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맛집3 새우구이 새우가 맛있는 계절이다. 찬바람 덕분인지 쓸쓸함 덕분인지 모르겠다. 수족관에 가라앉아 있지 않은 녀석들을 골라 왕소금 위에 얹는다. 살고 싶어 발버둥치지만 짓누르고 있는 뚜껑을 어쩌지 못한다. 어깨를 내리누르는 '밥벌이의 지겨움'에서 끝내 탈출할 수 없는 나를 본다. 거무튀튀하던 색깔이 주황색으로 바뀌면 익은 것이다. 우리 의식과 사상은 잿빛으로 익어간다. 철듦이 맛있는 나이이다. 버터를 발라 튀겨야 하는 대가리를 싹둑싹둑 자른다. 살을 조금 붙여두는 걸 배려라고 해선 안 된다. 저요, 아니오라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세상을 향한 질문을 삭둑삭둑 잘라주지 않으면 밥벌이 대열에서 튕겨나가게 된다. 물음표보다는 말줄임표가 살아가는 데 더 도움된다는 걸 알아야 한다. 새우라면은 끝이다. 눈이 호강하고 귀가 즐거.. 2020. 9. 17. 지리산흑돼지맑은곰탕 집에서 5분 걸어가면 이 있다. 냉면으로 이름을 날렸다. 지금도 그렇다. 손님이 많아서 여름철엔 번호표를 뽑아야 한다. 이 집에 대여섯 번 갔는데 그때마다 별관에서 먹었다. 길가에 차를 세웠다가 주차위반 딱지를 받은 적 있다. 한 시간 반 기다리다 되돌아간 날이다. 화가 났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난해 '지리산흑돼지맑은곰탕'이라는 새로운 밥을 개발했다고 들었다. 길가에 붙여 놓은 펼침막 사진을 보고 군침을 흘렸다. '지리산'이라는 이름도, '흑돼지'라는 이름도, '맑은'이라는 이름도, '곰탕'이라는 이름도 죄다 눈길을 끌었다. 작명을 잘했다. 한번 먹어보고 감상을 적어보리라 마음먹었다. 드디어 8월 28일 저녁 아내와 갔다. 7시 넘어 산책하듯 살랑살랑 나불천 바람 맞으며 걸어갔다. 손님이 그렇게 많지는.. 2020. 8. 29. 어랑횟집 모름지기 횟집을 가려면 이런 집을 가야지. 회는 대충대충 굵직굵직 설겅설겅 썰어야 제맛이지. 대패밥처럼 얇시리하면 젓가락 갖다대기가 좀 민망할걸. 묵직한 접시는 정중앙에 떡하니 놓는 게 손님에 대한 예의 아니겠어? 맛난 회를 지키기 위한 푸성귀들의 단결력이 눈길을 끌지. 하도 재미있어서 출석을 불러보는데... 고구마 감자가 최전선에 서고 곶감 새우 돼지감자는 그 곁을 철통방어하지. 마는 기름장과 어깨 겯고 인삼은 꿀과 공동전선을 펴며 마른오징어는 마요네즈와 ‘마씨’ 동성으로 똘똘 뭉쳐 결합하였지. 떼려야 뗄 수 없는 연합작전 앞에 동공이 풀릴지도 몰라. 당근 고추 순무 파프리카 양파는 우글우글 모여앉아 호시탐탐 넘보는 사람의 눈길을 딴데로 분산시키는 구실을 맡았어. 교란작전 최고 명수들이 보호색을 뒤집어.. 2020. 6. 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