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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하고 소소한 일상

전기자동차 사용 후기

by 이우기, yiwoogi 2022. 7. 19.

전기자동차 사용 후기

6월 3일부터 전기자동차를 사용한다. 며칠 있으면 50일이 된다. 그사이 겪고 보고 느낀 것 몇 가지를 적어 보았다. '후기'라기보다는 '초기'에 가깝다. 1년쯤 지난 뒤에 '중기'를 써보고 싶다. 전기차에 관심 없는 분은 읽을 필요 없다. 전기차 가운데 기아 니로플러스만 사용한 경험담이므로 다른 차종에 관심이 있는 분도 읽기를 자제하기를 바란다. 조만간 전기차를 사야겠다고 생각하는 분이라면 곁눈질 한번 해볼 만할 것이다. 지나치게 길고 재미 없으므로 아주 한가할 때 읽기를 권한다.

 

기아 전기자동차 니로플러스(내 차 색깔과 같다. 색깔 이름 외우기 너무 힘들다. 아스트로 그레이)

생각지도 않던 전기자동차를 샀다. 운이 좋았다. 2007년 4월에 산 ‘쎄라토’와 이별할 때가 되었음을 알았을 때 고민에 빠졌다. 전기차는 아직 믿음이 안 가고 그렇다고 고유가 시대에 휘발유 자동차(내연기관차)를 사기에도 꺼림칙했다. 나는 혼합형(하이브리드)을 사려고 마음먹었다. 아내는 한사코 전기차를 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치 앞만 내다보더라도 전기차가 대세라는 것이다. 아내의 말에 따르기로 했다.

 

차는 내년(2023년)쯤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요즘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새 차를 예약하고도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년에 차를 받으려면 지금 당장 예약해야 한다는 주변의 소문에 귀가 솔깃했다. 기왕 마음먹은 김에 냅다 저지르자 싶었다. 비용 조달 계획을 아내와 의논했다. 서로 감춘 돈이 없기에 의논은 스스럼없었다. 5월 13일이던가, ‘기아 니로플러스’를 예약했다. 영업사원에게 잘 부탁하여 최대한 빨리 예약해 달라고 했다.

 

기아 전기자동차 니로플러스(겉모습이 예쁘고, 뒷좌석 천장은 8cm 정도 높다.)

나는 기아 ‘니로플러스’(Niro Plus)를 선택했다. 고민은 없지 않았다. 기아자동차의 전기차에도 ‘EV6’, ‘디올뉴니로’, ‘니로플러스’ 등 몇 종류가 있었는데 가장 많이 갖고 싶던 ‘EV6’는 예산을 벗어났다. ‘디올뉴니로’와 ‘니로플러스’를 놓고 저울질하다가 결국 ‘니로플러스’로 기울었다. 기아자동차가 국내 처음 만든 목적기반모빌리티(PBV; Purpose Built Vehicle)라는 데 혹했다. 값도 상대적으로 쌌다.

 

니로플러스에도 ‘에어(Air)’와 ‘어스(Earth)’가 있는데 나는 ‘어스’를 선택했다. 그래도 둘 중 나은 걸 선택한 것이다. 기아 누리집을 보면 에어는 판매가격이 4570만 원부터 시작하고, 어스는 4690만 원부터 시작한다. 친환경차 세제 혜택과 개별소비세 등에 따라 들쭉날쭉한데 계산법은 잘 모르겠다. 니로플러스 어스는 기본으로 드라이브 와이즈1과 전자식 룸미러, 하이패스 자동결제 시스템이 포함돼 있다. 나는 여기에다 드라이브 와이즈2를 추가했다. 아무튼 구입할 전기자동차를 그렇게 결정했다.

 

자동차는 6월 3일 등록했다. 파란색 번호판을 단 새 차가 나를 찾아왔다. 전국에 니로플러스를 예약한 소비자 가운데 몇 번째에 드는지는 모르겠지만 대단한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전기차 운전을 시작했다.

 

정말 모르겠는 각종 기능들

 

2007년식 쎄라토를 15년 이상 타다가 자동차를 바꾸니 세상이 달라 보였다. 내가 새로 보고 느끼고 만지는 기능들이 전기차여서 좋아진 것인지 아니면 그사이에 우리나라 자동차 제조 기술이 그만큼 발전한 것인지 모를 정도였다. 기아 니로플러스 어스는 니로플러스 에어에 몇 가지 기능을 추가했다. 문제는 니로플러스 어스에 설명돼 있는 기능도 열에 아홉은 모르겠더라는 것이다. 가령 ‘64kWh 리튬이온 폴리머 배터리’라는 말은 그렇다 하더라도 ‘회생제동 브레이크 시스템’, ‘속도감응형 전동식 파워스티어링(MDPS)’, ‘주행모드 통합제어 시스템’, ‘히트 펌프’, ‘배터리 히팅 시스템’, ‘후륜 멀티링크 서스펜션’ 같은 말을 일반 소비자가 어떻게 알 것인가.

 

그뿐만 아니다. ‘VSM’, ‘가상 엔진 사운드(VESS)’, ‘LED DRL’, ‘LED 리어 콤비네이션램프’ 같은 말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주요기능품목이 100가지라면 나는 10가지도 모르겠더라. 자동차를 갖다주러 온 영업사원이 기본적인 것을 몇 가지 알려주어 운전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지만, 이 많은 기능을 어떻게 다 익힐까 적잖이 걱정되었다.

