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0일 <동아일보>에서 대구광역시장 대담 기사를 보았다. 우리나라 코로나19 감염 확진자 열에 일곱 넘게 대구ㆍ경북 지역 사람이었는데, 요즘은 꽤 안정되었나 보다. 무척 다행이다. 참 다행이다. 한 명도 나오지 않은 날도 있었고, 엊그제는 한 마을 사람 여럿이 감염됐다고 했다. 아무튼 코로나19 때문에 대구ㆍ경북 지역 국민들이 큰 고통을 겪었다.
대구시장이 대구지역 코로나19 대응에 얼마나 많은 구실을 했고 그것이 얼마만큼 효과를 냈는지는 잘 모른다. 대구지역에서는 그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는가 보다. 국회의원 총선거는 그 결과로 봐도 될 것이다. 한편에서는 대구시장이 별로 한 게 없다고도 한다. 다른 광역지방자치단체에 견주어 대응이 느렸거나 늦었거나 무뎠다고 비판한다. 잘 모르겠지만 대구시민들의 높은 의식 수준이 위기를 극복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되었다고 믿는다.
대구광역시장 대담 기사 제목에 ‘메디시티’라는 말이 나온다. 이 말은 무슨 뜻일까. ‘메가시티’라는 말은 들은 듯한데 ‘메디시티’는 낯설다. 대충 짐작하는 바가 없지는 않았지만, 왜 이런 말을 지어낼까 싶었다. 기사 본문을 읽었다. 대구시장의 말에서 답을 찾았다.
대구시장은 “전국에 대유행으로 번지지 않도록 대처하는 것을 보면서 메디시티(의료도시) 대구의 힘을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대구시장이 먼저 “메디시티”라고 했으니 기자가 따라 썼고 그 말은 곧 이 대담기사의 제목이 되었다.
‘메디시티’에서 ‘메디’는 ‘메디컬(medical)’ 즉 의료라는 말이다. 영어를 잘하거나 의료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은 대번에 알 것이다. 하지만 무슨 말인지 통 모르는 분도 제법 있을 것이고 잠시 생각한 뒤에 고개를 끄덕거릴 분도 있을 것이다. ‘시티’는 ‘도시(city)’라는 말이다. 그래서 ‘메디시티’가 ‘의료도시’라는 말이 된 것이다.
‘메디시티’라는 말을 검색해 보니 ‘메디시티 대구’라는 인터넷 사이트가 맨 위에 나온다. 들어가 보니 ‘대한민국 의료특별시 메디시티 대구’라는 광고글과 함께 누리집이 멋지게 나온다. 아는 사람은 잘 알았겠지만 모르는 사람은 통 몰랐다. 대구가 메디시티라는 걸 이렇게 대대적으로 알리고 있는 줄 정말 몰랐다.
대구문화방송(MBC) 뉴스 제목에 ‘메디시티 대구 10년…보건 예산 ‘쥐꼬리’’(2020.3.25.)라는 게 보이고 한국방송공사(KBS) 뉴스에서는 ‘의료관광객 7배↑…메디시티 대구 자리매김’(2019.5.21.)이라는 기사도 보인다. 의료관광객은 늘었지만 보건 관련 예산은 얼마되지 않았다는 뜻인지 모르겠다. 그렇게 의료도시임을 내세울 정도로 투자하고 홍보해 왔는데, 코로나19는 왜 대구를 중심으로 가장 크게 번졌는지 좀 의아하다.
아무튼 이러다 보니 대구시장이 기자와 대담하면서 자연스럽게 ‘메디시티’라는 말을 했을 것이고 그 말이 곧 신문기사 제목이 된 것이다. 맨처음, 그러니까 대구시가 ‘메디시티’라는 말을 시작할 때부터 ‘의료도시’라고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퍽 아쉽다. ‘의료도시’라고 해도 되었을 것을 굳이 ‘메디시티’라고 한 걸 보면 외국인 환자도 유치하겠다는 복안이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그렇더라도 우리말로 ‘의료도시’라고 해 놓고 괄호 안에, 또는 작은 글씨로 ‘메디시티’라고 해줘도 충분했을 것이다. 우리 국민이 먼저 찾지 않는 의료도시를 외국인이 스스로 찾아오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10년 가까이 써온 말이라서 대구시장이 대담에서 ‘메디시티’라고 했다고 하자. 신문사에서 이 말을 제목으로 쓸 때 ‘의료도시’라고 적어 주고 작은 글씨로 ‘메디시티’라고 붙여 주었더라면 어땠을까. 본문에서도 ‘메디시티(의료도시)’라고 하지 말고 반대로 ‘의료도시(메디시티)’라고 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신문은 대구시민만 보라고 만드는 게 아니니까.
2020. 4. 20.
시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