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기, yiwoogi 2018. 9. 30. 12:32



 

큰들 마당극 보러 산청한방약초축제 간 김에 동의보감촌에 올라갔다. 낫을 사기 위해서였다. 동의보감촌 잔디마당 한쪽에 보면 대장간이 있다. 꽤 유명한 집이다. 온나라에서 낫, 호미, 칼 따위 연장 사러들 온다.

 

조선낫과 왜낫 하나씩 샀다. 조선낫은 대장간에서 대장장이가 수없이 불에 달구고 차가운 물에 식히며 망치로 두드리는 담금질을 거쳐 만든다. 왜낫은 일제강점기 일본에서 들여와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는 낫이다.

 

조선낫은 거친 풀과 나무를 베거나 쳐낼 때 쓰면 닳기는 해도 부러지거나 이가 빠지지 않는다. 왜낫은 연한 풀을 벨 때는 좋지만 나무를 벨 때는 이가 쉽게 빠지거나 부러진다.

 

흔히 우리 겨레를 조선낫에 비유하기도 한다. 수많은 외침을 이겨냈다는 뜻이다. 어떤 이는 시인 고 김남주를 조선낫에, 섬진강 시인 김용택을 왜낫에 비유했다. 알 듯하다.

 

6년 동안 쓰던 왜낫을 올해 벌초 때 버렸다. 이가 아주 많이 나간 때문이다. 산소 주변 아카시아를 없애려면 톱보다 조선낫이 더 요긴할 것이다. 내년을 대비하여 미리 낫부터 사는 것은, 선친 유택을 언젠가 자연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마음 준비의 역설이다.

 

낫을 사놓고 보니 ''은 확실히 알겠다. 다행이다.

 



2018. 9. 30.

시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