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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하고 소소한 일상

모과주

by 이우기, yiwoogi 2022. 11. 1.

<모과주>

 

모과를 주웠다. 몇 개는 땄다. 나만이 아는 비밀 과수원이 있다. 술을 담갔다. 과육이 단단했다. 주운 건 대부분 썩었다. 절반은 버렸다. 칼 잡은 손가락에 물집이 잡혔다. 아내가 장갑을 주지 않았더라면 손가락이 날아갔을 것이다. 3.6리터 30도 과일담금주 세 병을 샀다. 두 병 반을 이번에 담갔다. 나머지는 미녀들이 좋아하는 석류를 담글 예정이다. 석류는 사야겠지. 모과주는 1년 뒤에 뚜껑을 딸 예정이다. 예정은 미정이다. 효능을 살펴보니 거의 만병통치약이다.

 

지진이 땅을 갈라 놓을지 모른다. 태풍이 집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 홍수가 도시를 휩쓸고 갈지도 모른다. 무서운 세상이다. 가장 무서운 건 사람이다. 뻔뻔함이 가슴을 도려낸다. 낯짝 두꺼운 머리 검은 짐승이 심장을 후벼판다. 죽어지는 방법은 나름나름이다. 결국 죽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적어도 내년 10월 마지막 날까지는 살아내야 한다. 1년짜리 희망이지만 나에겐, 어릴적 동네 우물 뒤편에 우두커니 섰던 그 바위보다 큰 행복이다.

 

2022. 11. 1.(화)

ㅇㅇ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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