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 아주 좋다는 숙성양파즙을 ‘강복자식품’에 주문했다.사무실 냉장고에 넣어 놓고 날마다 아침에 하나씩 먹는다. 앞날 과음을 했다면 두세 개를 한번에 먹는다. 두 달 전에 사 놓고 먹던 게 바닥나서 다시 주문했다. 50개들이 두 상자를 사면 한 상자를 덤으로 준다. 두 상자는 내가 먹기로 하고 한 상자는 친구에게 보냈다. 둘 다 건강해야 오래도록 만나 마시고 놀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이번에 주문한 건 ‘빨간 숙성 양파즙 골드’이다. 최대 72시간 숙성 농축했다고 한다. 자연숙성으로 영양 파괴를 적게 하고 맛은 더욱 진하고 깔끔하게 했다고 자랑한다. 나는 이 자랑을 믿는 편이다.
강복자식품은 당근, 민들레, 양배추, 토마토, 양파, 도라지 따위 건강에 좋은 채소나 과일을 즙으로 만들어 파는, 진주에 있는 회사이다. 가끔 주문해 먹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단골이 되었는지, 행사 안내 문자도 보내 온다. ‘숙성양파즙 2+1 이벤트 8월 말 종료 예정입니다’ 또는 ‘양파즙 2+1 행사 오늘까지입니다. 감사합니다’ 이런 내용이다. 단골이라서 값도 많이 깎아 준다. 이러다 이 회사 망하면 안 되는데 하는 생각도 든다. 고맙다.
그건 그렇고, 나는 ‘2+1’이라는 말을 뭐라고 읽을지 늘 고민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투 플러스 원’이라고 읽을 것이다. 나는 ‘이 더하기 일’이라고 읽을지, ‘두 개 더하기 하나’라고 읽을지, ‘둘 더하기 하나’라고 읽을지 고민한다. 물론 이 글자를 소리내어 읽지는 않지만 속으로 헷갈려 한다. ‘투 플러스 원’이라고 읽으면, 두 개 살 때 하나를 덤으로 준다는 느낌이 든다. 솔직히 그렇다. 하지만 ‘이 더하기 일’이라고 하면 초등학생 산수 문제 푸는 것 같다. ‘두 개 더하기 하나’라고 해도 어색하긴 마찬가지다. ‘투 플러스 원’이 이길 것 같다.
전창걸이라는 사람이 있다. 개그맨이었다. 영화도 찍었으니 배우이기도 하다. 1967년생이라고 나오는데, 나와 갑장이다. 얼굴로 치자면 내가 한참 더 많아 보인다. 이 친구가 뭘 먹어서 젊게 보이는가 싶었는데, 생각도 바르고 먹는 것도 바른가 보다. 방송계를 떠난 이유는 잘 몰랐는데, 좀 불미스런 일이 있었던 것 같다. 요즘은 무슨 사업을 하고 있다. 아무튼 그가 하는 사업은 조금 낯설다. 이른바 ‘새싹땅콩차’라는 것이다. 들어는 보셨는지….
‘전창걸 몰’이라는 데 가 본다. 자세히는 모르겠는데 녹차, 옥수수차, 우엉차처럼 땅콩의 새싹을 이리저리 가공하여 차로 만든 것 같다. 티백도 나온다. 몸에 얼마나 좋은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딱 내 눈길을 끈 게 있다. ‘2+1 EVENT’라고 적어 놓고 그 위에다가 ‘두 개 사면 하나 더!’라고 적어 놓은 것이다. ‘투 플러스 원’이라고 할까, ‘이 더하기 일’이라고 할까, ‘두 개 더하기 하나’라고 할까 고민했었는데, ‘두 개 사면 하나 더’라고 하는, 비슷하지만 느낌은 완전히 다른 말을 적어 놓은 것이다. 보통 사람은 잘 못 느낄지 모르지만, 말과 글에 좀 민감한 편인 나는 이 글을 보는 순간 머리를 딱 쳤다. 이것이다.
새싹땅콩차는 라디오 팟캐스트 방송에서 자주 광고를 하는데 거기에서도 “두 개 사면 하나 더~!”라고 말한다. 구수하면서도 장난스런 목소리로. “투 플러스 원~”이라고는 절대 말하지 않는다. 나 같은 사람은 ‘아, 이 사람은 다른 사업자와 생각이 조금 다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냥 우연히 그렇게 말하고 써 놓은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 우연과 필연의 미세한 틈을 눈여겨보고 있는 것이다.
대형 마트나 동네 편의점, 또는 커피 가게에 가면 이런저런 상품 두 개를 테이프로 묶어 놓고 ‘1+1 할인행사’, ‘2+1 대박할인’ 따위 문구를 적어놓는 걸 본다. 하나를 사면 덤으로 하나 더 준다는 것이다. 두 개를 사면 덤으로 하나 더 준다는 말이다. 글자로 적어 놓은 것을 사람마다 어떻게 읽는지 좀 궁금하다.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에서 이런 행사를 홍보할 때는 어김없이 ‘원 플러스 원’, ‘투 플러스 원’이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런 말에 대하여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 그런데 전창걸은 ‘두 개 사면 하나 더!’로 적어 놓았다. 좀 길더라도 이 말을 널리 썼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1+1 또는 2+1이라고 적어놓은 광고 문구를 “하나 더하기 하나” 또는 “하나를 사면 하나 더”라고 읽거나 말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미 오랫동안 써 온 덕분에 머릿속에 세뇌되어 있을 것이다. ‘원 플러스 원’이 영어이긴 하지만 거의 우리말처럼 우리 삶 속에 녹아 들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그래도, 아니 그럴수록 ‘하나 사면 하나 더’, ‘두 개 사면 하나 더’라는 말이 정감 있고 멋지게 들린다. 나만 그런가?
2017. 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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