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
이순신 장군은 노량해전에서 전사했다. 전쟁에서 져 도망가는 왜적을 한 명도 살려서 보낼 수 없었다. 앞선 명량전쟁, 한산도전쟁뿐만 아니라 스물 몇 차례 전쟁에서 번번이 이긴 이순신은 노량에서도 이겼다. 하지만 그는 전사했다. "내 죽음을 적들에게 알리지 마라"라고 했다고 배웠다. 적들에게가 아니라 아군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고 배운 것도 같다.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를 보았다. 이순신 역을 맡은 배우가 이순신 이미지를 가렸다. 앞선 <명량>에서 최민식, <한산>에서 박해일은 배우의 이미지가 이순신의 이미지를 가리지는 않았다. 2시간 30분은 지루했다. 긴장감이 생기지 않았다. 박진감도 넘치지 않았다. <서울의 봄>에서 느낀 울분이나 <한산>에서 느낀 쾌감도 적었다. '이순신의 죽음'을 나름 드라마틱하게 그려냈다는 것 말고는 기억에 남는 장면이 없다. 적장이 "이순신" "이순신"이라고 몇 번이나 말하는데, 그만큼 이순신이 명장이라는 걸 말하는 것이겠다.
영화의 절반 이상은 노량 부근 바다에서 벌어지는 전투 장면이다. 전투는 밤에 시작하여 아침에 끝난다. 야간 전투 장면은 제법 공을 들인 것 같았다. 피아가 구분되지 않는 상황에서 총알이 날고 화살이 날고 포탄이 터지는 장면은 대단했다. 하지만, 너무 멋지고 훌륭하게 묘사하는 바람에 '과연 실제 전쟁이 저러했을까' 하는 엉뚱한 오해가 생겼다. 바다 전쟁 장면은 늘 그랬다. 아무리 영화라고 해도 사실감은 너무 적었다. 한 번은 극장에서 볼 만하고, 다음에 텔레비전에서 하면 한 번은 더 봐줄 만하다고 생각한다.
2023. 12. 22.(금)
ㅇㅇ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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