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 어디어디에 ‘팔선생’이라는 중국집이 있다. 2층 짜리 건물이다. 몇 해 전 아내와 함께 ‘월석아트홀’에 무슨 전시회 구경 갔다가 이 집에 갔었다. 부산 사는 친구들에게 근처 맛집을 소개해 달라고 했더니 이 집을 소개해 준 것이다. 중국식 냉면을 먹었다. 그다지 권할 맛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집은 꽤 유명하다. 무슨 영화를 여기에서 찍었다 하고 어떤 유명한 배우가 다녀갔다 자랑한다. 여러 말 필요없다. 한번 가 보면 안다. 저녁시간에 빈 자리가 없다. 한국인뿐만 아니라 서양사람도 제법 보인다. 시끌시끌 바글바글, 그야말로 맛집이다.
한 가지 단점이라면 화장실이 멀다는 것이다. 점심이나 저녁 간단히 먹고 나갈 것이면 무슨 상관이랴만, 자리 펴고 앉아 한두 잔 걸칠라 치면 좀 그렇다. 술에 취한 채 나갔다가 되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가지로 만든 무슨무슨 요리와 또 다른 어떤어떤 요리를 안주 삼아 제법 마셨다. 매우 매운 안주도 먹었다. 단무지와 김치도 맛있게 먹었다. 배가 불렀다. 화장실 두 번 갔다 왔다. 8시 30분쯤 마지막으로 식사를 주문하란다. 별 생각 없이 짜장면을 시켰다.
보통 중국집에서 요리 시켜 술 마신 사람에게는 짜장면이든 우동이든 짬뽕이든 절반 정도만 준다. 그 정도는 먹을 수 있겠다 싶어 짜장면을 시킨 것이다. 그런데 웬걸. 한 끼 식사로 넉넉한 짜장면 한 그릇을 앞앞이 내놓는다.
속으로 ‘이 사람들 웃기네’라면서 젓가락으로 면을 비볐다. 한입 베어물었다. 정신이 아득했다. ‘짜장면’이라고 말을 하거나 그림을 보거나 생각을 했을 때, 가지런하게 정리된 채로 떠오르는 바로 그 맛이었다. 맛을 북돋워주는 뭔가가 제법 들어갔는데 다 기억하지는 못하겠다. 한 가지는 말할 수 있다. 이 세상 최고의 짜장면이라는 자부심이 한가득 들어 있었던 것이다. 잘 먹었다. ‘팔선생’ 다음에 또 간다.
2019. 6. 6.
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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