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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즐거움

좋은 책을 고르는 피곤한 방법

by 이우기, yiwoogi 2015. 4. 6.

퇴근길에 진주문고’(055-743-4123, 경남 진주시 진양호로 240번길 8, www.facebook.com/jinjubook)에 간다. 이명수의 <그래야 사람이다> (유리창, 255, 14000)를 사기 위해서다. <오마이뉴스> 어떤 기자가 책을 낸 출판사 사장을 인터뷰했다. 기사에서는 이름이 우일문으로 나오는데 책에는 발행인이 우좌명으로 되어 있다. <오마이뉴스> 기자는 이 출판사에서 낸 <그래야 사람이다>를 보고 그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하는데, 나는 이 기사를 보고 이 책을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출판계, 바닥을 치고 아예 땅을 파고 들어가기사보기: http://goo.gl/TSZsJZ) 이 기사는 김주완 선배의 페이스북에서 알게 되었다.

 

기자는 이렇게 썼다. “<그래야 사람이다>는 이명수 저자가 <한겨레신문>에 연재한 글을 묶어낸 책으로 세월호 참사와 더불어 용산 참사, 쌍용차 해고사태,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밀양 송전탑 등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은 읽고 있노라면 마음에 무거운 쇳덩어리가 하나씩 둘씩 얹히는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목울대가 뻑뻑해지고 눈에 물기가 차오르면서 앞이 뿌옇게 흐려지는 부작용이 있다.”

 

이런 부작용을 직접 겪어보고 싶어지는 건 책에서 언급하는 많은 사건들이 일어난 것과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때문이다. 잘 아는 척하면서도 사실은 잘 모르고 있어서 느끼는 부채의식도 있다. ‘유리창같은 출판사를 북돋워주어야만 되겠다는 생각도 있다. 책 한 권 산다고 큰 힘이 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먼지보다 작다 할지라도 마음을 보태어 보자 싶어진 것이다. 이 출판사에서 낸 책에는 <정연주의 기록> <강의실 밖 문학 수업> <산골 대통령 한국을 지배하다> <국민을 위한 권력은 없다> <한글만세 주시경과 그의 제자들> <태양계 연대기> <조선노비열전> 들이 있다.

 

진주문고’ 2층에 가서 에세이들을 모아 있는 곳을 일별하니 책이 보이지 않는다. 서점 옷을 입은 젊은 친구에게 물어보니 컴퓨터로 확인해 보더니 한 권 남아 있다고 한다. 원래 한 권만 들어온 것인지 여러 권 있었는데 다 나가고 마침 한 권이 남은 것인지 묻지 않았다. 직원이 바로 찾아주려는 걸 다른 책도 볼 겸 일부러 내가 찾겠다 한다. 책이 있다고 한 곳으로 가서 십 분 이상 훑어보고 노려보고 뒤져봐도 책이 안 보인다. 다시 직원을 부르니 쉽게 찾아준다. 세로로 꽂힌 여러 책들 위에 가로로 누워 있다. <그래야 사람이다>는 나에게 쉽게 곁을 내어주지 않았지만, 그래도 좋다.

 

달랑 한 권을 사기 위해 진주문고에 가는 건 아니다. 엊그제 읽은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 강력히 추천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사이언스북스, 719, 18500)도 사고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책세상, 254, 7900)도 사기로 했다. 이오덕의 <바른말 바른글> (고인돌, 578, 2만 원)알라딘홈페이지에서 이오덕으로 검색하다가 찾은 것이다. 이오덕을 검색한 까닭은 유시민이 이오덕 선생님을 글쓰기 스승으로 모시는 덕분이다. 이오덕을 모를 리 없고 그의 책을 읽지 않았을 리 없다. 그래도 우리말과 글에 대해 한번 더 마음을 가다듬자는 생각이 있었다. <코스모스>는 장식용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면서도 산다.

 

진주문고에 가면 살 책만 사고 바로 나오는 경우는 별로 없다. , 이층을 오르내리며 신간도 보고 베스트셀러도 뒤적거려 본다. 계단 중간에 있는 서점 추천 도서도 본다. 이를 테면, 홍준표 도지사에게 권하는 책들...(관련 기사 보기: http://goo.gl/bgoEQT) 이층 구석에 마련돼 있는 특별코너도 살펴본다. , 사보고 싶은 책이 너무 많구나 또는 아, 내 주머니가 너무 가볍구나 하는 생각이 들 즈음 몇 권을 들고 나온다. 다리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다 싶을 때 나오기도 한다. 오늘은 두 권을 샀다. <자유론>은 다음에 사기로 했고 <바른말 바른글>은 없어서 못 샀다. 묻지도 않았는데 포인트가 5000원 넘었다며 5000원짜리 도서 교환권을 하나 준다. 아들이 더 탐내는 이 도서 교환권을 그동안 몇 번쯤 받았을까, 모르겠다.

 

책 두 권을 사는 데 며칠 걸렸다. 한 책을 읽다가 그 책에서 소개하는 책을 산다. 한 작가의 다른 책을 사는 경우도 있다. 한 책을 읽다가 그와 관련한 다른 책을 찾아 읽기도 한다. 살 책을 정하여 서점에 가더라도 시간은 좀 걸린다. 짧게는 한 시간, 길게는 두어 시간도 걸린다. 이번에 못 산 책은 다음에 사기로 하고 스마트폰 알라딘장바구니에 담아둔다. 그렇게 공들여 산 책은 성공확률이 비교적 높다. 성공이란, 잘 읽히고 재미있고 교훈적이고 배울 바가 있고 남에게도 권할 만하다는 뜻이다. 그런 책은 꼭 다음 읽을 책을 직접적으로 또는 넌지시 알려주는 역할도 한다.

 

좋은 책을 고르는 가장 쉬운 방법을 이번 주에 쓸 수 있을까, 생각하며 <그래야 사람이다> 표지를 넘겨 책도장을 찍는다.

 



2015. 4.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