 

이 많은 기능을 알기도 힘들고 써먹기도 힘들다. 이 외국어들을 어쩌지...

그런데 니로플러스 에어에 추가로 몇 가지 기능이 더 붙은 게 어스라는 것 아닌가. 어스에는 첨단 운전자 보조(ADAS)라는 제목으로 ‘전방 충돌방지 보조(차량/보행자/사이클리스트), 차로 이탈방지 보조, 운전자 주의 경고(전방 차량 출발 알림 기능 포함), 하이빔 보조,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정차 및 재출발 기능 포함),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고속도로 內 안전구간/곡선로), 차로 유지 보조, 고속도로 주행 보조’ 따위가 더 붙어 있다.

 

문명의 이기(利器)에서 멀리 살았음을 스스로 탄식할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탄식만 하고 있을 것인가. 나는 기아자동차에서 제공해주는 설명서를 읽었다. 무슨 말인지는 잘 몰랐지만 그림을 대조해 가며 요약설명서를 3번 읽었다.

 

무공해 자동차 통합누리집

 

전기차를 사고 나니 가장 궁금하고 걱정되는 게 충전이었다. 내연기관차는 운전해 가다가 아무 주유소에나 들어가서 주유하면 된다. 시간은 길면 5분이고 짧으면 2-3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전에는 주유소 직원이나 아르바이트생이 주유해 주었고 요즘은 대부분 스스로 주유한다. 이른바 셀프주유소가 많다.

 

전기자동차는 어디에 가서 어떻게 충전할 것인가. 충전하는 데 시간은 얼마나 걸릴 것인가. 충전해 주는 아르바이트생이 있는가. 여러 가지가 궁금했다. 처음 자동차를 인계받을 때 나의 부탁으로 완전충전을 해 주었기에 나는 일주일가량은 별걱정 없이 차를 사용했다. 그렇지만 하루가 갈수록 충전이라는 걱정거리가 스멀스멀 내 등 뒤를 간지럽혔다. 나보다 먼저 전기차를 사용하는 동료에게 여러 차례 물어보기도 했다.

 

무공해차 통합누리집(https://www.ev.or.kr/portal/main)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전기차나 수소차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사이트인데, 가장 중요한 것은 ‘공공충전인프라 멤버십카드’를 발급해주는 곳이라는 점이다. 이 사이트는 동료로부터 설명을 들어서 알게 되었고, 스스로 유튜브에서 찾아본 앞선 사용자들의 설명을 통해서도 알게 된 사이트이다. 전기차 관련 유튜브 영상을 몇 편이나 봤는지 모르겠다. 부지런한 선지자들 덕분에 많은 걸 배웠다. 세상은 유튜브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무공해차 통합누리집 첫 화면. 전기충전소 찾기부터 다양한 기능이 있다.

이 사이트에서 멤버십카드를 최대한 빨리 발급받아야 한다. 유튜버들은 자동차를 계약하면 등록하여 실제 번호판이 나오기 전에라도 얼른 카드를 신청하라고 하였다. 하지만 이 사이트에 가 보면, 멤버십카드를 발급받으려면 내가 부여받은 차량 번호를 입력하여야만 한다고 돼 있다. 어쩌라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상식적으로는 자동차 번호를 입력한 뒤에 카드를 신청하는 게 맞겠다 싶었다. 하여, 5월 30일 내 차가 출고됐다고 연락 받았지만 실제 카드를 신청한 것은 차량 번호가 부여된 후인 6월 3일이었다. 카드는 신청한 지 1주일 이상 지나야 나온다.

 

공공충전인프라 멤버십카드. 발급 받는 데 최소 1주일 정도 걸린다. 전기차 사용자에게는 필수품이다.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서 발급받은 공공충전인프라 멤버십카드는 전국 모든 전기차 충전소에서 사용할 수 있다. 일반 신용카드는 카드를 꽂아넣거나 번호를 일일이 입력해야 하지만 이 멤버십카드는 쓱 갖다대기만 해도 된다. 그러면 곧바로 충전을 할 수 있고 충전 비용은 연결돼 있는 결제카드로 자동 결제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통합누리집에 실제 비용을 결제할 카드를 등록해야 한다. 어렵지 않다.

 

이 사이트에서는 전기자동차와 관련한 많은 정보를 제공해 주는데, 내가 사용한 이용요금을 조회하거나 명세서를 조회하거나 충전 포인트를 확인하는 등 여러모로 유용한 정보가 많다. 전기차를 사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재빨리 가입해야 할 사이트이다. 참고로 이 사이트에 따르면, 경상남도 내에 전기차 충전소는 6024개소이다. 이게 기계 대수를 가리키는지, 설치 장소를 말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 가운데 몇 개가 사용 중이고 몇 개가 고장났는지도 나온다. 

 

무공해자동차 통합누리집에서 확인하는 경상남도 전기차 충전소. 각 시군별로도 확인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어쩐 일인지 그건 안 된다.

