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기, yiwoogi 2024. 1. 18. 14:13

<새해 모임>


소맥을 서너 잔 마실 때까지 안주는 시외버스처럼 나오지 않았다. 먼저 등장한 해물파전은 눈 깜짝할 사이에 분해됐다. 이윽고 '꼬막 한 접시'가 나왔다. 비빔국수를 가채로 얹을 줄 몰랐다. 꼬막은 작았다. 작은 만큼 고소하고 매웠다. 서로 양보하느라 미적거린 탓에 국수가락이 불었다. '오뎅탕'이라 해야 더 맛있는 안주도 나중에 나왔다. 국물 맛과 오뎅의 졸깃함은 안개처럼 사라졌다. 취했다.

 

대화는 끊기지 않았다. 웃음소리는 커졌다. 삶의 무게는 내려놓고 인생의 즐거움은 올렸다. 그때는 힘들었지만 지나고 보니 지난해도, 지지난해도 나름대로 행복했다는 걸 깨달았다. 꼬막과 국수가 엉기듯 서로 어깨를 내어주고 웃음을 주고받는 게 중요하다는 것도 배웠다. 창밖에서 우리를 시샘하는 어둠 때문에 자리를 파했다. 아, 그건 추위 때문이었는지도 모를 일. 새해 인사였지만 실은, 오랜만의 만남이었다. 아무튼 그러하다.

 

 

2024. 1. 9.
ㅇㅇ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