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큰들 마당극 보러 가기

<이상해 지구 뜨거워 지구>

이우기, yiwoogi 2023. 8. 17. 16:39

<이상해 지구 뜨거워 지구>

 

마당극 전문 극단 큰들이 새 작품을 내놨다. <이상해 지구 뜨거워 지구>이다. 제목에서 딱 알 수 있다. 지구가 이상해졌다. 지구가 뜨거워졌다. 지구가 뜨거워지면 풀, 꽃, 나무, 새, 고라니, 토끼, 사자가 살 수 없다. 물고기도 못 산다. 꿀벌도 다 죽는다. 그러면 사람은 어찌 될까. 죽고 말지. 지구 종말이 온다는 말이다.

 

지구가 이상해지지 않게 뜨거워지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답을 알고 있다. 그 답을 실천하지 않을 뿐이다. ‘나 혼자면 어때’ 하는 심리 때문이다. ‘오늘 하루면 어때’ 하는 안일함 때문이다.

 

마당극은 지구가 더 이상 뜨거워지면 안 된다는 절체절명의 숙제를 놓고, 삼장법사와 손오공, 사오정과 저팔계가 지구를 구하러 떠나는 이야기다.

 

큰들이 <이상해 지구 뜨거워 지구>를 공연한다는 것을 알린 지 두어 달 됐다. 삼장법사는 어느 배우가 할지 손오공은 어느 배우가 맡을지 궁금했다. 대본은 감동 명작 <찔레꽃>을 쓴 김안순 배우 겸 작가가 썼다는 것을 알았다. 그 외 큰들 단원들이 이전 작품을 제작할 때와 비슷한 역할을 맡아 꽤 오랫동안 고생을 거듭했다. 특히 8월 15일 첫 공연을 앞두고 7-8월 무더운 여름을 더 뜨겁게 보냈을 것이다. 

 

포스터에 적힌 출연진에 김가람 배우가 맨 위에 있었다. 아하, 김가람 씨가 손오공을 하겠구나 여겼다. 김가람 씨가 삼장법사를 하는 건 상상하기 어려우니까. 공연 포스터는 누가 그렸을까. 그건 이래저래 여기저기 물어보다가 알게 됐다. 큰들의 젊은 단원들이 손재주를 발휘했다고 한다. 그런저런 궁금함을 간직한 채 첫 공연 관람 기회를 기다려왔다. 드디어 8월 15일이 왔다. 8월 15일은 나에게는 12일부터 17일까지 엿새 동안 이어지는 여름 휴가의 한가운데였다. 

 

이상 기후, 기후 위기, 지구 온난화, 환경 문제와 같은 말을 하루에도 수십 번 듣고 보는 세상이다. 극단 큰들은 22년 전인 2001년 9월 에너지시민연대 마당극 공모사업 당선작으로 환경마당극 <바람개비>를 창작하여 환경부 주최 제7회 환경의 날 기념식 초청공연(세종문화회관) 등 2007년까지 전국의 환경단체,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69회 공연한 적 있다.

 

그러니까 큰들은 지구 온난화를 포함하는 환경문제를 오래전부터 깊은 관심을 갖고 눈여겨보아 왔다. <바람개비>를 본 적은 없지만 그때부터 가져온 문제의식과 그 문제의식을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야 할지 큰들은 익히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달라졌다. 불과 20여 년 만에 이상기후 현상은 더욱 거칠어졌고 인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실천이 무척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범 지구적 재앙을 막을 수 없게 됐다. 큰들이 못하는 게 없는 만능 재주꾼이자 전사인 손오공을 불러온 까닭은 여기에 있을 것이다. 삼장법사의 불법도 한몫한다. 그건 내용을 보면 안다.

 

극단 큰들의 새 마당극 <이상해 지구 뜨거워 지구>의 공연 안내 포스터.

