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화투>
설 연휴 마지막 날. 몹시 춥다는 걸 핑계로 하루 종일 집 안에서 빈둥거렸다. 오후엔 하도 심심하여 아내와 화투판을 벌였다. 이 화투는 제주에서 파는 것이다. '청단'을 '퍼렁허다'로, '홍단'을 '뻘겅허다'로 적은 게 보인다. 똥에는 '감수광'이라는 글과 함께 가수 '혜은이'로 추측되는 사람이 나온다. 그 외 곳곳에 제주를 상징하는 물건과 글자가 보인다.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제주의 풍물과 자연과 사람과 말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처음에는 원래 쓰던 것과 달라서 실수를 많이 했다. 어떤 그림은 너무 헷갈려 잘못 집어가기도 했고, 어떤 것은 10자리에 놓아야 할 것을 껍데기 자리에 놓기도 했다. 설명해 놓은 종이를 옆에 놓고 공부하면서 쳤다. 두어 시간 치고 나니 제법 익숙해졌다. 아들이 사는 동네로 가서 돼지국밥 한 그릇 먹고 돌아와 다시 화투를 잡았다. 제법 익숙해진지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늦도록 놀았다.
고스톱은 늘 3명이 쳤다. 2명이 칠 때의 규칙을 잘 몰라 헷갈리기도 했다. 3명이 치면 기본점수는 3점이다. 2이 치면 7점이 기본이다. 광박이나 피박을 씌우기는 매우 어렵다. 4장이 한꺼번에 바닥에 깔리거나 손에 들어왔을 때 어떻게 하는지는 모르겠더라. 48장 화투를 갖고 놀면서 부부가 모처럼 마주앉아 깔깔대며 즐거웠고 제주를 배운 건 덤이었다.
2023. 1. 26.(목)
시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