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문장 다르게 써 보기 연습

(019-021) 기사 문장 다르게 써 보기 연습

이우기, yiwoogi 2023. 1. 10. 07:52

019.

◐ 앞서 이 대표는 윤 후보 측의 ‘이준석 패싱’에 반발하며 나흘째 잠행 아닌 잠행을 하며 무력시위를 벌였다. (2021. 12. 03. 09:30)

 

한 정당의 대표와 대통령 선거 후보 사이가 버석거린다. 누가 잘했고 잘못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대표는 당사에 출근하지 않고 회의도 하지 않으며 여러 지역으로 나돈다. 지역에서 이런저런 말을 한 것이 언론에 보도된다. 이런 일은 잘 없던 것이어서 언론에서는 날마다 기사를 쏟아 낸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무력시위’라는 말은 지나쳤다. 무력시위라는 말의 뜻은 ‘군사상의 힘으로 위력이나 기세를 드러냄’이다. 이 말뜻을 기자가 잘 몰랐을까. 아니면 이 대표가 어디에서 군사를 일으키기라도 했을까. 꼭 군사를 일으키는 상황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 대표가 힘으로 억지를 부린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패싱’ 이런 말은 왜 쓸까. 패싱이라는 말 대신 어떤 말을 쓰면 좋을까. ‘통과, 무시, 건너뛰기, 생략’ 따위 말이 떠오르는데, 내가 보기엔 ‘무시’가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다.

 

020.

강수량이 많지는 않지만, 아침 기온이 영하권에 머물 것으로 보여 출근길 도로 곳곳에 살얼음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2021. 12. 03. 00:28)

 

일반적으로 비가 내린 양을 ‘강우량’이라고 한다. 눈이 내린 양은 ‘강설량’이다. 둘 다 아울러 이르는 말은 ‘강수량’이다. 눈이 녹으면 물이 되니까 그런 것 같다.

겨울에 내린 비가 얼어붙으면 매우 미끄럽다. 사고가 잦아진다. 이때 얼어붙은 것을 ‘블랙아이스’라고들 했다. ‘영하도 아닌데…벌써 블랙아이스 ‘쿵쿵’’과 같은 기사 제목이나 “출근길 전국적으로 내린 겨울비에 노면 결빙, 이른바 ‘블랙아이스’로 인한 사고가 잇따랐습니다.”라는 기사를 쉽게 보거나 듣는다.

이 기사는 제목에서 ‘오늘 출근길 ‘도로 살얼음’..미끄럼 사고 비상’이라고 했다. ‘도로 살얼음’이라고 하니 대번에 무슨 말인지 알겠다. 블랙아이스보다는 도로 살얼음을 쓰면 좋겠다. ‘노면 결빙’도 봐줄 만하다.

 

021.

◐ 문체부는 내년 세출 예산의 70% 이상을 상반기에 배정하는 등 효율적 예산 집행을 통해 코로나 극복과 경제활력 조기 회복을 뒷받침할 예정이다. (2021. 12. 03. 16:53)

 

경제는 잘 모른다. 예산 70% 이상을 상반기에 집행하면 하반기에는 어떻게 될까 걱정하는 수준이다. 상반기, 하반기 할 것 없이 일 년 열두 달 골고루 배정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예산을 상반기에 몰아서 집행하는 게 경제에 도움이 된다면 이런 기사는 반갑다.

‘-을 통해’가 나왔다. ‘-에 대한’ 만큼 자주 나오는 표현이다. 대체로 ‘-으로’라고 하면 될 말이다. 왜 이런 표현을 널리 쓰는지 알 수 없다. 어디에서 온 말인지도 확실하지 않다. 영어를 번역한 말투라고들 하는데 그럴듯하게 들린다.

이 기사에서는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하여’라고 하면 된다. ‘예산의 효율적 집행으로’라고 해도 되겠는데 아무래도 앞의 것보다는 못하다. ‘-을 통해’를 통하지 않으면 문장을 못 만드는 사람이 제법 있을 것 같다. 그렇게라도 문장을 만드는 게 더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