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호산6 무릎 꿇으면 보이는 것들 허리를 숙였다. 무릎을 꺾었다. 이름을 모르겠는 봄풀 사이에 돌나물이 제법 물이 올랐다. 보름쯤 뒤 돌나물은 꽃을 피워낼 것인지 어느 집 밥반찬으로 고추장을 뒤집어쓴 채 생을 마감할지 궁금하다. 아름드리나무 밑에 어린 느티나무가 아등바등 자라고 있다. 겨우 네다섯 개뿐인 이파리로 햇빛을 받아들여 광합성을 해낼지 사뭇 걱정된다. 뿌리를 어디로 뻗어야 겨우 목숨이라도 부지할지 알기나 할는지…. 겨우내 습기를 잃어버린 풀숲엔 낙엽만 바스락거리는데 그 사이사이로 연초록 어리고 여린 나무들이 숨쉬고 있다. 썩어서 썩어서 마침내 거름이 되어버린 아비의 흔적을 자양분 삼아 조금씩 조금씩 커가고 있다. 바위 틈서리에 날려 온 꽃씨가 온힘을 다해 공기 속 온도와 습도를 붙잡았다. 가느다란 햇살과 엷디엷은 바람은 노랑으로.. 2020. 4. 9. 너 너는 어찌 그러한 빛깔이냐 너를 무엇이라고 부르겠냐 너에게 뉘 사랑이 씌었더냐 너만한 맑음이 어디 있더냐 너만큼 밝음이 또 있겠더냐 너에게 묻지 않을 수 없구나 네게 감탄할 수밖에 없구나 너를 두고 발길이 떨어지랴 너를 돌아보고 또 돌아본다 너를 숲속에 두기가 애닯다 널 야생에 방치하기 아쉽다 너를 그냥 두고 갈 수가 없다 눈에 담고 마음에 넣고 또한 사진에 새겨 오늘을 기록한다 아름다운 풀잎이여, 꽃이여 —숙호산을 지나며 2020. 4. 7. 시윤 2020. 4. 8. 숙호산 숙호산아 반갑구나 호랑이는 잠깼느냐 봄바람이 차갑구나 잰걸음을 놓아보자 꽃향기가 어지럽다 두다리에 힘을주자 주안상은 집에있고 나는이제 내리막길 서산해는 어서가자 장딴지는 묵적지근 숙호산아 잘있거라 호랑이는 달리거라 2020. 4. 6. 시윤 2020. 4. 8. 운돌 가는 길 오후 5시 40분에 집을 나섰다. 혹시나 싶어 작은 배낭에 초코파이 하나와 쌀과자 두 개를 넣었다. 물병은 늘 필수다. 왕산 다녀온 뒤 허벅지 살이 퍽퍽하고 은근하게 당기는 게 영 마음에 걸린 때문이다. 뭉친 근육을 풀어주자는 생각이다. 저녁밥 걱정하던 아내의 배웅을 받으며 가벼운 발.. 2019. 6. 4. 가야 할 까닭이 있는 길은 힘들지 않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때 다짐했다. 오후 5시 정각 퇴근하여 5시 20분쯤 집에 차 대 놓고 이것저것 준비하여 5시 30분쯤 출발하리라. 석갑산! 준비랄 것도 없다. 옷 갈아입고 물병 하나 챙기고 이어폰만 귀에 꽂으면 끝이다. 하루 종일 설레었다. 어렴풋이 생각해 보니 지난해 이맘때 석갑산, 숙호.. 2018. 2. 19. 하나를 포기하면 둘을 얻는다 오후 5시 퇴근한다. 해가 쨍쨍하다. 옷부터 갈아입는다. 숙호산 오르기 딱 좋다. 냉장고 찬물을 작은 병에 옮겨 붓는다. 문득, 이게 아니다 싶어진다. 아내는 아들 학교에 일곱 시까지 가야 한다. 일 마치고 가자면 마음부터 바쁠 것이다. 버스 기다리는 시간에 발을 동동거릴 것이다. 숙호.. 2017. 5. 3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