 

첫 충전의 설렘과 긴장

 

드디어 6월 9일 목요일 오후 처음으로 충전을 해보게 되었다. 아직 멤버십카드는 나오지 않았다. 사이트에서 검색해 보니 발급 완료라고 돼 있는데 배달하는 과정에서 시일이 더 걸리는 것 같았다. 반드시 멤버십카드가 있어야 충전하는 것은 아니므로 일단 시도해 보기로 했다. 퇴근 후 진주시 가좌동 경상대학교 가좌캠퍼스 충전소로 갔다. 충전기 4대가 설치돼 있다. 아무도 없었다. 자동차는 물론 주변에도 아무것도 없이 황량한 벌판 같았다. 혹시 잘 안되면 물어보기라도 해야 할 것 같은데 물어볼 만한 데도 없었다.

 

그건 그렇고, 이 충전소는 경상국립대학교 무료주차장 한 구석에 설치돼 있다. 충전기에는 '경상대학교 충전소'라고 적혀 있다. 경상국립대학교로 바뀌기 전에 설치한 것 같다. 그런데 왜 충전소를 한 구석에다 설치했을까. 더 많은 사람이 전기차를 사게 되면 편하게 찾아갈 수 있는 곳, 이를 테면 대학본부 근처에 설치하는 게 맞지 않을까. 다르게 생각해 본다. 이 충전소에는 지나가던 일반 전기차 사용자도 들어오고, 전기차 택시 기사도 들어온다. 그러니까 개방형이라는 것이다.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설치된 충전기는 아파트 주민들이 사용하는 것이고, 공영 주차장에 설치된 충전소는 충전요금 이외에 주차요금을 내야 한다. 그래서 경상국립대학교 충전소도 한 구석에 설치한 것 같다. 그렇게 해석한다. 그러면 경상국립대학교 칠암캠퍼스에도 전기차 충전소가 있을까? 현재는 없다. 올해 안에는 설치하겠지...

 

경상국립대학교 가좌캠퍼스 충전소. 무료주차장 한 구석에 설치돼 있다. 100kw 충전기가 4대 설치돼 있다.

유튜브, 인터넷 등에서 충전하는 법을 여러 차례 공부했다. 자동차 회사에서 나눠준 설명서도 세 차례 넘겨보았다. 눈으로 익히고 형광펜으로 밑줄을 그어가며 익혔다. 실수하면 안 될 것 같아서이다. 기계에 대해 지나치게 겁이 많은 나는 ‘잘못하면 차가 터질지도 몰라’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이지만 처음이 아닌 듯 시도해 보았다. 금액을 설정하고 전화번호를 입력했다(전화번호는 충전 완료 후 자동으로 알려주기 위해 입력하라는 것이다). ‘덜컹’하는 소리와 함께 DC콤보 충전커넥터 케이스가 열렸다. 그 소리에 화들짝 놀란 사람은 나뿐일 것이다. 아무튼 생각보다 무겁고 뻑뻑한 충전잭을 자동차 앞부분 충전소켓에 끼웠다. ‘찰칵’ 하는 소리가 났다. 자동차와 충전기 사이에 뭔가 통신을 하는 것 같았다. ‘휴우’ 한숨이 나왔다. 이제 자동차가 알아서 할 것이다. 명색 최첨단 전기차 아닌가.

 

충전 중일 때 계기판 모습. 무슨 뜻일까, 모르겠다. 몰라도 괜찮다.

아니나 다를까. 스스로 충전을 시작했다. 충전기 화면에 나오는 각종 안내 글귀들은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아는 것은 충전 요금과 충전 시간뿐이었다. 그 외 충전량, 전력(kW), 전압(V), 전류(A) 등은 그것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숫자가 커야 좋은 것인지 작아야 좋은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중고등학교 시절 배운 전력, 전압, 전류라는 말이 하필 이럴 때 나를 괴롭힐까 잠시 생각했다. 40분 동안 37kW를 충전했으니 1만 2438원을 내라는 뜻이다. 1kW당 309원쯤 한다.

 

첫 충전의 추억...

충전 중에 자동차에 타보았다. 문을 열자 친절하고 자상한 여성의 목소리로 “지금은 자동차 충전 중입니다”라고 안내해 주었다. 그걸 누가 모르나? 아무튼 자동차 운전석 계기판에 충전 중임을 나타내는 글자가 나왔고(충전율, 남은 시간, 주행 가능 거리 등), 앞 유리 사이에 있는 표시등에는 초록색 등이 깜빡였다. 정상으로 충전 중이라는 뜻이다. 그러면 충전은 언제 끝나지? 알 수가 없었다. 처음 설정한 금액은 2만 원이었는데 2만 원어치가 다 충전될 것인지, 아니면 중간에 잘릴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친절한 척하면서도 전혀 친절하지 않은 충전기는 그런 것까지 안내해 주지는 않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내 전화기에 문자 메시지가 떴다. “충전이 종료됐습니다”라는. 동시에 전화기에 깔아놓은 ‘Kia Connected’ 앱에서도 공지가 떴다. 충전이 종료됐다는 것이다(완료가 아니라 종료이다). 환경부에서 보낸 문자 메지시에는 충전 종료 후 일정 시간 동안 자동차를 이동하지 않으면 벌금을 물리겠다는 경고문도 포함돼 있다. 충전 커넥터를 분리하고 시동을 걸어보니 400km 이상을 달릴 수 있다고 한다. 충전율은 80%이다. 걸린 시간은 40분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충전기는 무조건 40분 동안만 충전해 준다. 2만 원어치를 충전하려던 것인데 실제 충전 금액은 1만 3000여 원이었다. 나머지는? 이미 카드는 제거했는데? 며칠 지나고 나니 결제 금액을 정산하였다는 문자가 왔다. 꼼꼼하기도 하여라. 멤버십카드로 결제하면 미리 금액을 설정할 필요가 없다. 충전한 금액만큼 나중에 결제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 카드가 꼭 필요한 것이다. 