 

<이상해 지구 뜨거워 지구>는 7개 마당으로 구성돼 있다. 나쁜 짓을 저질러 갇혀 있던 손오공이 위기에 빠진 지구를 구하기 위해 풀려나는 장면(1마당 오행산의 손오공과 삼장), 지구의 기후 위기를 조장하는 우마왕이 등장하는 장면(2마당 우마왕)으로 시작한다. 우마왕이 저질러 놓은 지구 곳곳의 위기 현장도 목격한다. 바다요괴는 고래의 뱃속에 온갖 쓰레기를 집어넣어 놓았다. 태평양 한가운데에는 한반도의 17배나 되는 쓰레기 섬이 둥둥 떠 있다(3마당 바다요괴). 산불요괴는 지구 곳곳에 걷잡을 수 없는 불을 놓는다. 한번 붙은 불은 몇 달간 이어진다. 동식물이 죄다 타 죽는다(4마당 산불요괴). 거대한 도시는 과소비로 인해 온갖 쓰레기가 넘친다. 끊임없이 소비를 부추기며 사람들의 눈과 귀를 현혹하는 자본주의의 폐해가 지구를 덮었다(5마당 거대한 도시). 손오공은 종횡무진 지구를 누비며 우마왕의 졸개 요괴들을 제거하며 지구를 구한다(6마당 우마왕 소굴). 지구는 구해졌을까. 이제 지구는 괜찮아졌을까(7마당 이제 지구는 괜찮은가).

 

큰들은 <이상해 지구 뜨거워 지구>를 마당극으로 만들면서 마당극 너머의 그 무엇으로 형상화했다. 마당극이라고 하면, 전통적으로는 마당에서 하는 연극이다. 무대도 음향장치도 조명도 없이 북·장구·징·꽹과리·태평소 등 전통악기로 극의 내용을 뒷받침한다. 세상이 변했으니 제대로 된 무대장치가 필요해졌다. 걸개그림을 배경으로 놓고 한쪽 구석에는 악사가 위치한다. 여러 가지 음향을 미리 준비하여 극의 내용에 맞춰 틀어준다. 마당판에서 노는 여남은 명의 배우 말고도 연출팀이 따로 필요해진 것이다.

 

하지만 <이상해 지구 뜨거워 지구>는 더욱 다양한 장치를 동원했다. 기존에 큰들 마당극에서는 볼 수 없던 특수효과라고 할까. 빛을 활용하여 악역의 우두머리 마왕을 등장시키는 장면은 놀랍다. <앙금당실 토별가>에서 보았음 직한 특수효과(가령 그림자 효과)와 소품 사용법(가령 화마로 가족을 잃은 코알라의 등장)이 큰들 마당극에서 새롭게 활용되는 것 같다. 휘황한 조명과 다양한 음향도 극의 긴장감을 드높인다.

 

이 마당극을 정말 마당판에서 펼치려면 첫 공연한 상황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단순화한 작업이 필요할지 모르겠다. 가령 ‘동의보감촌 잔디광장’에서 <이상해 지구 뜨거워 지구>를 공연한다면, 지금과 같은 조명효과, 음향효과를 모두 활용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초중고등학교의 강당이나 각 시군의 문화예술회관 같은 실내에서 여러 장치를 제대로 갖춰놓고 공연하면 딱 좋을 것 같다는 말이다. 실내전용 마당극이라고나 할까. 앞으로 어떻게 변화 발전해 가는지 지켜보는 것도 큰들 팬들에겐 기쁨이다.

 

주제가 제법 무겁고 진지하긴 해도 마당극은 어디까지나 마당극이다. 큰들의 장기인 풍자와 익살과 해학적 요소가 곳곳에 놓여 있다. 아재개그도 여러 차례 등장한다. 넋 놓고 보고 있자면 그 재미요소를 놓치기 십상이다. 잠시도 쉬지 않고 수없이 쏟아지는 대사를 듣다 보면 포복절도할 만한 개그 요소가 곳곳에 놓여 있다. 그것을 놓치지 않는 것도 마당극을 제대로 즐기는 비법 가운데 하나다. 유난히 많았던 어린 관객들이 배우들의 자잘한 아재개그에 더 빨리, 더 크게 반응하는 것도 좀 신기했다. 그만큼 때묻지 않은 순진무구함 때문 아닐까. 

