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잘하고 소소한 일상

새해 모임

by 이우기, yiwoogi 2024. 1. 18.

<새해 모임>


소맥을 서너 잔 마실 때까지 안주는 시외버스처럼 나오지 않았다. 먼저 등장한 해물파전은 눈 깜짝할 사이에 분해됐다. 이윽고 '꼬막 한 접시'가 나왔다. 비빔국수를 가채로 얹을 줄 몰랐다. 꼬막은 작았다. 작은 만큼 고소하고 매웠다. 서로 양보하느라 미적거린 탓에 국수가락이 불었다. '오뎅탕'이라 해야 더 맛있는 안주도 나중에 나왔다. 국물 맛과 오뎅의 졸깃함은 안개처럼 사라졌다. 취했다.

 

대화는 끊기지 않았다. 웃음소리는 커졌다. 삶의 무게는 내려놓고 인생의 즐거움은 올렸다. 그때는 힘들었지만 지나고 보니 지난해도, 지지난해도 나름대로 행복했다는 걸 깨달았다. 꼬막과 국수가 엉기듯 서로 어깨를 내어주고 웃음을 주고받는 게 중요하다는 것도 배웠다. 창밖에서 우리를 시샘하는 어둠 때문에 자리를 파했다. 아, 그건 추위 때문이었는지도 모를 일. 새해 인사였지만 실은, 오랜만의 만남이었다. 아무튼 그러하다.

 

 

2024. 1. 9.
ㅇㅇㄱ

'자잘하고 소소한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언니콩나물해장국  (1) 2024.02.06
이디야  (0) 2024.01.18
고추장불고기계란덮밥  (1) 2024.01.02
묵은해와 새해  (2) 2024.01.02
노량  (0) 2023.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