 

진주시 평거동 공영주차장 충전기도 40분 동안만 충전한다. 내가 설정한 것은 ‘90%까지 충전’인데 이 기계들은 자기가 갖고 있는 프로그램대로만 움직인다. 상대 차량이 어떻게 설정하고 있는지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그 사이 충남 태안에도 갔다 오고 서울에도 갔다 왔는데, 대개 충전기는 40분 동안만 충전해 준다. 군산시 어느 충전기는 100% 충전해 주었다(100%까지 충전된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내 전기차의 충전율을 90%로 조정했다).

 

급속 충전과 완속 충전의 차이

(출처: IT동아 '전기차 차주 '충전 불편' 한목소리..충전 인프라 현황과 전망은' https://it.donga.com/102512/)

 

 

전기차 차주 '충전 불편' 한목소리...충전 인프라 현황과 전망은

전기차를 모는 차주들의 공감대가 있다. 차도 좋고 경제성도 만족스러운데, 긴 충전시간 때문에 불편하다는 인식이다. 실제로 자동차 전문 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지난해 하반기 전기차

it.donga.com

전기차 충전기는 충전 속도에 따라 급속과 완속으로 나뉜다. 완속은 말 그대로 천천히 충전한다는 의미이고, 급속은 빠르게 충전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대개 충전 스탠드의 용량을 기준으로 충전 시간을 측정하는데, 이 숫자는 한 시간 동안 충전할 수 있는 전력을 뜻한다. 예컨대 공급 용량 50kW(킬로와트) 급속 충전기는 한 시간 동안 50kW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전기차 충전기는 배터리 손상을 막기 위해 80%까지 배터리를 충전한 후 전류량을 줄인다. 이 때문에 80% 충전 이후에는 급속이든 완속이든 똑같이 충전 속도가 느려진다. 따라서 급속과 완속 충전기의 충전 시간은 0%부터 80%까지 배터리를 충전하는 시간으로 계산한다.

산업통상자원부 전기안전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64kWh 배터리 탑재 전기차 기준, 50kW 급속충전기로 80%까지 배터리를 충전하는 시간은 약 60분 내외다. 100kW 급속충전기로는 약 30분 내외의 시간이 소요된다. 반면, 80%까지 배터리를 충전하는 데 7kW 완속 충전기로는 약 7시간 내외, 3.3kW 휴대용 충전기로는 16시간 내외가 걸린다.

 

충전소 관리하는 것 보면 아직 멀었더라

 

전기자동차를 산 지 한 달 하고도 2주가 지났다. 충전은 10번가량 한 것 같다. 한 번에 보통 1만 2000-1만 4000원 어치를 충전한다. 그러면 80%까지 충전된다. 이만큼 전기를 먹고 나면 400km 남짓 달릴 수 있다(실제로는 이보다 적게 달린다. 차에 탄 사람 숫자, 냉방기/온열기 가동 여부 등에 따라 들쭉날쭉한다. 겨울에는 자동차를 가만히 세워두기만 해도 배터리 충전율이 낮아진다고 한다).

 

전북 장수군 마이산휴게소(전주 방향)에서 충전할 때다. 보통은 100kW 급속충전기로 충전을 했다. 그런데 여기에는 기계가 하나는 100kW이고 다른 하나는 50kW인데 100kW짜리는 이미 다른 트럭이 사용 중이어서 하는 수 없이 50kW 충전기를 꽂았다. 넉넉잡아 1시간은 족히 걸리겠다 싶어 식당으로 가서 차를 마시고 여유를 부리고 있는데, 20분쯤 지나자 충전이 종료됐다고 문자가 온다. 이상하게 생각하며 가 보니 도무지 모르겠는 이유로 충전이 중단돼 있었다. 기계가 고장이었다.

 

경기도 안성휴게소(상행)에 충전하러 들어갔다. 입구 쪽에 충전소가 있었다. 벌써 여러 대가 충전 중이었다. 다행히 한 대가 비어 있어서 차를 댔다. 거기는 지금까지 사용해본 충전소와 다르게 생겼다. “멋진데~”라면서 충전을 시도했다. 하지만 값이 꽤 비싸 보였다. 전화번호 말고도 회원 비밀번호를 입력하라고 했다. 알고 보니 여러 전기차 충전 사업자 가운데 한 곳에서 설치한 충전 기계였고, 회원에게는 싼값에 전기를 공급하지만 비회원에게는 꽤 비싸게 받는 곳이었다. 나는 거기를 벗어나서 환경부에서 발급한 카드로도 충전이 가능한 곳으로 이동했다. 한 주유소 안에 이렇게 다른 사업자가 운영하는 충전소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이날은 비가 많이 왔다. 차 앞 유리와 지붕에 떨어진 빗물이 보닛을 타고 충전구 쪽으로 마구 흘러내렸다. 이 빗물 때문에 감전되는 것 아닌가 걱정될 정도였다. 다행히 그런 불행한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빗물의 영향을 받지 않는 충전소가 있으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

 

경기도 오산휴게소(하행) 충전소에도 가 보게 되었다. 역시 100kW와 50kW짜리 두 대가 설치돼 있었다. 본능적으로 100kW 기계에 차를 대었다. 하지만 이 기계는 겉으로는 멀쩡한데 고장이었다. 서너 번 시도했으나 충전기와 전기차 사이에 통신을 하지 못했다. 처음부터 고장이라고 안내 글귀가 제시되면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50kW짜리 기계에 충전했다. 이 두 용량의 차이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림짐작으로 충전 속도와 관계가 있지 않을까 싶다.

