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끝났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얻은 표를 합하여 180석을 얻었다.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5분의 3, 곧 60%를 얻었다. 개헌 말고 모든 법률안을 마음대로 통과시킬 수 있단다. 헌법기관의 장 임명동의안도 마음대로 할 수 있다. 민주적인 선거제도가 뿌리내린 뒤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선거에서 이긴 정당이 진 정당을 배려해서 표정을 관리해야 할 정도라고 한다.
이 일을 보도하는 신문의 제목에 등장하는 말을 살폈다. ‘슈퍼 여당’이라는 말이 가장 많다. ‘슈퍼’를 ‘수퍼’로 쓴 신문도 있다. 먼저, ‘슈퍼’를 ‘수퍼’로 쓰면 틀렸다는 것을 그 신문이 알았으면 좋겠다. ‘거대 여당’이라고 쓴 데도 있다. ‘골리앗 여당’이라는 제목도 보인다. ‘골리앗’이라는 말이 가진 부정적 느낌을 지울 수 없는데, 어떤 의도가 엿보인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이런 일을 보도할 때 굳이 영어 ‘슈퍼’를 써야 했느냐 하는 것이다. ‘슈퍼(super)’는 ‘초(超), 과(過), 과도한’이라는 뜻이다. 그러면 ‘초 여당’이라는 뜻인가. ‘과 여당’이라는 뜻인가. ‘과도한 여당’이라는 말인가. 아니다. 물론 슈퍼를 이렇게 좁게 해석할 필요는 없다.
그냥 ‘거대 여당’이라고 해도 되었을 것을 굳이 영어를 갖다붙일 까닭은 없었다. 신문사들은 이런 데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거나 영어 사대주의에 빠졌거나 둘 중 하나이겠다. ‘거대’라는 말도 한자어 아니냐는 비판도 있을 수 있다. 그러면 ‘너무 큰’, ‘매우 큰’, ‘아주 큰’이라고 쓰면 되겠지.
예상이나 기대보다 훨씬 많은 의석을 차지함으로써 거대여당이 된 정당에게 부탁드린다. 자만하지 말고 오만에 빠지지 말기를 바란다. 다윗의 돌팔매에 쓰러지는 무능하고 느려 터진 골리앗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빠르고 정확한 개혁, 국민의 삶을 어루만지는 정책을 기대한다. 이제는 초라해진 야당에게도 부탁드린다. 제발 그동안 해온 정치 행태를 되돌아보기를 바란다. 그리고 부끄러움을 좀 느끼기를 바란다.
2020. 4. 17.
시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