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기, yiwoogi 2024. 10. 16. 19:16

<20년>

 

2004년 3월 1일 현재 직장에 왔다. 2024년 3월 1일 20년이 되었다. 오늘 개교기념식에서 20년 근속상을 받았다(행사장엔 가지 않았다). 먼저, 과거와 현재 동료들이 참 많이 고맙다. 돌아가신 어버이와 모든 가족 덕분이다. 첫 직장까지 합하면 32년 정도 직장생활을 했다. ‘밥벌이의 지겨움’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내가 한 일 즉, 내가 쓴 글과 내가 한 말이 어떤 이에겐 도움이 되었겠지만 어떤 경우엔 화살이 되었을 것이다. 그저 널리 이해해 주길 바란다.

 

 

점심 먹고 들어오니 책상에 꽃이 놓여 있다. 내 얼굴이 나오는 사진도 있고 뒷면에는 진심이 담긴 인사글이 적혀 있다. 한참 서 있었다. 창밖을 보았다. 메타세쿼이아는 노릇노릇 가을을 담고 하늘은 청청명명 세월을 안고 있다. 목이 말랐다. 용케 잘 참고 퇴근시간까지 버텼다. 저녁 간단히 먹고 들어와 책상에 앉아 또다시 한참 생각한다. 다가올 날이 무섭고 두렵다. 하루하루가 버겁다. 솔직히 그러하다.

 

 

나에게 한 마디 남겨 둔다. “그동안 고생했다. 잘한 건 당연한 일이고, 잘못한 건 반성해라.”

 

2024. 10. 16.(수)

이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