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문장 다르게 써 보기 연습

(016-018) 기사 문장 다르게 써 보기 연습

이우기, yiwoogi 2023. 1. 9. 07:33

016.

◐ 대권을 잡으면 세종에 청와대 제2집무실을 설치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2021. 11. 29. 19:18)

 

누군가 대통령이 되면 세종에 청와대 제2집무실을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슨 근거가 필요하다. 이럴 때 주로 들먹이는 게 법이다. 그래서 ‘법적 근거’를 자주 이야기한다.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것은 ‘법을 제정하겠다’는 말이다. 이미 있는 법을 개정해도 된다. 사실 법적 근거를 들먹이는 이런 말은, 법 만드는 입법부(즉 국회)가 안 도와주면 안 하겠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 문장에서는 ‘설치할 수 있도록’을 자세히 살펴본다.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 ‘-할 수 있도록’, ‘-될 수 있도록’이라는 표현을 곧잘 쓴다. 희망, 의지, 가능성 따위를 강조하는 표현이다. 그런데 강조하지 않아도 될 문장에서도 굳이 ‘-할 수 있도록’을 쓴다.

“지금부터 행사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사회자가 많다. “지금부터 행사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게 더 낫다. “지금부터 행사를 시작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면 더 간결하다. 대체로 그렇다는 말이다.

위 기사 문장도 ‘제2집무실을 설치하도록 법적 근거를 ~’이라고 하면 좀 낫고, ‘제2집무실을 설치할 법적 근거를 ~’이라고 하면 훨씬 간명하다.

 

017.

◐ 윤 후보는 이 대표와의 꼬인 실타래를 먼저 푼 뒤, 홍 의원과도 추후 공식적인 만남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2021. 12. 03. 03:01)

 

‘-와의’, ‘-과도’를 이상하게 보는 분이 분명 있을 것이다. ‘윤 후보는 이 대표 사이에 꼬인 ~’이라고 할 수 있겠다. 구체적으로 누구와 누구 사이가 꼬인 것인지 좀 모호해진다.

나는 ‘추후’라는 말을 본다. ‘추후’는 ‘일이 지나간 얼마 뒤’라는 말이다. 여기서는 ‘다음에’, ‘나중에’, ‘앞으로’라고 해도 되겠다.

‘만남을 가질 것’이라는 말도 본다. ‘만남을 가진다’라는 표현은 여기저기서 자주 본다. ‘회의를 갖는다’, ‘시간을 갖는다’처럼 널리 쓴다. 영어 ‘have’를 직역한 것이라는 비판이 많다. 비판하는 쪽은 ‘이것 참 문제로구나’라고 여기겠는데, 이 말을 쓰는 쪽은 ‘그게 왜 문제지?’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아니면 아예 문제라고 생각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018.

◐ 정부는 일상회복의 중단은 하지 않겠다입장을 고수하며 거리두기 조치 시행은 최대한 미뤄왔다. (2021. 12. 03. 06:04)

 

‘일상회복의 중단은 하지 않겠다’라기보다 ‘일상회복을 중단하지는 않겠다’라고 하는 게 훨씬 우리말답다. 굳이 ‘의’를 넣을 필요가 없다.

‘입장’이라는 말은 눈에 거슬린다. 일본말에서 온 것이니 쓰지 말자고 주장하는 사람과, 그런 데 둔감한 사람과, 이렇든 저렇든 뜻만 통하면 된다는 사람과, 많은 사람이 자주 사용하는 말에 왜 시비 거느냐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나는 되도록 쓰지 말자는 쪽이다.

정부가 일상회복을 중단할 것인가 중단하지 않을 것인가라는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이것은 정부의 ‘입장’이라기보다는 ‘정책 판단’이라고 보는 게 맞다. ‘입장’을 쓴다고 하더라도 이 문장에서는 어울리지 않는다.

‘거리두기 조치 시행은 최대한 미뤄왔다’라는 말도 ‘거리두기 조치는 최대한 미뤄왔다’라고 쓰면 된다. ‘시행’이라는 말을 넣을 필요가 없겠다. 내가 보기에는 ‘조치’라는 말에 이미 ‘시행’이라는 뜻이 들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