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선생님이 물었다. “넌 커서 뭐가 될래?” “예, 형사가 될 겁니다.” 선생님은 “쬐그만 니가 총들고 뛰어다니겠다고? 그래갖고 도둑놈들 잡겠나?” 나는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수사반장>이 인기가 하늘을 찌르던 국민학교 4학년 때다. 만일, 선생님이 “너는 머리가 좋으니 훌륭한 경찰이 될 수 있을 거야!”라고 했더라면, 내 인생은 어떻게 되었을까. 지금쯤 계급정년을 바라보는 늙수그레한 파출소장쯤 되어 있을까.
“넌 원서 어데 넣을 거고?” 옆반 담임인 국어 선생님이 물었다. “예, 아부지가 교대 넣으라는데예...학비 싸다고...” 나는 말끝을 흐렸다. “너는 국문과나 국어교육과 가야 하는데... 잘 생각해봐!” 고등학교 주요 과목 국영수 중 ‘국어만’ 잘하던 나, 나는 결국 아버지를 설득하여 국어국문학과에 원서를 넣었다. 수없이 열려진 인생의 문 가운데 나는 교열기자가 되었고 인생은 흐르고 흘러 지금까지 왔다. 만일 국어 선생님이 “그래, 교대 가서도 너는 훌륭한 선생님이 될 수 있을 거야!”라고 말해 주었다면, 나는 지금쯤 어느 시골마을 초등학교 교사가 되어 있을까.
강사가 말했다. “흰 종이에 여러분의 꿈을 적어 보세요. 앞으로 살아가면서 꼭 이루고 싶은 꿈을...” 나는 ‘소설을 한 편 쓰고 싶다’고 썼다. 강사는 “소설 쓰고 싶다고 한 사람 손 들어보라”고 했다. 그런 꿈을 적는 사람이 드문가 보다. “아름다운 꿈 꼭 이루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나는 마음속으로 정말 재미있고 감동적이며 교훈적인 소설을 한 편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누가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내가 목표로 한 것을 성취하고 싶어졌다. 지난해 5월에 있었던 직원 워크숍은 나의 마음에 군불을 지폈다.
꿈은 정말 이루어지는 것일까. 꿈꾼다고 하여 이루어지는 것일까. 꿈은 꼭 이루어야만 가치 있는 것일까. 죽을 때까지 꿈을 향하여 뚜벅뚜벅 걸어가다가 꿈을 이루지 못하는 인생은 가치 없는 인생일까. 어릴 때, 젊을 때, 또는 나이 들어서 꾸는 꿈이 같아야만 하는 것일까. 철들면서 꾸는 꿈이 제각기 다르면 잘못일까. 현실에서 주어지는 일 열심히 하고 그날그날의 작은 행복을 가슴에 담으며 사는 인생은 가치 없는 것일까. 이런 저런 갈등이랄까, 고민이랄까, 아무튼 마음속은 복잡하다.
도러시아 브랜디의 <작가수업>이라는 책은 문장, 맞춤법, 우리말, 글쓰기, 작가 등등과 관련한 책 가운데 ‘이번이 마지막이다’라고 생각하고 사서 읽기로 한다. 그리 많이 읽은 것은 아니지만. 남들은 어떻게 쓰는지, 어떻게 써야 할 것인지 더 배우고 싶다. 정제원의 <작가처럼 써라>라거나 제임스 A. 미치너의 <소설>, 전상국의 <당신도 소설을 쓸 수 있다>,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 등등 여러 권을 읽으면서 자신감이 줄어들고 용기도 옅어졌는데. 다시 일으켜 세워 볼 요량으로 몸을 뒤척여본다.

2014. 9.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