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기, yiwoogi 2014. 2. 17. 16:32

시골 살 때는 땔나무 해 놓는 게 겨울나기 준비였다.

진주로 와서는 연탄 100장, 어쩌면 200장 들여놓고 나서
어른들은 "이제 겨울 걱정은 안해도 되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다 언제부턴가 김장이 겨울나기 준비의 전부가 됐다.

12월 초 어머니께서 동네 친구들과 며느리를 불러모아
하루 종일 김장을 하셨다. 사실 준비는 며칠 전부터 하신다.
퇴근 후 돼지고기 수육을 삶아, 여러 가지 양념에 버물려진
호래기와 굴이 들어간 아삭한 생김치를 먹으며 웃어본다. 
우리 어머니 김장 솜씨는 내 입맛을 딱 길들여 놓았다.

오늘은 안산 처가에서 김장을 하는 날이다. 
우리는 이 일 저 일 바빠 직접 가 보지 못했는데
장인 장모님을 비롯하여 온동네 잔치가 눈에 선하다. 
시외버스에 실어 보낸 사과상자 2개에 애정이 가득 담겼다.

장모님 김장 솜씨는 동네에 소문과 칭찬이 자자하다. 
무슨 양념이 들었는지 일일이 다 말할 수는 없어도
겨울 내도록, 내년 여름이 되어도, 그리고 그 다음해까지
김치로 먹고 찌개로 먹고 어쩌다 볶아 먹기도 하며
맵고 달고 고소하고 상큼하며 약간 짭짜롬하면서도 
한마디로 표현 못할 장인 장모님 사랑을 날마다 먹는다.

 

2013. 1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