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군 신안면 하정리 원지공원에서 '목화장터'가 열리는가 보다. 고려시대 문익점 선생이 중국에서 목화씨를 몰래 가져와 처음 심은 곳이 이 동네인데, 그래서 목화장터라고 붙인 모양이다. 여기저기서 말씀들 하셔서 가보고 싶었다. 오늘 드디어 기회가 왔다. 함양 금대암 전나무 뵙고 곧장 달려갔다.
동네 사람들이 온갖 것을 갖고 와서 판다. 산청 사람도 있고 진주 사람도 있다. 새것도 있고 헌것도 있다. 공장에서 떼온 것도 있고 직접 만든 것도 있다. 빵도 있고 도토리묵도 보이고 옷감이나 액세서리도 많다. 물건을 만져보거나 값을 물어보지 않고 눈으로 휘 둘러보았다. 올해는 오늘이 마지막이다. 내년에 다시 찾아와 흥정도 하고 몇 가지 필요한 건 살 것이다. 도토리묵은 몇 번 망설였다. 막걸리 안주이므로.
한쪽 놀이터에선 공연이 열렸다. 합창이 끝나고 진주에 뿌리를 두고 전국으로 공연 다니는 이마주+선우 가수가 노래했다. 인기가 높았다. 관객들도 손뼉치며 따라 불렀다. 노래 세 곡은 동영상으로 찍었다. 날씨는 포근했다. 하늘은 높았다. 구름은 예뻤다.
이어 극단 큰들에서 대동놀이를 진행했다. 사실, 나는 큰들 대동놀이를 보기 위해 간 것이다. 대동놀이는 다함께 즐겁게 신나게 놀자는 건데 그걸 '보기' 위해 갔다는 건 잘못이다. 3시25분부터 4시까지 풍악소리와 함께 많은 사람이 춤추고 뛰었다. 고함 지르고 손뼉 쳤다.
이규희 대표가 맨 처음 여는 소리를 했다. 풍물단은 물건을 내놓고 파는 상인들 틈을 한 바퀴 돌았다. 박정민 씨는 멋드러진 장구 솜씨를 보여 줬고 김상문+이인근 씨는 아슬아슬 버나놀이를 했다. 송병갑+김혜경 부부가 앞소리를 했고 모든 단원이 주민들과 어울려 신명나게 놀았다. 나는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찍었다.
큰들 풍물패는 이런 대동놀이를 한두 번 해 본 게 아니어서 분위기를 잘 이끌었다. 기차놀이를 하고 대문놀이를 했다. 쾌지나 칭칭나네도 부르고 아리랑도 불렀다. 동네 사람들은 자신을 내려놓고 땀 흘리며 즐겼다. 목화장터가 앞으로도 더 알차게 성장해 가기를 빌었다.
환하게 웃는 산청 사람들, 덩달아 웃는 이웃 사람들, 그래서 즐겁기만 한 공연단들. 장수와 손님이 어우러진다. 장사가 잘 되면 좋고 잘 안 되어도 여전히 밝은 표정인 그들을 보며 휴일을 마무리했다. 커다란 가마솥에서 뽀글뽀글 끓고 있는 국밥을 먹고 가라고 했지만 그냥 왔다. 다음에 가면 정말 제대로 살펴보고 열심히 즐겨야겠다, 생각했다.
2019. 11. 24.
시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