓 걸렸는데 다리도 아프지 않았고 땀도 많이 나지는 않았다. 배도 고프지 않았다. 따라서 천천히 걸어서 장대동까지 내려가서 시내버스를 탈 생각이었다.
마침 버스 한 대가 달려오기에 손을 번쩍 들었고 용케 나를 태워 주었다. 나를 재빨리 발견해준 색안경 낀 젊은 기사에게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승객은 나 말고 2명이었다. 남자 승객, 여자 승객이었다.
151번 버스는 장대동 놀이터 못 미친 곳(반도병원)에서 고등학생 3명을 태웠는데 이들은 진주보건대학 지나자마자 내렸다. 원래 있던 남자 승객 1명은 중앙시장에서 내렸고, 아주머니 1명은 진주여고에서 내렸다. 진주보건대학 앞에서 탄 대학생 1명은 이현웰가에서 내렸다. 승객이 가장 많을 때 6명이었다. 나는 맨 뒷자리에서 이들이 타고 내리는 걸 다 지켜보았다. 이현웰가에서 진주교대까지 승객은 나뿐이었다. 시내버스 대절!
버스를 타면 좋은 점이 많다. 가장 좋은 건, 평소 운전하며 지나갈 땐 안 보이던 풍경이 비로소 눈에 들어온다는 것이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표정도, 같이 버스 기다리며 볼 때와 버스 안에서 볼 때 다르다. 개성껏 잘 만들어 단 식당 간판도 보이고 하도 오래 낡아 보여서 손님이 한 명이라도 있을까 싶은 간판도 본다. 버스는 정류장과 정류장 사이에서 앞차에 밀리기도 하고 신호등 때문에 서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주변을 두리번거려 보는데 아주 재미있다.
오늘 탄 버스는 운이 좋았다. 승객은 별로 없었지만 신호 잘 받았고 명절을 앞둔 일요일인데도 차는 막히지 않았다. 내가 탄 지점에서 내린 곳까지 무려 25개나 되는 정류장을 지나 내린 시간은 11시 58분이었다. 23분만에 그 많은 정류장을 지나온 것이다. 정류장 개수도 그러려니와 시내 바깥쪽을 빙빙 돌았는데도 시간은 생각보다 짧게 걸렸다. 까닭이 있다. 거의 대부분의 정류장을 그냥 지나친 덕분이다. 버스가 정류장에 서고 승객이 내리고 타는 데 걸리는 시간이 많이 줄어든 것이다.
151번 버스의 전체 정류장은 56개다. 경상대 앞에 가서는 번호를 100번으로 바꾸어서 진주역을 왕복한다는 것도 오늘 알았다. 전체 노선을 진주시 지도 위에 그려놓은 것을 찾아보았다. 진주‘시내’ 지역을 절반으로 나누었을 때 151번이 절반을, 150번이 나머지 절반을 운행하고 있었다. 시내 중심으로는 들어가지 않고 가장자리를 찾아 빙빙 도는 것이다.
이렇게 노선을 짠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잘 모르겠지만 필시 이렇게 할 수밖에 없도록 지역마다 민원이 있었을 것이고 승객들도 나름 편리하다고 여길 것이다. 운전기사들도 이해하고 버스회사도 받아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조금 이해하기 어렵다.
처음 탄 요일은 목요일이었고 시간은 저녁 10시 무렵이었다. 버스 안은 널널했다. 버스는 잘 달렸다. 두 번째 탄 오늘은 일요일이고 시간은 오전 11시 30분에서 12시 사이였다. 둘 다 승객이 그렇게 없는 시간으로 보긴 어렵다. 하지만 두 번 다 승객은 별로 없었다. 속으로 ‘이 차는 왜 이 노선으로 달릴까? 일부러 승객이 이용하지 않는 곳을 개발하려고 그랬나?’ 생각했다.
특히 이현웰가에서 자동차전용도로(국도)로 올라섰다가 다시 덕산아파트로 지나 대아고로 돌아오는 그 부분은 참 이해하기 힘들었다. 아무도 타지 않는 곳을 그렇게 빙 돌 수밖에 없었는지 의문이다.
다른 요일, 다른 시간대엔 이 버스에도 승객이 제법 많을 것이다. 실제 평일 학생들 등교시간에는 신안ㆍ평거동에서 경상대 방향으로 많은 학생이 이용하는 것을 본다. 마침 내가 두 번 탈 때만 차 안이 텅 빈 것처럼 보였을 뿐일 것이다. 일단, 그렇게 생각해 둔다.
아무튼 오늘 151번 버스 덕분에 시내 구경 잘했고, 시내버스도 이렇게 신속하게 목적지까지 승객을 데려다 줄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2017. 10.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