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충전>
전기차 충전을 언제 어디에서 할 것인지는 나에게 가장 큰 고민거리다. 운전할 때마다 계기판이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차를 받을 때 390km 남짓이던 주행 가능 거리가 꽤 많이 줄어들었다. 1주일 만에 드디어 결심했다.
150km 정도 남은 때 처음으로 충전해 보기로 했다. 경상국립대 가좌캠퍼스 무료주차장에 설치된 충전소로 갔다. 4대를 동시에 충전할 수 있는데, 아무도 없었다. 모두 급속 충전식이다. 1kW당 요금은 309원 정도였다. 너무 구석진 곳에 충전소를 만들어 놨다. 그만한 까닭이 있을 것이다.
이래저래 해보니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다. 사실은 실수하지 않으려고 사용설명서를 서너 번 읽었다. 환경부에서 발급하는 전기차 충전 카드가 없어서 그냥 쓰던 카드를 사용했다. 환경부 카드는 다음주 월요일쯤 받을 것 같다. 보통 80-90%만 충전하라고 하던데, 충전량을 먼저 지정할 수는 없었다. 금액으로 얼마만큼 충전할 것인지 지정했다.
1만 2000원어치를 충전하려고 했는데 1만 413원에서 80% 충전 완료라고 안내됐다. 40분쯤 걸렸다. 화장실을 천천히 다녀올 수 있을 정도다. 휴대폰으로 알림 문자가 왔다. 신용카드를 이미 제거한 상태라서 나머지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 ‘휘발유였다면 최소 7만 원은 되었을 텐데, 1만 2000원이라니’라고 생각하며 내버려 두었다.
새로 시동을 거니 416km를 달릴 수 있다고 나왔다. 시외로 놀러 가지 않는다면 2주 동안은 탈 만하겠다 싶었다. 첫 충전의 추억은 오래갈 것 같다. 돌려받지 못한 1587원이 아깝지는 않다고 생각했는데, 하루 지나고 나니 카드회사에서 문자가 왔다. 1587원 취소 처리 완료했다고 한다.
충전하는 동안 차 안에서 음악을 듣는 방법을 공부해야겠다. 또는 충전할 동안 읽을 책 한두 권을 늘 갖고 다녀도 되겠다. 충전하는 동안 그 주변을 한 바퀴 걸으며 사색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 이런 걸 상상하는 건 즐거운 일이다.
자동차 만드는 솜씨도, 그 자동차에 충전하도록 만든 시설도, 돈을 지불하고 돌려받는 과정도 깔끔하게 잘한다. 칭찬해 주고 싶다. 앞으로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는 알 수 없다. 지금까지는 만족한다. 점수로 매기면 100점 가운데 80점을 준다.
이렇게 전기차에 적응해 간다. 전기차가 주인이고 내가 종이 된 것 아닌가 싶을 때도 있다. 기능을 하나하나 익혀나가는 것이 곧 내가 주인 되는 과정이겠다. 올해 안에는 완전한 주인이 되고 싶다.
2022. 6. 10.(금)
이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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