 

산청휴게소(하행) 충전소는 두 군데 있다. 하나는 휴게소 입구에 있는데 망가진 것인지 아직 개통 전인지 알 수 없다. 그 앞에 차를 댔다가 고개만 갸웃거렸다. 정작 충전할 수 있는 기계는 주유소 부근에 있었다. 2대 모두 50kW짜리다.

 

진주시 평거동 공영주차장에서 충전하는 모습이다.

진주시 평거동 공영주차장 충전소에서 두 번 충전했다. 충전기는 관리가 잘돼 있었다. 하지만 이런 데서는 주차요금을 내어야 한다. 40분 충전하고 나오면 900원을 받는다. 100원, 200원 아끼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는 판에, 전기차 충전 요금이 1원 단위까지 제시되는 마당에 900원은 적지 않은 돈이다. 주변에 마땅한 충전소가 없어서 이용하기는 하지만 아깝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고 보니 우리 집 부근(이현동 대아고 근처)에는 충전소가 없다. 가장 가까운 곳이 이현웰가 아파트인데 아파트 입주민용 아닌가.

 

경상국립대학교 충전소에서 바라본 하늘. 상쾌하다. 주차장은 넓다. 오른쪽 흰색 건물 1층에 화장실이 있다.

경상대학교 가좌캠퍼스 충전소에는 충전기 4대만 덩그러니 서 있다. 주변에 편의 시설은 없다. 나는 이곳을 너무나 잘 알기에 화장실도 가고 주변을 산책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충전하는 40분 동안 할 일이 없어 난감해 할 것 같다. 휴게소에서 충전할 때 일부러 식사 시간과 맞추는 것도 다 까닭이 있는 것이다. 앞으로는 전기차 충전소 근처에도 여러 가지 편의시설이 들어설 것이다. 커피를 마시거나 볼일을 보거나 할 수 있는 시설이 들어설 것 같다고 본다. 아무튼 좀더 많이 바뀌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진주시 칠암동 경상남도문화예술회관 주차장에 있는 충전소도 사용해 보았다. 100kW 1대가 서 있다. 연결하자 80% 충전하는 데 30분 남았다고 했다. 어라, 시간이 좀 짧네? 하긴 충전 시점에 평소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남아 있었던 덕분일 것이다. 그런데 다른 데서는(경상국립대, 평거동 공영주차장) 80% 충전되자 충전이 종료됐는데 여기서는 계속 충전된다. 80%를 충전할 때보다 속도가 떨어지기는 했지만 내 전기차에 목표 충전량으로 설정해 놓은 90%까지 충전되었다. 전체 걸린 시간은 50분이다. 또 하나 더. 평거동 공영주차장은 40분간 충전하고 나오는 데 주차요금을 900원 받았는데 경상남도문화예술회관 주차장에서는 600원 받았다. 90%까지 충전 가능하고 주차요금 600원 받는 이곳을 앞으로 자주 이용해야겠다. 더구나 이곳은 내가 출퇴근하는 길에 있지 않은가. 또 하나 더. 경상남도문화예술회관에는 거의 날마다 예술작품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구경하기 좋다. 강변으로 건너가서 시간 보내기에도 좋다. 문예회관 1층에는 커피숍이 있고, 화장실도 있다. 몹시 더운 날인데도 예술회관 건물이 만들어주는 그늘은 제법 시원했다. 40-50분 동안 전기차 충전하기에는 최고의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믿을 수 없는 주행거리

 

전기차의 가장 큰 장점은 연료비가 싸다는 것이다. 가령 진주에서 충남 태안반도까지 갔다 온 경험에 비추어 보면 휘발유 자동차는 기름값만 20만 원쯤 들었을 것이다. 전기차는 5만 원 남짓 들어간 것 같다. 당초 2022년 12월까지 시행한다던 고속도로 통행료 50% 할인 정책도 2024년 12월까지 2년 더 연장했다. 서진주 나들목에서 서울요금소까지 통행료는 1만 5500원이다. 나는 7750원 냈다(전기차를 산 뒤 한국도로공사 지사를 방문하여 전기차라고 등록해야 한다. 자동차등록증을 챙겨서 직접 차를 갖고 가야 한다). 공영주차장도 주차요금을 할인해 주는데 이것은 아직 겪어보지 못해 잘 모르겠다.

 

전기차의 가장 큰 단점은 충전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점이다. 대략 80%까지 충전하는 데 40-50분 걸린다. 자동차 광고에서는 100% 완전 충전할 경우 얼마를 달릴 수 있다고 자랑하는데 실제 100%까지 충전해 주는 데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문제는 다른 데 있다.