 

무대 위에는 온갖 가지 소품이 등장한다. 1시간 동안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소품과 처음부터 끝까지 놓여 있는 소품들을 하나하나 눈여겨본다면 큰들 마당극의 재미를 더 크게 느낄 것이다. 손오공이 갇혀 있던 감옥이 마지막에는 우마왕의 감옥이 되는 것, 오행산의 산봉우리가 고래가 되는 것, 산봉우리를 뒤로 돌리면 다른 그 무엇이 되는 것, 근두운의 등장과 퇴장 등은 보는 재미도 재미려니와 큰들의 번뜩이는 재치를 엿보기에 충분하다. 우마왕이 손오공과 싸우는 장면의 커다란 입체 얼굴과 손은 관객의 눈을 더욱 즐겁게 했다. 언제 어느 대목에서 예상하지 못한 소품이 등장할지를 기다리는 것, 이 또한 재미다. 

 

이 마당극은 어린이를 주 관객으로 설정한 듯하다.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의 의상과 말투가 그렇다. 지구온난화, 지구위기의 주범을 우마왕으로 상정하고 그 우마왕을 처단하는 것이 지구를 구하는 것이라는 동화적 설정이 그렇다. 객석을 찾은 많은 어린이들이 중간 중간 와~ 하는 함성을 내지르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다른 마당극 작품보다 어린이들의 반응이 즉각적이고 도수가 높았다. 

 

손오공의 여의봉에 저세상으로 간 ‘미세먼지 팀장’, ‘매연 팀장’, ‘메탄가스 팀장’, ‘대기가스 팀장’, ‘플라스틱 팀장’, ‘일회용품 총괄 팀장’ 같은 이름도 다분히 어린이적 발상이다. 우마왕 제국의 사원 이름은 ‘비닐’, ‘피브이시(PVC)’, ‘나무젓가락’ 따위다. 이런 작명에서 기후위기를 극복하려는 우리가 무엇부터 실천해야 하는지 큰들은 넌지시 일러준다. 특히 어린이들이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주는 부분이다. 

 

그렇지만 이 마당극은 어른을 대상으로 한 작품이다. 지구를 위기에 빠뜨린 실제 원인이 무엇인지 다 아는 어른들에게 ‘언제까지 이렇게 두고 보고만 있을 것인가’라고 묻는다.

 

“이 쓰레기들 내가 버린 겁니까? 다 당신들이 버린 거잖아. 자기들도 그러면서 왜 나한테만 그래? 오케이 알았어. 이제부터 아무것도 하지 마. 나도 지구를 위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 테니까 당신들도 지구를 위해서 핸드폰 다 버려. 자동차 타지 마. 여기 전기 아껴야 되니까 에어컨 끄고 조명 꺼. 그리고 농사도 짓지 마. 농사가 환경을 얼마나 파괴시키는데. 다들 나무껍질 벗겨먹고 풀뿌리 캐 먹으며 원시인처럼 살란 말이야.”

 

우마왕이 외치는 말이다. 우마왕이 지구 환경을 파괴하고 지구 온난화를 불러온 주범으로 지목되어 처단당할 위기에 처하자 자신을 변호하며 우리들에게 던지는 비명이다. 이 말은 우마왕이 자기의 악행을 합리화하기 위해 외치는 구차한 변명이지만, 이 마당극을 보는 관객에게 스스로를 돌아보라는 주문처럼 들린다. 실제 핸드폰을 쓰지 않고 자동차를 타지 않고 전기를 끌 수는 없다. 이 무더운 여름날 에어컨 없이 살 수 없다. 더구나 농사를 짓지 않고서는 생존할 수가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마왕이 여기 전기 아껴야 하니까 조명 꺼!라고 말하는 대목이 있다. 8월 15일 첫 공연에서는 조명을 끄지 않았다. 관객도 실제로 조명을 끄리라고 생각지 않는다. 8월 17일 두 번째 공연에서는 조명 꺼!라고 하니까 실제 조명이 꺼진다. 그러자 우마왕이 외친다. 야, 끄라고 한다고 진짜 끄냐?!두 번 잇따라 본 관객만이 알아볼 수 있는 틈새 웃음 요소이다. 그렇다. 큰들은 한 번 작품을 만들면 그것을 완성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공연할 때마다 어떤 때는 작은 부분을, 어떤 때는 큰 부분을, 어떤 때는 배우를 바꿔 간다. 배우를 바꾸는 것이야 그럴 만한 사정이 있을 것이고, 그 외 내용을 바꿔 나가는 것은 어떡하면 관객에게 쉽게 다가갈까, 어떡하면 관객을 즐겁게 해 줄까를 늘 생각하고 고민하는 큰들의 열정과 정열의 소산이다, 라고 나는 믿는다. 이게 큰들이 생명을 이어 나가고 생명력을 키워 나가는 비법 아닐까.

