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기, yiwoogi 2014. 10. 17. 09:11

착한 사람이 있다. 한둘이 아니다.

착한 사람의 특징은, 먼저 얼굴이 선하게 생겼다. 선하게 생겼다는 말은, 얼굴에서 파일 곳은 파이고 나올 곳은 나왔는데 늘 웃음기가 가득하다는 말이다. 눈은 사람을 똑바로 바라보는데 눈동자가 흔들리지 않고 흰자위가 그다지 넓지 않다. 흰자위가 좀 넓어도 괜찮다. 입은 꼭 다물지도 않고 헤벌쭉 벌리지도 않는데, 상대방의 말에 “예”라고 대답할 준비를 언제나 하고 있는 것 같다.

두 번째 특징은 말을 좀 느리고 낮게 한다는 것이다.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다 들어주고 자기 생각을 잠시 정리한 뒤 차근차근 말한다. 상대방의 말에 반대되는 의견을 말할 때도 흥분하지 않고 논리를 따져 말한다. 그러자면 자동으로 느리고 낮게 말하게 된다. 고함을 지를 때는 지르지만 절제하는 힘이 보인다.

세 번째 특징은 삶에서 행동으로 드러난다. 이게 결정적 특징이다. 바쁜 출근길이라도 끼여들기, 신호위반, 차로위반 이런 것을 하지 않는다. 길 가다가, 들에서 캐온 고들빼기 파는 할머니를 보면 뒷일 생각하지 않고 얼마씩 사준다. 연말 구세군 자선냄비를 보거나 이웃돕기를 하자는 말을 들으면 적든 많든 돈을 낸다. 어려운 친구가 있으면 밥을 사주고, 기쁜 일 생긴 친구가 있으면 제 일처럼 즐거워해 준다. 길거리에 담배꽁초 버리는 사람 만나면 주우라고 한마디 해주고, 인도에 세워둔 차를 보면 직접 전화를 걸어 차를 옮기라고 말해준다. 그러다가 전혀 엉뚱한 인간을 만나 실랑이가 벌어져도 개의치 않는다.

네 번째 특징은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데서 드러난다. 정치를 비난하면서 투표에조차 참여하지 않는 부류와 근본이 다르다. 자기가 지지하는 정당이 내세우는 정책을 꼼꼼히 살펴보고 그 정당에 표를 준다. 그 정당의 선거인단이나 투표참관인이 스스로 되기도 한다. 정치와 경제와 내 살림살이가 결코 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주 잘 알기 때문에 평소 주위 사람들에게 자기의 정치적 견해를 잘 이야기한다. 이때 그의 말은 느리고 낮으며 논리적일 수밖에 없다. 외곬으로 흐르지 않는 그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은 누구든지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주변에 착한 사람이 많다. 그들로부터 내 삶을 되돌아보면서 배우고 반성한다. 나이는 상관없다. 나이가 어린 사람이 착하면, ‘나이 어린 사람이 어찌 저렇게 착하게 살까’ 생각하면서 배우고, 나이가 많은 사람이 착하면, ‘나이가 많아지도록 나쁜 세상에 물들지 않고 자기를 잘 관리해왔구나’ 생각하며 나는 어떤지 되돌아본다. 착한 사람이 주변에 많아 아주 좋다.

착한 사람이 많으면 착한 사회가 된다. 이럴 때 착하다는 말은 정의롭다는 말과 통한다. 정의로운 사회는 정의로운 역사를 써나가게 된다. 이때 정의롭다는 말은 올바르다와 같은 말이다. 올바른 역사는, 부정 불의 부패 기만 왜곡 침략 독재 차별... 이런 짓을 한 놈의 이야기를 사실대로 기록하고 그것에 맞서 싸운 이들을 위대한 영웅으로 기록한다. 착한 사람들은 역사를 긍정적인 쪽으로 이끌고 나간다. 이야기가 지나치게 확대됐다.

아무튼, 어제 저녁 진주시 가좌동 <경상대학교> 앞 어느 술집에서 착한 사람 여럿을 만났다. 그들은 아마, 오늘도 착한 사회를 위하여 이런저런 궁리들을 하고 있을 것이다. 서로 도와가며 의논하며 그 궁리한 것을 잘 실천하고 있을 것이다. 그들이 가까이에 있어서 고맙다. 나는 배우고 깨닫는다. 그들처럼 착하게 살자고...

 

 2014. 10.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