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3-015) 기사 문장 다르게 써 보기 연습
013.
◐ 검찰은 지난주 말부터 대장동 로비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는 모습인데요. (2021. 11. 29. 19:16)
텔레비전 뉴스 문장이다. 짧고 간단하다. 그런데 문장이 이상하다. 이 문장대로라면 ‘검찰=모습’이 된다. ‘검찰의 모습이 어떠하다’, 또는 ‘검찰이 어떤 모습을 띠고 있다’라는 게 아니다. 물론 기사를 읽거나 듣는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것이다.
이 문장을 제대로 쓰려면 ‘검찰은 지난주 말부터 대장동 로비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요(내는데요)’라고 하면 된다. ‘모습’이 괜히 끼어들어 자기가 검찰이라고 우기는 것 같다.
미승우 선생은 일찍이 ≪새 맞춤법과 교정의 실제≫(1988, 어문각)에서 우리 말과 글 속에 자주 등장하는 ‘모습’을 118가지로 바꿔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책에서는 ‘틀리게 쓰인다’라고 말했다.
미승우 선생은 “모습의 뜻은 ‘자태(姿態)’와 같으므로, 어디까지나 우리의 눈에 비친 형태에 관련된 것에 써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추상적인 것에까지 쓰고 있으며, 적당히 삽입하는 경우도 많고, 쓰지 않아도 될 문장에까지 마구 쓰고 있는 실정이다.”(111쪽)라고 주장했다.
검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는 것은 형태와 거리가 멀다. 형태는 ‘사물의 생김새나 모양’인데 수사하는 상황, 그런 행동은 생김새도 아니고 모양도 아니기 때문이다.
014.
◐ 부모는 출생 직후부터 아이가 구토가 잦아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급기야는 배가 심하게 부풀어 오르는 것 같아 진찰을 받기 위해 방문한 것. (2021. 11. 29. 15:42)
‘급기야’라는 말이 있다. 간혹 언론 기사에서 보이기는 하지만 잘 쓰지 않는다. 한자로는 이렇게 쓴다. ‘及其也’. 어떤 사람은 잘 알겠지. 하지만 어떤 사람은 ‘급기야’가 한자어라는 사실에 놀라고 그 한자가 이렇게 생겼다는 데도 놀랄 것이다.
뜻은 ‘마지막에 가서는’, ‘마침내는’이다. 주의해 볼 게 있다. ‘급기야’라는 말 안에 ‘-는’이 있다. 강조하는 뜻이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급기야’라고 쓰면 맞지만 ‘급기야는’이라고 쓰면 안 된다는 것이다. ‘-는’이 겹치기 때문이다. 그다지 중요하지는 않다. 엄밀히 따지면 그렇다는 말이다.
비슷하다고 할까 똑같다고 할까. ‘필경’이 있다. 역시 잘 쓰지 않는 말이다. 한자로 이렇게 쓴다. ‘畢竟’. 뜻은 ‘끝장에 가서는’이다. 여기에도 ‘-는’이 있다. 따라서 ‘필경’도 ‘필경에는’이라고 잘 쓰지 않는다. ‘-는’이 겹치기 때문이다. ‘아래한글’ 무른모(소프트웨어)에서 ‘필경에는’이라고 쓰면 자동으로 빨간색 밑줄이 그어지는 것은 이런 까닭에서다. 위에서 ‘급기야는’은 밑줄이 그어지지 않는다.
‘급기야’를 ‘급기야는’이라고 써도 되고, ‘필경’을 ‘필경에는’이라고 써도 될 것이다. 말과 글을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조심하면 되겠다.
015.
◐ 검찰이 대장동 의혹에 등장하는 이른바 '50억 클럽' 중 한 명으로 지목된 곽상도 전 의원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2021. 11. 29. 20:10) ◐ 대장동 개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른바 '50억 클럽'에 거론된 인물들을 잇달아 불러 고강도 조사를 벌였습니다. 아울러 곽상도 전 의원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2021. 11. 29. 19:16) ◐ 검찰이 조금 전 곽상도 전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2021. 11. 29. 20:19)
하나는 ‘곽상도 전 의원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라고 했고, 다른 하나는 ‘곽 전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라고 했다. 또 다른 하나는 ‘곽상도 전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라고 썼다. 대충 찾아보면 ‘-의’라고 쓴 기사보다 ‘-에 대한’이 많고 그보다 ‘-에 대해’가 더 많다. 대체로 기자들은 이런 경우 ‘-에 대해’를 쓰는 것 같다. 낱낱이 조사하지는 않았다.
경남도민일보는 2021년 9월 10일 기사에서 “‘-에 대해’는 일본어 ‘∼について’의 직접 번역 투이며, 영어 ‘about’의 번역과도 연관된 것”이라며 “이것은 아예 빼 버려도 되고, ‘-을(는)’ 등으로 바꾸면 된다.”라고 했다.
나는 이런 게 자꾸 거슬리는데 다른 분은 그렇지 않은가 보다. 모든 사람이 한순간에 ‘-에 대해’를 없애지는 못할 것이다. 한 사람씩 고쳐 나가면 된다. 어쩌다 깜빡하고 쓰더라도 다음에 안 쓰면 된다. 그렇게 바꿔 나가면 된다. 그렇게 생각한다. 다음에는 ‘-에 대해’를 쓸 수밖에 없는 문장도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