 

아무튼, 큰들은 관객에게, 지구인에게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물음표를 던져주고 있다. 우리가 혹시 우마왕은 아니었는지 되묻는 것이다. 우마왕의 유혹에 빠졌다고 변명할 수도 있겠지만 정말 그러하기만 했는지 자문해 보라고 말하는 듯하다. 새것, 큰 것, 높은 것, 넓은 것, 비싼 것, 편한 것을 끊임없이 추구하면서 지구를 만신창이로 만드는 데 정말 아무런 책임이 없는지 묻는다. 실제 생활에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치품명품이라 이름 붙여 과소비를 합리화하지는 않았는지, 이 마당극은 돌아보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이러한 물음에 나는 아니다라고 고개를 저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동화 같은 마당극을 열심히 보다가 보면, 어른인 우리는 어느새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아무튼 손오공이 우마왕을 물리쳤다. 손오공과 그 일행의 일이 끝났다. 손오공이 근두운을 부른다. 극의 맨처음 근두운은 각종 공해(자동차 매연에서부터 전쟁으로 인한 포탄 연기까지)에 시달려 고장 나 있었다. 이제 제 성능을 회복했을까. 아니다. 근두운은 아직 많이 아프다며 찾지 말라고 한다. 어찌 된 일인가. 우마왕을 물리쳤는데.

 

손오공이 묻는다. “스승님, 우마왕을 물리쳤는데 근두운이 왜 저래요?” 삼장법사는 말한다. 우마왕의 단말마적인 외침에 대한 대답이기도 하다. “우마왕을 잡았다고 지구가 갑자기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필요한 일이지.” 저팔계가 끼어든다. “그럼 우리 임무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얘기군요?” 삼장법사는 다시 대답한다. “우마왕을 잡았으니 너희들이 할 일은 끝났다. 너희 갈 길 가거라.”

 

그들은 헤어지고 말까. 가다 보니 삼장법사와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이 나란히 걷고 있다. 삼장법사가 의아할 수밖에. 그래서 물었겠지. 왜 따라다니느냐고? “스승님 따라 가는 것 아니에요. 내 길 가는 거예요.”라고 사오정이 답한다. 삼장법사가 말한다. 이 마당극의 결론이다. “내가 가는 길은 덜 사고 덜 쓰고 조금 불편한 길일 수 있다. 같이할 수 있겠느냐?” 저팔계가 큰소리친다. “각오하고 있습니다.” 다함께 외친다. “이 길이 우리 길이에요!” “그럼 가보자꾸나.” 삼장법사는 웃는다. 

 

만약 우마왕을 처치한 것으로 마당극이 끝난다면 어땠을까. 그래, 지구는 손오공에게 맡기면 돼’라고들 생각하기 십상이겠다. 그러고 나면 1시간 마당극을 본 관객에게 주어진 임무나 실천이 무엇일지 불분명해진다. 역시 큰들다웠다. 이제 비로소 새롭게 시작한다는 설정 자체가 매우 돋보인다. 이상해진 지구, 뜨거워진 지구를 구하는 일은 날마다 새롭게 시작하고 날마다 그 매듭을 엮어가며 죽을 때까지 실천해 나가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인류가 멸망하지 않고, 그리고 코알라도 자기 땅에서 살아가도록 해주기 위해서.

 

그렇다. 작은 것부터 쉬운 것부터 가까운 것부터, 멈추지 말고 꾸준히, 실망하지 말고 앞을 향하여 열심히 노력하면 이상해진 지구, 뜨거워진 지구를 구해낼 수 있지 않을까. 개인 개인의 각오와 실천이 중요하다. 소기업, 중기업, 대기업들의 노력이 중요하다. 지방정부, 중앙정부의 정책결정과 예산지원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나라만 나서서는 안 된다. 전 세계가 함께 뜻을 모아야 한다. 그러고 있다. 그러고 있는 것 같다. 그러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 그러고 있을 것으로 믿는 것은 타당한지 자문해 본다. 슬프다. 

