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어른》을 읽으면서 ‘어른의 생각’, ‘어른의 마음’, ‘어른의 지식’을 생각했다. ‘어른의 생각’은 막연했던 것을 좀 구체적으로 보여주었고 ‘어른의 마음’은 구체적인 것을 구름처럼 좀 흩어주었고, ‘어른의 지식’은 그 구름을 모아 비와 눈을 만들어주는 것 같았다. 책을 읽으면서 그은 밑줄은 한여름 소나기처럼 장대하다.
‘인간이 일관적일 필요가 없으며 일관적이면 오히려 이상한 존재라는 것.’(15쪽)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태어난 것 말고는 모든 게 선택이다. 바람직한 선택도 하고 잘못된 선택도 한다. 자기가 한 선택에 얽매이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된다. 자승자박이다. 인간이 일관적이면 오히려 이상한 존재라는 명제 앞에서 일터의 고단함을 잠시 잊는다. 일관적이지 않아도 이상한 게 아니다. 그러나 일관적이지 않을 수밖에 없는 충분한 근거와 이유는 꼭 필요할 것이다. 간혹 갈짓자걸음을 걷고 때로 진퇴양난에 빠져도 인간이기에 그럴 수도 있다는 용서의 마음이 생긴다. 용서 받은 뒤에 새로 시작할 용기도 생기는 법이다.
‘세계 최초의 연필은 1565년에 발명됐는데 지우개는 1770년이 되어서야 발명.’(25쪽) 놀라운 일이다. 연필을 발명해 놓고도 200년이 지난 뒤에야 지우개가 발명되다니. 그리고 이 연필과 지우개가 만나는 데에 다시 100년이 더 걸렸다. 두뇌를 말랑말랑하게 하는 게 필요하다. 기존의 관습, 습관에 얽매이지 말고 자유로운 상상력과 창조력이 필요하다. 작년에 한 일을 똑같이 할 게 아니라 올해는 다르게 해야 한다. 무심코 쓰는 글 한 줄과 공문 한 장도 처음부터 다시 뒤집어볼 필요도 있다.
‘우리가 일을 못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바로 습관’(53쪽) 이 말을 들으면서 ‘선입견’을 떠올린다.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거나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지레짐작으로 상황을 판단하면 그 오류는 심각해진다. 매사에 그렇다. 특히 사람 사이의 관계를 형성해 나갈 때 주의해야겠다. ‘나쁜 습관을 막는 방법은 그것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좋은 습관을 많이 만드는 것’(54쪽)이므로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받아들이고 다른 방식으로 사고하는 훈련을 하는 게 좋겠다.
‘각자 다른 것을 보고 자란 인간의 뇌는 현실을 절대적으로 보지 않고 상대적으로 본다’(99쪽) 때문에 모든 인간이 행복해지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역지사지의 마음가짐이 필요한 까닭이다.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나를 바라보면 나의 잘못은 더 잘 보일 것이다. 개구리 올챙이 시절 모른다고 하지만, 윗자리에 앉더라도 아랫자리 시절의 즐거움과 고통을 반추할 수 있는 게 인간 아닌가. 서로 그러려고 노력하면 명랑한 분위기는 자동으로 생겨날 것이다.
‘상대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행동이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덕분에 대화가 유지되었다’(132쪽) 바쁜 일상이다. 컴퓨터 화면에 눈을 고정한 채 하루를 보낸다. 전화도 받고 손님도 받는다. 하지만 건성으로 대답하고 대충 메모한다. 그래놓고는 나중에 잊어버리기도 한다. 한 공간에 있는 사람이 무엇을 이야기하면 경청하고 고개를 끄덕여주어야 한다. 작은 행동 하나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그것이 반복되어 습관이 되면 늘 유쾌한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다. 사람 사이의 간격을 좁히고 일의 능률을 올리는 효과적인 방법이겠다.
‘인간은 혼자일 때 가장 행복하지만 어쩔 수 없이 혼자일 때 불행하고 외로운 존재가 된다’(141쪽) ‘같이 가고, 각자 즐기되, 외로울 때는 함께하라’(142쪽)고 했듯이 개인에겐 충분한 여유와 휴식이 필요하고 재충전의 기회도 필요하다. 그러나 사회생활을 하는 이상 영원히 혼자일 수는 없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다른 사람과 함께 가야 한다.
‘실패, 즉 오차의 순간이 찾아왔을 때 거기서 멈추면 실패 에너지를 써보지도 못하고 허무하게 끝나고 만다. 우리는 모두 실패 창고를 가지고 있으며 여기에는 성공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있다. 그것을 사용할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147쪽) 한번도 실패하지 않는 인생은 없다. 실패만 하는 인생도 거의 없을 것이다. 수없이 실패하지만 그것을 딛고 일어서 성취하는 성공은 더욱 보람있을 것이다. 실패를 ‘실패’라고 보지 말고 ‘오차’라고 생각하자는 이야기는 설득력 있다. 오차는 다른 것을 해보라는 ‘가이드 메시지’인 셈이다. ‘넘어진 만큼 목표에 가까이 간 것이고, 한계에 부딪힌 만큼 굳은살이 생겼고, 화가 난 만큼 인내심이 생겼다’(149쪽)는 말을 명심하면 어떤 실패도 두려울 게 없겠다.
‘개미가 최단 거리라는 효율적인 길을 찾아낸 것은 개미 한 마리는 똑똑하지 않아도 집단적으로 놀라운 지성을 발휘한 결과’(204쪽) 한 사람의 능력은 한계가 있다.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도 그가 가지는 시야는 360도일 리 없다. 다른 사람이 도와줘야 하고 다른 사람과 함께해야 한다. 여러 사람이 모이면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을 수 있다. 1+1=2가 아니라 3도 될 수 있고 4도 될 수 있는 법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 부서와 부서 사이, 팀과 팀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협업하면 개개인이 가진 능력의 총합보다 훨씬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개미도 하는데 사람이 못할 리 없다. ‘꿀벌이 집단 지성을 사용해 새로운 이주지를 찾는 과정은 인간이 그들로부터 배워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206쪽)는 사실을 늘 인식해야겠다.
《어쩌다 어른》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직면하는 다양한 상황을 실제 사례 중심으로 설명해준다. 무릎을 탁 치는 깨달음이 있는가 하면 한참 동안 숙고하게 하는 지혜도 녹아 있다.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 부닥칠 만한 난처한 일, 어려운 일, 부담되는 일을 직간접적으로 해결해주는 지혜다. 어쩌다 태어나서 어쩌다 보니 어른이 되었지만 정신적, 정서적으로 미성숙의 아픔을 겪는 우리 시대 ‘어른’들에게 진정한 어른으로 거듭날 수 있는 비결을 넌지시 일러주고 있다. 사회의 꼰대가 되지 말고 시대의 어른이 되라고 깨우치며 그 길을 비춰주는 빛줄기다. 죄다 나에게 해주는 이야기라서 더 기쁘고 고맙게 읽었다.
2019. 1. 18.
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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