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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면허증 경신 유감

by 이우기, yiwoogi 2017. 5. 16.

운전면허증은 거의 모든 경우에주민등록증을 대신할 수 있다. 주민등록증은 어떤 경우에운전면허증을 대신할 수 없다. 둘 다 갖고 다니기엔 귀찮아서, 잃어버릴까 봐 걱정돼서 하나만 갖고 다닌다. 면허증만 있으면 된다. 올초 면허증 적성검사 기간이 다 되었다고 몇 차례 편지가 왔다. 1월부터 7월 사이에 경신하라고 하였다.

 

4월 마지막 주 목요일에 사진을 찍었다. 51일 노동절 쉬는 틈을 타 진주경찰서에 갔다. 건강검진도 필요한데 최근 2년 이내에 검강검진한 자료를 조회할 수 있으면 따로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면허증 경신 수수료 12500원을 냈다. 카드로도 낼 수 있어 좋았다. 창원시 진동에 있다는 마산운전면허시험장까지 가지 않아도 되어 참 고마웠다. 친절한 진주경찰서 담당자는 517일 이후에 찾으러 오라고 헌 면허증 뒤에 사인펜으로 써 주었다. 까먹지 말라는 뜻이다.

 

56일 토요일 아들 휴대폰을 새로 사주기 위하여 LG전자에 갔다. 몇 번 망설이던 끝에 간 것이어서 기필코 사기로 했다. 사실 이날에만 두 번 간 것이었다. 아직 고등학생인 아들을 대신하여 내 이름과 주민번호와 신분증이 필요했다. 면허증을 주었다. 상담하시는 분은 면허증 경신 기간이네요?”라고 알은 체를 했고, “, 경신 신청을 해 놨는데 17일 이후에 바뀔 것이니 지금은 괜찮을 겁니다.”라고 답해주었다.

 

아들의 휴대폰은 515일 월요일 개통될 예정이었다. 그 사이 통신회사에 무슨 일이 있어서 즉시 개통은 안 되었던 것이다. 월요일 이런저런 행사로 바쁜 와중에 LG전자에서 전화가 왔다. 면허증 번호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까닭을 넘겨짚을 수 있었다. 곧바로 면허시험장으로 전화했다. 전화번호는 12500원 낼 때 받아둔 카드 영수증에 적혀 있었다.

 

이름을 들먹이니 진동 면허시험장에서는 면허증을 이미 발급하여 진주경찰서로 보냈다고 한다. 발급한 날짜에 이전 면허증은 사용정지 처리했다고 한다. 언제 발급했느냐 물으니 58일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58일부터 15일까지 1주일간 나는 사용할 수도 없는 플라스틱 면허증을 애지중지 지갑에 넣어 다닌 것이다. 웃음이 나왔다. “일을 그렇게 처리하면 되느냐? 면허증 주인이 전달받는 시점에 이전 면허증을 정지 처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점잖게 물으니 시스템상어쩔 수 없다고 한다.

 

진주경찰서로 갔다. 쓸모 없는 면허증을 내미니 즉시 새 면허증을 내어준다. 싹싹하게 웃는 남자 경찰에게, 진동 면허시험장에 했던 말과 똑같이 말했다. “본인이 새 면허증을 받지도 않았는데 저쪽에서 먼저 헌 면허증을 정지 처리하면 되느냐?”하니 현재 시스템으로서는 불가피하다며 양해를 구한다. “그러면 진주경찰서에 면허증이 도착하자마자 문자로 알려주면 되지 않았겠느냐?”라고 물으려다가 참았다. 착하게 생긴 이분이 뭐라고 말할지 너무나 뻔했기 때문이다.

 


새로 받은 면허증을 들고 LG전자에 부리나케 달려가 새로 신분 확인을 하도록 했다. 요즘 세상에 꼭 신분증을 제출하도록 되어 있는 통신회사의 그 시스템도 좀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거기서 궁시렁거렸다가는 아들 휴대폰 개통이 더 늦어질까 봐 애써 웃음만 지었다. 일을 다 처리하고 돌아나오다가 다시 생각해 보았다. 만약 그 사이에 내가 급하게 은행일을 보려 했다면, 아니면 다른 무슨 일로 신분증 사본이나 신분증이 필요한 일이 생겼다면 나는 주민증을 찾으러 급히 집으로 달려가야 했을 것 아닌가. 그곳이 진주가 아니라 창원이나 부산이었다면, 아니 서울이었다면 어땠을까. 물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일어나서도 안 된다.

 

21세기 첨단 시대에, 달나라에도 갔다 오는 시대에, IT 강국이니 4차 산업혁명이니 하는 시대에 면허증 경신 업무 처리를 이렇게 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마산운전면허시험장에서 면허증을 경찰서로 보내지 않고 본인에게 바로 택배로 보내는 방법이 있었다 하더라도 하루 동안의 공백은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고 지금 생각해 보니, 진주경찰서 면허증 경신 담당하시는 분 자리에 새 면허증으로 보이는 게 엄청 많이 꽂혀 있었는데, 그 면허증 주인들은 어쩌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2017. 5.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