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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하고 소소한 일상

마파두부밥

by 이우기, yiwoogi 2018. 10. 7.


10년은 넘었지 싶다. 개양에 '차이나타운'이라는 중화요릿집이 있었다. 사무실에서 간혹 음식을 배달시켜 먹었다. 주로 짜장면 아니면 우동, 볶음밥이었다. 잡채밥을 좋아했는데 조금 비쌌던 것 같다. 주방장 요리 솜씨도 좋았고 직접 배달하는 주인 웃음도 정다웠다. 외상 장부 관리도 깔끔했다.

 

어쩌다가 마파두부밥이란 걸 알게 됐다. 무엇무엇이 들어가는지 요리 과정은 어떤지 알 수 없었다. 다만 그 새롭고 깊고 넓고 높기조차 한 맛은 반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매운가 하면 짜고 그런가 하면 달콤했다. 그때부터 차이나타운 마파두부밥은 내 영혼의 음식이 되었다. 배달 시킬 때 나에겐 뭘 먹을지 묻지 않았다.

 

차이나타운은 문을 닫았다. 알려진 바로는, 너무 힘들어서 몸이 상할까 걱정된 때문이다. 이제 그 마파두부밥은 먹을 수 없다. 간혹 중화요릿집에 가면 시켜 보지만, 그 맛이 아니었다. 머리와 눈과 입이 기억하는 그 맛을 다시 만날 수 없었다. 차라리 기억상실증에 걸리고 싶었다.

 

평거동에 '자금성'이란 중화요릿집이 있다. 간혹 간다. 이것저것 먹어 본다. 다 맛있다. 그동안 마파두부밥은 아예 먹지 않다가 오늘 마침 용기를 내었다. 첫 숟갈을 떠 먹는 순간 잊고 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배가 무척 불렀지만 다 먹었다. 차이나타운의 그것과 똑같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매우 맛있었다.

 

기름기 잘잘 흐르는 마파두부밥. 두부와 새우와 버섯과 죽순과 또 이름을 알지 못하는 무엇무엇이 수두룩하게 들어가서 서로 얽히고 설킨 맛의 조화는 설명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상상해 본다. 차이나타운 주방장이 흐르고 흘러 자금성에 머물고 있는 건 아닌지. 혹시나 싶어 먹기 전에 미리 한 장 찍어두기 잘했다.

 

2018. 10. 7.

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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