 

80%를 충전하여 400km를 주행할 수 있다고 계기판에 나왔다. 하지만 체감하는 주행거리는 350km를 훨씬 밑돈다. 자동차에 운전자 한 명만 타고 무거운 짐도 없다면 400km를 달리고 회생제동장치를 잘 이용하면 그보다 더 먼 거리를 한 번에 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그리 쉬운가. 옆자리 뒷자리에 손님을 태우면 주행거리가 확 줄어든다. 에어컨을 켜면 주행거리가 더 줄어든다. 짐칸에 무거운 짐이 있다면 전기자동차가 더 힘들어할 것이다. 이런 점을 미리 계산하지 않고 먼 길 나섰다가는 낭패를 겪을 것이다.

 

내 차의 새 차이던 시절. 총 236km를 달렸을 때이다.

광고에 혹했다가는 큰일이다. 물론 이런 일은 내연기관차도 마찬가지다. 손님을 많이 태우고 짐이 많다면 당연히 연비가 줄어든다. 대신 내연기관차는 언제 어디에서나 아주 짧은 시간에 주유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덜 민감할 뿐이다. 아직은 전기차는 충전하는 데 여러 불편이 있으므로 주행거리를 잘 측정하고 대비해야 한다.

 

진주에서 80%를 충전하니 414km를 주행한다고 했다. 에어컨을 켜니 380km 정도로 줄어들었다. 바람을 더 세게 하니 더 줄어들었다. 과속하지 않고 시속 100km로 달렸더니 안성휴게소쯤에서 다시 충전해야 했다. 150km 남았을 때, 비율로는 25% 정도 남았을 때 충전할 계획이었다. 서울에 가면 어디에서 충전할지 헤맬 것 같아서이다. 서울에서 식구 두 명을 태웠다. 짐도 좀 있었다. 그러자 주행 가능 거리가 뚝 떨어졌다. 당초 생각에는 진주까지 돌아올 수 있으려나 기대했는데 어불성설이었다. 오산쯤 오다가 충전해야 했다. 크루즈 컨트롤을 켜서 시족 100km로 정속 주행해 온 덕분에 그나마 그 정도 달린 게 아닌가 싶다. 만약 120km 정도로 과속했더라면 주행거리는 훨씬 단축됐을 것이다. 

 

내가 가야 할 지점이 100km 거리에 있다. 내 차의 주행 가능 거리가 200km이다. 이 정도면 일반적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동차가 달리면 달릴수록 주행 가능 거리가 실제 남은 거리보다 훨씬 빨리 줄어드는 것을 알 수 있다. 100km 목표지점에 도착하면 남은 주행 가능 거리는 100km가 아니라 50-60km 정도가 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차종에 따라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주행 가능 거리와 실제 주행 거리는 비례하여 줄어들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고속도로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반면 시내 주행에서는 주행 가능 거리가 역으로 늘어나는 신비한 경험도 할 수 있다. 아무튼 그렇다. 

 

그렇다고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어느 기사에서 보았는데 우리나라에서 자동차가 갈 수 있는 지점에서 가장 가까운 전기차 충전소를 찾으면 10km 이내에 있다는 것이다. 충전을 요구하는 비상 깜빡이가 깜빡이더라도 어디에서든 긴급하게 충전할 수 있다는 말이겠다. 다만 충전기가 고장 난 상태여서는 안 된다. 전기차 운전자에게는 시간적 여유가 늘 필요할 따름이다. 자동차 안에 시집이나 소설책 또는 만화책 한 권 정도 넣어 다니면 정말 좋을 것이다.

 

물론, 충전하면서도 시동을 걸어놓고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대신 충전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린다. 나는 아직은 충전 중에 음악을 즐겨보지는 못했다. 다음에는 시간이 좀더 걸리더라도 에어컨 켜고 음악 틀어 여유를 즐겨볼 참이다. 실제로 얼마나 걸리는지도 체험해 보고 싶다.

 

장거리 운전도 전혀 피로하지 않아

 

전기차를 산 뒤 우연찮게도 진주~군산(1박)~태안(2박)~진주, 진주~서울~진주(당일)를 왕복할 일이 있었다. 가는 길 오는 길에 각각 충전 때문에 성가신 일이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완전히 전기차 덕분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이번에 새로 구입한 자동차 덕분에 그 먼 거리를 비교적 편안하고 안전하고 다녀왔다.

 

이 신기하고 부지런한 자동차는 자기 주인의 조그마한 실수라도 용납하지 않기 위해 잠시도 쉬지 않았다. 차선을 벗어나면 경고음을 보내준다. 어떤 기능을 켜면 자기가 알아서 운전도 한다. 핸들을 놓고 있어도 알아서 차를 몰고 가는데, 운전자가 졸까 봐 “핸들에 손을 떼지 마세요”라고 알려준다. 장거리 운전할 때 무엇보다 좋은 것은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차로 유지 보조, 고속도로 주행 보조와 같은 기능이다. 앞 차가 빨리 가면 따라서 빨리 가고(정해진 속도 이상은 아니고), 천천히 가면 따라서 속도를 늦춘다. 참 신기한 일이다. 주차할 때 앞과 옆, 뒤에 무엇이 있는지 다 보여준다. 고양이 한 마리라도 지나가면 경고음을 울린다.

