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고 싶을 때가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드러누워
텔레비전 리모트 콘트롤 만지작거리며
그들이 웃기면 웃고 울리면 울면서
눈만 깜빡거리며 멍하니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가 있다.
눈도 쉬고 싶고 입도 쉬고 싶고 손도 쉬고 싶고
더구나 뇌는 아무것도 하고 싶어하지 않을 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을 일으켜 벗어뒀던 양말을 다시 신고
옷을 주섬주섬 주워 입어야 할 때도 있다.
이른 저녁밥 먹고 양치질까지 알뜰살뜰 했더라도
다시, 바람 시원한 봄 밤을 맞으러 나가야 할 때도 있는 법이다.
사람이니까, 사람 만나는 일을 멈출 수 없고
사람이니까, 사는 이야기를 멈출 수 없고
그리하여 사람이니까, 살아 있음을
증명하지 아니할 길이 없는 때가 있는 법이다.
2015.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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