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5-087) 기사 문장 다르게 써 보기 연습
085.
◐ 전국택배노조 CJ대한통운 지부가 택배비 인상분이 불공정하게 배분되고 있다며 어제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갔습니다. (2021. 12. 29. 20:28)
이 기사의 제목은 ‘CJ택배노조 “택배 수수료 공정하게 배분해야”..파업발 물류 차질 가시화’이다. 노조가 파업해서 물류 차질이 생겼다는 말이다. 언뜻 맞는 말처럼 보인다. 하지만 한 단계 더 들어가 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택배비가 인상됐는데 그걸 불공정하게 배분한 사측 책임도 분명 있다.
‘배분되고 있다며’는 ‘배분된다며’라고 해도 되겠다. ‘굳이 있다고 하지 않아도 있는’ 경우다. ‘어제부터 ~ 들어갔습니다’는 어떤가. 이 기사대로라면 총파업에 들어간 건 어제다. 오늘도 총파업에 들어간다. 내일도 총파업에 들어간다. 실제로 들어간 건 어제인데 ‘-부터’라는 말 때문에 이상하게 해석된다. 날마다 총파업에 들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부터’와 ‘들어가다’, ‘돌입하다’, ‘시작하다’를 나란히 쓸 때 조심해야 한다. ‘3일부터 시작한다’라고 하는 것보다 ‘3일에 시작한다’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하다. ‘시작, 돌입, 들어가다’는 그 시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 기사를 이렇게 쓰면 어떤가. ‘전국택배노조 CJ대한통운 지부가 택배비 인상분이 불공정하게 배분된다며 어제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갔습니다’ 조금 고쳤을 뿐인데 훨씬 낫다.
086.
◐ 말초신경장애는 매우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이상 증상이 생기면 조기에 신경과 전문의의 진료를 통해 원인질환을 찾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가장 좋다. (2021. 12. 30. 05:00)
문장을 짧게 쓰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얼마나 짧게 써야 할까. 알맞은 길이가 있을까. 다르게 말해본다. 한 문장에 하나의 의미를 담아라. 문장을 배배 꼬지 말아라. 비슷하면서도 다른 말이다. 아무튼 문장을 나눌 수 있으면 나누는 게 좋다. 이건 대부분 동의할 것 같다.
이 문장은 셋으로 나눠 본다. ‘말초신경장애는 매우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다.’, ‘이상 증상이 생기면 조기에 신경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원인 질환을 찾으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뜻이 조금 달라지기는 했지만 이해하기는 훨씬 쉽다. 이렇게 써야 한다는 건 아니다.
‘-에 의해’, ‘-를 통해’라는 표현은 쓰지 않을수록 문장은 간명해진다. ‘신경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는 ‘신경과에서 진료받는 것이 좋다’ 또는 ‘신경과를 찾아가는 것이 좋다’라고 써도 되겠다. ‘적절한’은 ‘알맞은’이라는 뜻인데 말맛은 좀 다르다.
087.
◐ 한국 수출은 3년만에 기존 최대치(6049억달러)를 약 396억달러 뛰어넘으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2022. 01. 01. 09:25)
2021년 우리나라 수출액이 6445억 달러로 역사상 가장 많았다고 한다. 그동안 최고액이던 2018년 6049억 달러보다 400억 달러 많다. 무역 순위도 9위에서 8위로 올랐다. ‘경제 대국’이라는 말이 와닿는다. 그런데도 언론 보도를 보면, 우리나라는 내일 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만 같다. 해괴한 일이다.
이 기사를 보고 기존 최대치를 뛰어넘은 게 ‘수출’인지 ‘수출액’인지 물을 수 있다. 정확하게 하자면 ‘수출액’이겠다. 언론 기사에서 띄어쓰기는 종종 무시한다. 한눈에 알아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여긴다. ‘3년만에’는 ‘3년 만에’로, ‘6049억달러’는 ‘6049억 달러’로 띄어 써야 한다.
이 기사에서 더 자세히 살펴보는 말은 ‘경신’이다. 한자로는 ‘更新’ 이렇게 쓴다. 이 한자는 ‘갱신’으로 읽기도 한다. ‘경신’과 ‘갱신’은 다른 말이라서 잘 가려 써야 한다고들 한다. 가령, ‘경신’은 ‘노사 간 단체 협상 경신’, ‘마라톤 세계 기록 경신’, ‘최대 전력 수요 경신’으로 쓴다. 갱신은 ‘환경 갱신’, ‘계약 갱신’, ‘비자 갱신’, ‘시스템의 갱신’으로 쓴다(보기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가져옴). 차이가 보이는가. 나는 이 말 쓸 때마다 사전을 두 번 세 번 확인한다. 그래도 모르겠다. 헷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