 

니로플러스는 소형 SUV(Sport Utility Vehicle)여서 운전석이 조금 높은 편이다. 운전자가 앉는 높이는 일반적으로 성인 남성의 엉덩이 높이다. 따라서 운전석에 앉기 위해 낮은 데를 주저앉거나 높은 데를 기어올라가는 느낌이 없다. 이 자동차는 운전석의 높이, 앞뒤뿐만 아니라 등받이의 곡선까지 친절하고 정확하게 조정할 수 있게 해준다. 물론 요즘 나오는 대부분의 자동차는 이와 비슷하겠지. 아무튼 이런 기능들 덕분에 운전할 때의 피로는 훨씬 감소된다.

 

그날은 충남 태안반도에서 진주까지 장장 5시간을 운전했다. 중간에 탄천휴게소에서 점심을 먹으며 충전을 한 번 했다. 5시간 운전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긴 운전도 하게 됐다. 오전 10시 10분에 서진주 나들목으로 들어가서 서울까지 갔다가 1시간 정도 일을 보고 다시 진주로 돌아왔다. 진주에 도착한 시간이 저녁 11시 10분이었으므로 13시간을 운전한 것과 같다. 휴게소 들러서 쉬고 충전하고, 서울에서 일 보는 시간 등을 빼더라도 이렇게 긴 시간을 운전한다면 녹초가 되고 말 것이다. 실제 녹초가 되었다. 하지만 다음날 정상으로 일어나 출근할 수 있었다. 그것은 새 전기차의 뛰어난 기능과 운전자를 배려하는 여러 장치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전기차 인프라(EV Infra)

 

‘EV Infra’라는 앱을 스마트폰에 깔았다. 전기차 사용자들의 공동체(커뮤니티)이다. 이 앱에 들어가면 현재 내가 있는 위치를 알려준다. 그리고 주변에 있는 충전소의 위치를 지도상에 한눈에 보여준다. 충전소 위치를 누르면 충전기가 몇 대 있는지, 100kW인지 50kW인지 표시해 준다. 현재 누군가 충전 중인지 아닌지도 알려준다. 자주 찾는 충전소를 지정해 놓으면 정기적으로 충전기의 상태를 알려준다. 귀찮을 정도로.

 

전기차 이용자들끼리 자유게시판에 정보를 공유한다. 어디 충전기가 고장 났더라는 둥 이런저런 정보를 주고받는다. 처음 전기차를 산 사람이 궁금한 내용을 올리면 누군가 대답을 해 준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EV Infra' 화면. 주변 충전소 위치가 죄다 드러난다. 충전소 위치를 누르면 더 자세한 정보가 나온다.

충전소의 위치 정보는 자동차 안에서 더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내비게이션 검색 기능을 활성화하면 ‘전기차 충전소’는 자동으로 검색할 수 있게 돼 있다. 검색하면 현재 자동차가 있는 곳에서 가까운 순서대로 충전소 위치를 찾아준다. 그중 가고 싶은 곳을 누르면 친절하게 안내해 준다. 심지어 넓은 휴게소 내에서 충전소 위치를 찾지 못할 때 이 기능을 이용하면 된다.

 

정말 부지런하고 착한 유튜버들

 

무엇을 하다가 모르는 게 있으면 '네이버'(NAVER)에 물었다. '다음'(DAUM)에도 물었다. 요즘은 유튜브(YouTube)에 물어본다. 유튜브에서 '전기자동차'를 검색하면 수많은 영상 콘텐츠가 나온다. 혹시나 싶어 '니로플러스'를 입력해 보았다. 역시 다양한 영상 콘텐츠가 나온다. 김광규 배우가 출연하는 광고도 나온다. 예쁜 여성이 니로플러스를 소개하는 영상도 나오고 자칭 타칭 자동차 전문가들이 총출동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어떤 사람은 자동차 외양을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어떤 사람은 차박(자동차를 활용한 캠핑을 이르는 말)에 대해 설명한다(나는 자동차를 끌고 다니면서 캠핑을 할 생각이 없었기에 캠핑 패키지를 선택하지 않아 이 부분은 관심이 없었다). 자신이 직접 이것저것 만져보고 설치해 가면서 친절하게 설명한다. 그런 장면을 물끄러미 보고 있노라면 감동이 인다. 자기만족도 없지는 않았겠지만 '타인의 편리를 위해 저렇게 시간과 정열을 쏟는구나' 싶어 감격적이기도 하다. 

 

그중에 '니로 유저를 위한 사용가이드'(https://www.youtube.com/watch?v=oFy1RfmpYDs&t=815s)는 니로플러스가 아니라 '디올뉴니로' 사용자를 위한 안내 영상인데도, 여러모로 쓸모 있었다. 기아자동차에서 만든 전기차여서인지 비슷한 기능이 아주 많았다. 니로플러스를 위한 영상도 저렇게 만들어주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도 했다.  내가 만들 수는 없고, 일단 기대해 본다. 

 

기아 멤버스, 기아 커넥트, 마이 기아

 

2007년부터 타던 쎄라토에 아주 익숙해 있던 터라 그사이에 자동차 기술이 얼마나 발전하였는지 잘 모른다. 그런 점을 감안하고 보더라도 전기차는 참 좋다. 자동차와 인터넷 누리집, 스마트폰 사이에 소통이 대단히 원활함을 알 수 있다. 운전자의 작은 실수도 미리 점검해 주고 감싸주는 것 같다. 현재 충전율과 주행거리를 알려주는 건 기본이다.

