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4-096) 기사 문장 다르게 써 보기 연습
094.
◐ 고려대는 전년도 정시와 거의 비슷한 경쟁률을 보였다. (2022. 01. 03. 20:58)
대학들이 2022학년도 대학입시의 한 단계인 정시모집 원서접수를 마감했다. 대학마다 경쟁률을 발표한다. 요즘 입시에서 대학별 경쟁률은 큰 의미가 없다. 그런데도 언론은 앞다퉈 경쟁률을 보도한다. 경쟁률이 높은 대학이 좋은 대학인 것처럼 비치기도 한다. 웃기는 세상이다.
이 기사의 주어는 ‘고려대는’이다. 서술어는 ‘보였다’이다. 무엇을 보였는가. ‘경쟁률’을 보였다. ‘고려대가 경쟁률을 보였다.’ 이게 이 문장의 뼈대다. 좀 이상하다. 경쟁률이라면 ‘기록했다’가 따라와야 할 듯하다.
이 문장을 조금 바꿔본다. ‘고려대의 경쟁률은 지난해 정시와 거의 비슷했다.’ 어떤가. 주어는 ‘경쟁률’이다. 서술어는 ‘비슷했다’이다. 누구의 경쟁률인가. 고려대의 경쟁률이다. 이 문장의 뼈대는 ‘고려대의 경쟁률은 비슷했다’이다. 위 문장보다는 훨씬 자연스럽다. 이해하기도 쉽다.
언론 기사 문장에서 ‘-을 보였다’라는 표현이 자주 나온다. 이 기사에서만 보더라도 ‘성균관대는 ~ 4.76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라고 나온다. 이런 표현도 나온다. ‘같은 날 접수를 마친 연세대도 경쟁률이 올랐다.’ 어떻게 표현하는 게 나은지 알 것 같다.
095.
◐ 체조선수 출신이라고 하지만 철통 감시망을 뚫고 3m 높이 철조망을 2차례 수월히 뛰어넘어 감시·경계병을 따돌린 솜씨는 군 특수부대원을 방불케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2. 01. 05. 15:04)
‘작전에 실패한 병사는 용서받을 수 있지만 경계에 실패한 병사는 용서받지 못한다.’ 군대에서 들은 말이다. 이 말을 실감하는 사건이다. 같은 사람이 거의 같은 장소에서 비슷한 수법으로 남북의 경계를 들락날락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군 특수부대원을 방불케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라는 표현은 어색하다. ‘평가가 나온다’라고 했는데 어디에서 나온다는 말인지 아리송하다. 그건 그렇다 치고. 이런 상황에서 ‘평가’라는 말이 왜 나올까. ‘평가’는 ‘사물의 가치나 수준 따위를 평함. 또는 그 가치나 수준’이라는 말인데 여기서는 통 어울리지 않는다. 남북을 마음대로 오간 그 사람의 높이뛰기 실력이라도 평가했다는 것일까. 말이 안 된다. ‘방불케 했다’로 끝맺었으면 가장 좋았겠다.
‘솜씨’는 ‘손을 놀려 무엇을 만들거나 어떤 일을 하는 재주’라는 말인데, 여기서는 잘못 선택한 낱말이다.
096.
◐ 평택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 3명이 순직하자 소방노조는 “반복되는 무리한 진압 명령으로 또 동료를 잃었다”고 거세게 비판하며 대비책 마련을 촉구했다. (2022. 01. 07. 14:28)
기사 첫 문장이다. 이 안타까운 비극을 모르는 국민이 없겠다. 그렇더라도 기사 문장은 냉정하고 친절하게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평택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 화재 현장’처럼 명사만 여럿 나열하면 친절한 문장이라고 하기 어렵다. ‘평택에 있는 냉동창고 신축 공사 현장에서 일어난 화재에서’라고 하면 너무 늘어져 보이는가. ‘소방노조’도 불친절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말만 보면 ‘소방공무원 노동조합’을 생각할 것이다. 이 기사 두 번째 문단에 가서 ‘소방을 사랑하는 공무원노동조합’이라고 나오는데 이것이 곧 ‘소방노조’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검색해 보면 ‘전국소방안전공무원노동조합’이라는 것도 있다. 헷갈릴 수 있다. ‘소방을 사랑하는 공무원노동조합’을 기사 첫 문장에 넣고 두 번째 문단에서부터 ‘소방노조’라고 쓰면 더 좋았겠다. 그렇더라도 묶음표 안에 ‘소방노조’라고 밝혀 주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