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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 국수 한 그릇

이우기, yiwoogi 2014. 6. 18. 10:06


동네 <보현갈비>에 갔다.
1998년 6월 14일 결혼하여 16년을 살았다. 싸고 오래된 집 하나 있고, 나보다 더 큰 아들 하나 얻었다. 

어제는 취하여 늦게 들어왔고 오늘도 온종일 일했다.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없을 수 없다. 낮에 행사 같이한 분들과 삼겹살 먹으러 가는 길에 슬쩍 빠져 집으로 왔다.

간혹 가곤 하는 고깃집에서 목살과 삼겹살 좀 구워먹었다. 나는 좋은데이를 아내와 아들은 음료수를 마셨다. 아들과 나는 된장찌개를 아내는 국수를 시켰다. 

결국엔 양이 많다고 나에게 미루고 대신 밥을 조금 먹었다. 그러다 이것저것 다 골고루 먹게 된 셈이다. 가족이라 나눠먹기 참 좋다.

큰 선물 못해줘도 감사해하고 나한테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해하는 그 마음, 그건 곧 내 마음이다. 그러니 그 마음 내가 모를 리 없다.

없이 살아도 넉넉한 웃음 짓고 바쁘게 살아도 여유로운 미소 간직하며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고 싶다. 모든 일에 감사하며...

그런 결혼기념일이다.
국수 한 그릇도 경건하고 감사하게 먹을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 살고 싶다.

 

2014. 6.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