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봉동 풍경
내가 살던, 지금 어머니 사시는 진주시 옥봉동 풍경이다.
은하이용원은 내가 군대 제대한 1991년부터 지금까지 다니는 곳이다. 23년째다. 의자에 딱 앉으면 묻지도 않고 꼭 마음에 들게 깎아주신다.
나는 그 집 두 자녀 결혼한 이야기, 그 아저씨 디스크 수술한 것까지 다 안다.
그 아저씨도 우리집 아버지 돌아가신 이야기, 큰형 아들 군대간 이야기, 어머니 머리 염색하고 다니시는 것까지 다 안다.
내가 진주청년문학회 회보 <청년문학>에 쓴 콩트 '이발소 이야기'의 배경이랄까, 소재랄까, 아무튼 그런 이발소이다. 애정이 각별한 것은 물론, 아주 나중에 아저씨 몸이 따라주지 않아 문 닫으면 나는 아예 상투를 틀어야 하지 않을까 할 정도이다.
세탁소는 요즘은 안 가지만 젊을 적 양복은 죄다 이 집 아저씨가 다려 주셨다. 오며가며 인사 나눈 것만 얼마랴! 그 아저씨 이름이 재성인가 보다. 많이 늙으셨다.
양복점은 내가 갈 일이 없었고...
그 옆에 행복슈퍼도 있는데, 아버지 생전에 막걸리와 담배의 주공급처였다. 담배를 안 피는 내가 우리 아버지 담배 달라고 하면 0.1초만에 내어 주셨다. 담배 기호가 바뀌면 또 제깍 알아차리던 집이다. 요즘도 가끔 소주 막걸리 사러 가고는 한다. 가게 이름이 참 행복해 보이고, 참 착해 보인다. 간혹 그 가게 안 원탁에 술주정뱅이들 앉은 모습도 봤는데, 거기 끼이고 싶어 미치겠던 적도 있다.
내일 중요한 일 앞두고 머리 깎으러 갔다가 옛일 생각이 머리에 가득하여 한 장 찍었는데, 언젠가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나면 이런 사진도 추억이 되지 싶다. 그나저나 내일이 걱정이다.
2014. 4.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