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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석류나무 잎사귀는 몇 장이었을까

진주남강유등축제 유료화

by 이우기, yiwoogi 2015. 6. 29.

진주시가 그동안 무료이던 진주남강유등축제를 2015년부터 유료화하기로 결정했다. 유료화는, 행사장에 가는 사람은 돈을 내어야 한다는 말이다. 유료화하는 구간은, 진주성은 물론이고 망경동 둔치를 포함해 진주교에서 천수교까지이다. 전체 축제장 가운데 경남문화예술회관 근처는 빠지는 모양이다. 진주시는 그리하여 올해를 유등축제가 새롭게 도약하는 첫해로 삼고자 한단다. 입장료는 1만 원 정도로 생각하는가 보다. 이에 대하여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다. 그럴 수밖에 없겠다.

지난해 10월 초 안산에서 처가 식구들이 왔다. 진주남강유등축제를 구경하기 위해서이다. 아내와 나는 얼마나 자랑해 놨던가. 장인, 장모를 비롯하여 대식구가 우리 집에 모였다. 한 가족씩 놀러 와서 며칠 묵어간 적은 해마다 여러 번 있지만 이렇게 모두 한꺼번에 모인 건 참 오랜만이었다. 전국적으로, 국제적으로 유명해진 유등축제의 위력은 대단했다. 만일 진주에 우리가 없었다면 처가 식구들이 그렇게 대거 찾아올 수 있었을까.

진주남강유등축제를 유료화한다기에, 우선 처가 식구들이 지난해 미리 다녀간 게 참 다행이라 싶어졌다. 좀 이기적인가. 올해는 지난해보다는 사람이 크게 적을 것이니 다시 한 번 모여보자고 제안해야겠다 싶어졌다. 만일 안산 사람 1명이 유등축제를 보러 오면 얼마나 들까 생각해 본다. 12일이라 치자. 왕복 버스비+숙박비+식비+부교비+체험비+선물비. 줄잡아 10~15만 원쯤 들겠지. 숙박업소가 바가지 씌우지 않는다는 조건이다. 지인이 있으면 숙박비와 식비는 빠지니 10만 원쯤 들겠지. 만일 4명 가족이 오면 어찌 될까. 우리의 경우처럼 한 가족 전체가 작정하고 오면 얼마나 들까. 그런 사람들에게 입장료 1만 원은 어느 정도의 크기일까. 1만 원 내면 부교는 공짜로 건너겠지.

몇 가지 더 생각을 따라가 본다. 아무리 유료화한다고 해도 천수교나 진주교 근처에 몰려드는 관광객을 모두 돈 안 내고는 못 들어가게 할 수 있을까. 잘 모르고 찾아온 사람과 실랑이가 생기지는 않을까. 진주사람 중 좀 유난스런 사람은 거의 날마다 개천장을 찾을 것인데 그때마다 돈을 내어야 할까. 아니면 올해부터는 꼭 궁금하거든 한 번만 가라고 해야 할까. 해마다 1만 원 내고 소망등에 참여하는데, 그게 궁금하여 한 번 보러 가고 싶어도 돈을 내어야 할까. 먼 곳에 사는 친구나 친척들이 때맞춰 찾아왔는데 함께 유등축제 보려면 1만 원씩 거둬야 할까, 아니면 내가 다 내줘야 할까. 입장료 내고 들어간 사람이 다시 돈을 내어야 하는 체험행사에 참여하거나 이런저런 물건을 사게 될까. 상인들의 수입도 줄지 않을까.

2014년 진주남강유등축제, 개천예술제, 코리아드라마페스티벌 등 진주 10월 축제를 찾은 관광객은 모두 280만여 명이었다고 한다. 그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는 1600억 원 이상이었다고 한다. 2013년에는 270만여 명이 방문하여 1500억 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올렸다. 2012년에는 280만여 명이 방문하여 경제적 파급효과는 1400억 원이었다. 3년 동안 방문객은 10만 명이 들쭉날쭉했는데 경제적 파급효과는 정확히 100억 원씩 늘어났다(어찌 계산했는지 모르지만). 경제적 파급효과는 진주시의 수입이 아니라서 다음해 행사에서 직접 쓸 수 있는 돈이 아니다. 진주지역 경제가 그만큼 발전했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면 세금도 늘고 재정자립도도 그만큼 따라 올라가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축제를 즐기는 데 돈을 내어야 하는가 하는 근본적 질문을 해 볼 수 있겠다. 문화예술회관 같은 공간에 뛰어난 미술품을 걸어놓고 돈 내고 보라고 하면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극장에서 영화 볼 때도, 극단에서 연극 볼 때도 돈 내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열린 공간에서 펼쳐지는 축제’(전시회나 공연, 상영이 아닌)를 즐기는데도 돈을 내라고 하면 어떻게 받아들일까. 전시해 놓은 등을 보는 것도 관람이니 돈을 낼 수도 있겠지만 일반 관람객들이 그것을 쉽게 받아들일까. 잘 모르겠다.

아무튼 진주남강유등축제를 유료화하는 결정은 시장 혼자 뚝딱 한 것이 아니다. 그동안 공청회(진주남강유등축제 자립화를 위한 축제장 유료화 방안 시민 공청회(2015.4.30.))도 열었고 언론 보도도 참조했을 것이다. 시민의 대의기구인 시의회도 통과했다. ‘어쨌든민주주의의 절차를 거쳤으니 원래대로 무료로 되돌리자고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을 것 같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얼마나 거둘 것인지, 관광객이 줄어들지 않게 하면서도 입장료는 원만하게 잘 걷는 방법은 무엇인지, 다른 지역의 사례나 외국의 사례는 어떤지 더 공부하고 연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축제가 끝난 뒤 유료화가 정말 잘 내린 결정인지 아닌지 한 번 더 따져보는 건 분명히 필요하다고 본다.

나의 의견은 무엇인가. 10일 동안 벌이는 유등축제에 정확히 얼마를 들이는지는 모르겠다. 자료를 뒤져봐도 못 찾겠다. 수십억 원 들겠지. 그래, 넉넉잡아 100억 원이라 치자. 100억 원 들여 지역경제에 1600억 원의 파급효과를 올린다면 성공한 장사 아닌가. 들인 돈의 16배 넘는 수입을 지역경제에 골고루 뿌려주었다면 대단히 훌륭한 성과 아닌가. 시민 세금 100억 원을 유등축제에 투입하여 1600억 원의 효과를 올렸다는데 누가 뭐라고 할까. 그동안의 노력과 예산만으로도(정부 지원금이 많았긴 하지만) 국내 최고를 넘어 세계적 축제로 발돋움해 왔다(박수 받아 마땅한 일이다). 그렇다면 굳이 유료화할 필요가 있을까. 자립축제도 물론 중요하다. 그래도 꼭 유료화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2015. 6.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