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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 치료 경과

by 이우기, yiwoogi 2018. 7. 31.

12일 치과에 가서 상담했다. 정말 큰맘먹었다. 무서움도 이겨야 했고 자금도 마련해야 했다. 부끄러움도 극복해야 했다. 그만큼 벼랑끝에 내몰린 것이었다.

 

115일 아래6개를 뽑았다. 부실한 잇몸, 부실한 관리 탓이다. 6개 뽑는데 1~2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아득했다. 눈물이 났다. 이미 4개를 뽑은 터라 10개가 비었다.

 

23일 아래위 임시 틀니를 착용했다. 전후로 몇 번이나 치과에 갔다. 틀니는 잘 맞지 않았다. 적응하기 어려웠다. 덜그덕거리는 틀니는 입안의 적이었다. 잇몸이 긁히기도 했다. 그러나 차차 적응되었다. 몇 번이나 손을 봐준 덕분이다. 적응은 기쁜 일이면서 또한 슬픈 일이었다.

 

411일 윗니 왼쪽 임플란트 착공했다. 가장 무서운 날이었다. 오금이 졸이고 아랫배가 아팠다. 공사장면을 상상, 공상, 생각하기 싫어 딴생각하며 견뎠다.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알 수 없는 공포가 있다. 2시간30분쯤 걸렸던가. 인공뼈도 많이 넣었다. 성공적이었다.

 

53일 윗니 오른쪽과 아랫니 오른쪽, 왼쪽 임플란트 착공했다. 조금 덜 무서웠지만 그래도 무서웠다. 3시간 가까이 드러누워 있었다. 윗니엔 인공뼈를 넣었다. 성공적이었다. 뛰어난 의사와 간호사 덕분이고, 운까지 따라 주었다고 생각한다. 다행이었다.

 

716일 아랫니 임플란트 본을 떴다. 아프지는 않았지만 숨쉬기 어려웠다. 본뜨기 위한 물질을 입안 가득 넣었기 때문이다. 이 순간만 견디면 좋은 세상 온다고 생각하며 견뎠다. 나 같은 환자도 드물 것이다. 간 김에 잇몸치료도 했다.

 

730일 아랫니 임플란트 완성하여 끝났다. 몇 번이나 끼워보는지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소독하고 끼워보고 돌려보고 다시 빼내어 맞춰보는 것 같았다. 눈감고 있었지만 나는 웃었다. 즐겁고 고마운 시간이었다. 쓸모없어진 아랫니 틀니는 내가 보관하기로 했다. 간 김에 잇몸치료도 했다.

 

이제 내년 4월경 윗니만 남았다. 대략 8-9개월이다. 본뜰 때 숨막히는 순간 몇 분만 견디면 정말 새로운 세상을 만날 것이다. 완전한 내 이보다는 덜하겠지만 먹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호두, 사탕, 얼음, 오돌뼈 같은 걸 겁없이 씹으려고만 하지 않으면 된다. 나는 삼겹살과 전어회만 잘 씹어먹으면 장땡이라고 여긴다. 그런 때가 오긴 올 건가 하고 바라보고 있다.

 

그동안 격려하고 위로하며 함께 달려와준 치과 의사 선생님과 여러 간호사님들께 정중히 중간 감사 인사드린다. 궁금해 할 만한 것은 미리 설명해 주고 무엇보다 용기를 북돋워 준 것에 대해 한없이 고맙다. 공포에 사로잡혀 있는 환자를 위해 일부러 좋아하는 가수인 조용필 노래를 준비해준 성의는 두고두고 주변에 소문내고 싶다.


아내의 응원은 가장 큰 힘이었다. 진작에 가지 않다가 일을 키웠다고 나무랄 만도 한데 그러하지 않았다. 비용 문제도 걱정 말라고 했다. 뾰족한 수가 없는 줄 알면서도 크게 의지할 수 있었다. 틀니 보관하는 통이 화장실에 놓여 있었는데, 열어보지는 않았겠지만, 흉측한 걸 눈에 띄는 곳에 두었다고 까탈부리지도 않았다.  고맙다. 당연한 듯 보이는 일도 직접 겪어 보면 크게 보이는 법이다. 

 

이제 심호흡 한번 하고 간다. 쉼표를 찍는 것이라고 할까. 잘못된 칫솔질을 비롯해 입안 관리에 좀더 신경써야겠다. 술 줄여야 하고 딱딱하고 질긴 음식은 삼가야 한다. 다시 한번 더 하라면 절대 못할 것 같은 대공사를 자초할 순 없지 않은가. 미련하고 무식한 표본이 다시 될 수는 없지 않은가. 함께 걱정하고 아파한 가족들에게도 이런 기억은 한번으로 족하지 않은가. 경제적으로도 그렇고. 아무튼 여기까지 왔다. 혹시 이 아픈 분, 저를 거울 삼아, 아니 저 같은 바보가 되지 마시고 하루라도 빨리 치과에 가시길 바란다.

 

2018. 7. 31.

시윤

 

치과 원장님 조언:

"저는 극복되어지는 고통은 인생에 유익한 자산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라서 

 

이우기 선생님께서 많은 고통과 불편이 있으시겠지만, 그런 시간이 지난 시절 스스로의 습관에 대한 깊은 수정(고침)을 가능하게 하는 큰 동력이라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저에게도 해당되는 말이구요. 암튼 시절이 좋아서 임플란트라는 것이 있어서 좋습니다.

 

골다공증에 걸려서 골다공증 약을 먹으면 임플란트에 매우 좋지 않으니 골다공증을 피하기 위한 노력-음식으로서의 칼슘 섭취 증가-을 게을리 하지 않으시면 좋겠습니다. 혹시 우유를 드실 생각이면 저지방으로 드시구요. 식이조절과 전신건강관리를 잘 하시길 당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