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마지막 날, 어머니와 함께 밤, 도토리 주우러 다녀왔다. 아버지 산소 주변을 지키는 몇 나무 아래만 뒤적이다 왔다. 조금만 더 걸으면 더 많이 주울 수 있지만 그러하지 않았다. 욕심은 부질없다. 해마다 알맞게 떨어지는 밤, 도토리가 고맙다. 밤 절반은 우리가 갖고 와서 생밤으로 먹고 삶아서 먹기도 할 것이다. 도토리는 머지않아 묵으로 환생할 것이다. 맞춤한 양념장과 막걸리가 떠오른다. 허벅지, 장딴지, 허리가 좀 욱신거리지만 참을 만하다. 모기들에게 물린 것도 참을 만하다.
돌아와서는 망경횟집에 갔다. 국수, 수제비, 오리탕 따위 여러 음식을 들먹여도 미적지근하다가 횟집이라는 말에 반응이 즉각적이었다. 손님 열에 아홉은 부모 모시고 온 자녀들이었다. 상추에 회를 얹고 마늘과 고추를 포개어 한입 가득 드시는 어머니를 보는 마음은 행복했다. 소주 석 잔 따라 드리고 나도 몇 잔 했다. 셋이서 4만 원짜리 하나 시키면 늘 남겼는데 이번엔 다 먹었다. 매운탕에 든 고기뼈도 싹싹 발라 먹었다. 오래도록 이렇게만 살았으면 좋겠다.
2018. 9. 27.
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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