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라고 할 것도 없이
무엇 때문이라고 갖다댈 것도 없이
괜스레 가슴 헛헛한 오후다.
겨우 정신 가다듬고 퇴근하는 길
길도 새롭고 나무도 다르게 보이는데
봄꽃들마저 향기를 잃은 듯하다.
짬뽕 하나 짜장 하나 시켜놓고
아들과 마주앉아 저녁을 먹으며
먹다 남은 소주 반 병을 비운다.
대략 전 직장 11년, 현 직장 11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찰나에 불과한
세월 속에서 웃고 울던 일들이
주마등같다. 안개 같고 연기 같다.
딛고 올라설 댓돌이 될 것인지
나락으로 곤두박질칠 벼락이 될지
두고 볼 일이고, 참아볼 일이다.
허전하고 공허한 마음 감출 길 없는데
어디에 말하겠나, 누구에게 말하겠나
그저 허허 웃으며 다시 일어설 수밖에.
2015.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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