 

'기아 멤버스' 누리집 첫 화면. 자동차와 자동차회사와 내가 연결돼 있음을 알게 해 준다. 다양한 상품도 있다.

자동차 열쇠(스마트 키)를 차 안에 두고 내리면 경고음이 울린다. 뒷좌석에 물건을 두었다면 내릴 때 반드시 ‘뒷좌석을 확인하라’는 메시지가 계기판에 나온다. 자동차 문을 잠그지 않고 운전자가 딴 데로 갔다면 기아 커넥트에 메시지가 나온다. 잠그라는 신호다. 자동차를 이용하기 전에 미리 에어컨을 켜거나 온풍기를 켤 수도 있다. 반경 3km 이내에서는 내 자동차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으므로 건망증이나 알코올성 치매가 있는 나 같은 사람도 걱정할 게 없다. 이런 기능은 전기차에만 있는 게 아닐 것이다. 

 

스마트폰 'My Kia' 애플리케이션 첫 화면

내 운전 습관도 바로 잡아주려고 한다. 급가속, 급감속 등 안전을 위협하지 않는 운전 습관을 기르도록 하기 위해 날마다 내 운전점수를 알려준다. 현재 내 운전점수는 상위 13%에 해당하는 92점이다. 이런 것으로 보험료를 깎을 수 있다는데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자동차 한 대를 사고 보니 그동안 잘 몰랐던 여러 정보를 알게 된다. 자동차를 쉽고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다양한 기계적 서비스가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조금 이상한 현상

 

전기자동차를 산 뒤부터는 동네 주유소에 적힌 기름값에 관심이 없어졌다.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는 기름값 때문에 가슴 졸이는 일이 없어졌다. 정부에서 기름에 붙이는 세금을 깎아 준다 해도 관심이 가지 않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대신 충전소 위치에 관심이 커졌다. 7월 2-3일 충남 태안에 있는 어느 리조트에서 처가 가족들과 모임을 하는데, 나는 그 리조트에 전화하여 근처에 충전소가 있는지부터 물었다. 이전에 휘발유 차량을 탈 때는 그곳에 일부러 전화하여 근처에 주유소가 있는지 묻지 않았다. 그 리조트에도 충전소는 있었다. 충전하지는 않았다.

 

현재 내 차를 타고 얼마나 갈 수 있는지를 항상 기억하려고 한다. '오늘은 180km 갈 수 있구나'라고 기억해 둔다. 갑자기 먼 길을 갈 일이야 잘 생기지 않겠지만 세상 일이란 알 수 없지 않은가. 저녁에 잠자기 전에 현재의 충전율과 주행 가능 거리를 확인해 둔다. 그러고서 내일쯤, 아니면 모레쯤 충전해야겠구나라고 생각한다. 충전할 장소도 정한다. 이 충전 계획은 다른 약속과 겹쳐서는 안 되기 때문에 여간 신경쓰이는 게 아니다. 두 달이 다 되어 가니 이런 일도 습관이 되고 버릇이 되었다. 조금 귀찮은 일이긴 하다. 이런 일들은 조금 이상한 현상이라고 해 둔다. 

 

생각보다 비싸지 않은 전기차

 

전기차는 비싸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보조금으로 생각보다 훨씬 싼값에 살 수 있다. 기아 니로플러스 ‘어스’의 경우를 본다. 차량 기본 가격은 4995만 원이다. 여기에 옵션가격 40만 원이 붙는다(이건 선택이다). 탁송료는 31만 9000원이다. 등록 등 부대비용은 168만여 원이다. 보험료 70만 원 정도 들었다. 5305만여 원짜리 자동차가 된다. 

 

이제 공제할 금액을 본다. 정부와 진주시의 보조금은 합하여 1300만 원이다. 전국 최고 금액이다(지자체별, 차종별 전기차 보조금 현환은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가면 알 수 있다). 친환경자동차 세금 감면 혜택이 307만여 원이다. 1607만여 원을 공제할 수 있다. 자동차 값은 3698만여 원이 된다. 

 

기아 전기차 니로플러스의 앞좌석 내부. 고급스러운 검정 색깔이 붉은색 불빛과 무척 잘 어울린다.
기아 전기차 니로플러스의 내부

여기에서 빠진 게 있다. 기아자동차를 살 때 포인트 30만 점을 준다. 이 포인트는 현금과 같다. 현대카드로 구입하니 카드 포인트 41만 점을 준다. 이 포인트는 캐시백이라 하여 바로 현금으로 통장에 넣어 준다. 자동차 구입 예약을 할 때 이벤트를 신청했는데 운 좋게 당첨되어 17만 점을 포인트로 받았다. 모두 합하여 80만 원 이상을 절감할 수 있었다. 이벤트는 순전히 운이지만, 자동차 구입 포인트와 현대카드 캐시백 포인트는 누구에게나 고른 혜택 아닌가. 이것저것 다 더하고 빼고 보니 내 기아 니로플러스의 가격은 3618만여 원이 된다.

 

싼값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전기차라는 장점을 고려하면 비싼 차도 아니다. 대신 할부를 하게 되면 그 이자가 만만치 않으니 그건 별도로 고민해야 할 사안이라고 본다.

 

2022. 7. 19.

ㅇㅇ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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