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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하고 소소한 일상

토요일이 다 가는 소리

by 이우기, yiwoogi 2015. 3. 28.

나를 위한 시간이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햇살이 수직으로 내려올 때쯤 길을 나선다.

잠옷 같은 티셔츠 위에 봄 잠바 대충 걸치고

등산화 먼지 털고, 펭귄유통에서 물을 산다.

발길 닿는 대로 가다 보니 석갑산이다.

사람들은 둘씩 셋씩 가벼운 옷차림이다.

하늘 보기 부끄러워 발밑만 보며 걷는다.

매화 향기 배경 삼아 한 장 찍어보고

개나리 속에 숨을까 한 장 더 찍어본다.

 

햇살이 사선으로 조금 더 누웠을 때

아내와 아들 태우고 차를 몬다.

사천 선진공원 벚꽃은 아직 이르다.

경상대로 달려가 개나리 앞에 선다.

어색하고 멋쩍어 웃음이 안 난다.

돌아오는 길엔 어슬렁 마켓에 들러

사천 원 하는 장미 화분 하나를 산다.

하늘은 우울해지고 바람은 습하여진다.

 

그렇게 토요일이 다 간다. 아쉽다.

 

저녁엔 어디 아귀찜 집에라도 갈까.

막걸리로 매운 맛을 조금 달래나 볼까.



 

2015. 3. 28.

안 봐도 될 걸 괜히 보게 되신 분들께 미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