 

극단 큰들이 관객에게 나눠주는 전단에 적힌 홍보 글귀와 만든 사람들, 출연 배우들 이름을 옮겨 놓는다. 홍보 글귀는 큰들이 <이상해 지구 뜨거워 지구>를 만든 까닭을 밝혀 놓은 것이어서 매우 중요하다. 만든 사람은 영원히 바뀌지 않을 테지만, 배우들은 어쩌다 바뀌기도 하므로 첫 공연할 때의 배역을 기록해 두는 것이다.

 

배우들 이름을 적어두는 것은 다른 뜻도 있다. 큰들도 밝힌 바 있듯이, 이번에 창작한 <이상해 지구 뜨거워 지구>는 그 어느 작품보다 창작과정이 힘들었다고 한다. 직접 작품을 보면 대번에 알 수 있다. 배우는 10명이다. 이들이 시종일관, 종횡무진, 좌충우돌, 동에 번쩍 서에 번쩍, 고군분투하며 수많은 대사와 동작을 엮어 나간다. 정말 눈알이 핑핑 돌 지경이다. 조금만 대사를 놓치거나 동작을 틀리게 되면 뒷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다(대부분 작품이 그러하지만 특히 이 작품은 그 강도가 높은 것 같다). 조명과 음향의 조화도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영화를 보는 듯하다. 그러니 엄청난 대작을 첫 공연한 배우들의 이름을 한 분 한 분 적어놓는 게 관객 된 자의, 후원회원 된 자의 도리라고 여기는 것도 당연하다고 하겠다. 

 

“지구 온난화, 극한의 더위와 추위, 거세지는 태풍, 홍수, 가뭄…. 점점 더 뜨거워지는 지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손오공 크루들이 총출동했습니다. 손오공 크루들이 펼치는 스펙터클 지구온도 낮추기 대작전! 손오공은 과연 지구를 지켜낼 수 있을까요?!” (‘크루’라는 말은 잘 모르겠다. 여기서는 ‘동지’와 ‘졸개’ 그 사이쯤이라고 이해하고 넘어간다.)

 

또한 큰들은 ‘공연을 준비하며’라는 인사말에서 “기후 위기 문제를 모두 담아내기에 짧은 60분이지만, 현 지구 상황을 조금이나마 마당극으로 표현하고, 개인 한 명 한 명의 마음과 더불어 기업정부가 함께 노력할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지길 바라 본다.”라고 밝히고 있다.

 

[만든 사람들] 제작 극단 큰들, 감독 전민규, 연출 송병갑, 작가 김안순, 무대 및 소품 제작 박춘우·박정현, 음향디자인 안정호, 주제곡 작곡·녹음 전찬율, 의상디자인·의상제작1 하은희·김영난, 의상제작2 이수한복 이수미, 조명 코어시스템 이종민, 기획 김세림·진은주, 홍보 이은숙·최샛별

 

[출연 배우] 김가람(손오공), 김상문(저팔계), 김혜경(사오정), 이인근(삼장법사), 허대원(근두운), 홍수완(우마왕), 김안순(알고리즘 요괴), 안정호(코러스), 윤민서(코러스), 김정경(코러스) (삼장법사와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 이외의 배우들은 한 가지 역할만 맡는 게 아니다. ‘코러스’라는 말은 잘 모르겠다. 많은 단역을 소화하면서 온갖 춤동작으로 관객을 사로잡는 배우라고 여긴다.)

 

이 마당극은 2023년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창작했다고 한다. 마당극을 창작하도록 지원하는 쪽이나 그것을 받아 열심히 멋지게 작품으로 일궈낸 큰들이나 매우 고마운 일이다. 

 

2023. 8. 17.(목)

(첫 번째 공연 보고 쓴 글을 두 번째 공연 보고 다시 고치고 더함, 앞으로 더 고칠 수 있음)

이우기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